“열정만 있다면 나이는 상관없어요”

서른 초반에 이·미용 봉사활동 처음 접해
나이는 잊은 지 오래, ‘시간’ 가장 아까워

 
살아가는 동안 매사에 열정을 갖고 살아가려면 ‘나이’로 대변되는 숫자는 잠시 잊어버리는 것도 좋다. 나이만 아니라면 우리 앞에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이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열정 하나로 시작한 미용사
“결혼하고 둘째 낳은 뒤 남편이 농사를 짓겠다고 해서 평택으로 내려왔는데 저는 그때 기술이라도 하나 배워둬야겠다는 생각으로 미용 일을 시작했어요. 자격증을 따고 미용실을 내서 운영하던 중이었는데 어느 날 안중출장소에서 미용협회로 도와달라는 제의가 들어온 거예요. 어르신들 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미용을 해달라는 거였죠. 그때 제 봉사활동이 처음으로 시작 됐어요”
30대 후반에 처음으로 봉사를 해봤다는 김용례(59) 회장은 지난해 포승실버노인봉사단 회장직을 맡았다. 어느 단체에서도 직함없이 항상 봉사에만 전념해온 김용례 회장은 아직도 회장이라는 직함이 어색하기만 하다.
“실버노인봉사단은 포승읍사무소에서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등을 위해 이·미용 봉사를 하고 있어요. 10여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데 봉사하는 날이면 노점에서 과일장사 하는 박경남 씨가 남자어르신들 머리를 깎고 저는 여자 어르신들의 커트나 파마를 하죠. 그 외의 분들은 옆에서 도와주기도 하고 뒷정리 등을 맡아 해주시구요. 저는 보통 2시간 동안 15명 정도 커트나 파마를 해요. 이곳 봉사 말고도 보건소에서 연계하는 독거어르신들이나 조손가정의 방문미용봉사 등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죠”
김용례 회장은 이따금 방문봉사를 가보면 너무 열악한 환경에 처한 분들이 많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그분들은 미용실에 한번 가는 것도 비용과 환경 등이 어려워 여간해서는 덥수룩한 그대로 머리를 기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김용례 회장은 미용실을 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접해본 까닭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한결 자연스럽게 그분들에게 다가가게 된다고.
 
미용은 봉사에 톡톡히 한 몫
“서부노인복지관은 2007년 사회복지사 실습을 하면서 오게 됐어요. 이곳에서 미용 봉사를 하던 분이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빈자리가 생겨 아쉽다는 말을 듣고 내가 하겠다며 나선 것이 계기가 되었죠. 안타까운 것은 봉사를 하다 보니 실버타운이나 요양원 등에서도 미용봉사가 많이 필요한데 도움을 줄수 있는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미용실을 경영하는 분들의 경우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사실상 어렵기도 하죠”
김용례 회장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분들이 대부분 혼자 하는 경우가 많아 봉사에 나서기가 어렵다며 아쉬움을 전한다. 그러나 현역에서 은퇴했거나 예전에 미용기술을 배웠던 분들은 얼마든지 그 기술로 봉사할 수 있으니 봉사에 많이 참여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이·미용이 절실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렵게 사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우리가 온다는 소문이 퍼지면 한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곤 하죠. 이·미용을 받으려는 사람은 많은데 그분들을 혼자서 전부 해드리고 나면 어떨 땐 손이 마비되거나 온몸이 아픈 경우도 있어요. 그래도 기다리는 사람들을 마다할 수는 없으니 끝까지 해야죠”
김용례 회장은 남편이나 아이들은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에 봉사를 그만하라고 만류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봉사에 발을 들여놓은 터라 그만두기란 그리 쉽지 않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얼굴이 자꾸 오버랩 되기 때문이고 그만큼 보람과 의미도 충분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끊이지 않는 열정
“미용실을 그만 둔 뒤에는 사회복지사와 상담심리사 자격을 활용해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아이들도 모두 서울대, 외대에 다니고 있어 앞으로는 스스로 앞가림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이젠 제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제가 저를 위해서 가장 하고 싶은 건 바로 영어회화죠”
김용례 회장은 현재 자신을 위한 유일한 투자로 주변에서 영어회화를 원하는 사람들 10여명과 함께 1주일에 1번씩 팽성읍사무소에 모여 캠프험프리스수비대에 근무하는 외국인 군인들에게서 영어회화를 배우고 있다. 처음엔 도무지 들리지 않던 회화들이 1년이 지나자 이젠 제법 들려 점점 재미를 붙여가고 있다.
“우리는 외국 군인들에게 영어회화를 배우고 그들은 우리에게 한국 문화를 배우고 있어요. 가끔씩 외국 군인들을 데리고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소개하며 한국어를 가르쳐주는데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있으니 일석이조죠. 지금은 영어회화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제겐 할 일이 많고 배울 것도 많아요. 가장 아까운 게 바로 시간이죠”
김용례 회장은 계약직 공무원, 주말 이·미용 봉사, 영어회화 동아리활동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 시간을 쪼개 틈틈이 농사도 짓고 주변 산을 돌아다니며 달래·냉이·미나리 등을 캐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적은 시간도 쪼개 쓰는 것이 습관이 된 김용례 회장, 환하게 웃는 김용례 회장을 보고 있자니 시간을 아껴 쪼개 쓰느라 정작 세월과 더불어 흘러가는 자신의 나이는 진즉에 잊어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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