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마을 시작과 끝, 단연 아이들이죠”

그림·심리치료·먹을거리·자연·농산물이 하나로 연계돼
아이들과 함께 하는 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모든 일들은 자신의 마음이 가 닿는 곳이 어디인가에 따라 그 곳에서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고 열매를 맺게 마련이다. 따라서 자신이 일궈놓은 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마음이 머무는 곳이 어디인지도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다. 모든 행동들은 자신의 마음이 정하는 일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미술과 심리치료가 체험농장으로
“미술학원을 23년간 했었어요. 늘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그 중에는 가슴 깊은 곳에 상처를 간직한 아이들도 참 많더라구요. 그런 아이들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미술심리치료를 배우게 된 거죠. 체험농장도 그런 맥락에서 시작했어요.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며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김명숙(46) 대표는 미술학원 경영이 어려워지자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20여년이 넘게 아이들하고만 생활해온 자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 밖에 없었다며 큰 소리로 웃는다. 김명숙 대표는 체험농장을 운영한다는 것도 처음엔 그저 꿈일 뿐 결코 현실로 다가오진 않았었다고.
“2005년, 논 한가운데 처음 체험농장을 만든다고 했을 때 저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모두 안 된다고 말렸어요. 그런데 전 생각이 달랐어요. 이런 환경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더 체험하게 해줄 것이 많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느 날 물이 가득 찬 논에 비친 달을 봤는데 논이 마치 넓은 바다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이런 멋진 풍경을 아이들에게 바로 코앞에서 보여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이곳에 체험농장을 만드는 일에 갑자기 자신이 생기더라구요”
김명숙 대표는 결국 논 한가운데 비닐하우스를 몇 동 짓고 그 곳에 여러 식물들을 심은 뒤 생태마을 체험농장이라 이름 붙였다. 덕분에 원예치료도 배우게 됐다. 식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도 있어야 아이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아이들을 위한 바른 먹을거리 고민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돈에 연연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이곳을 생태마을이라 이름붙인 이상 생태마을이라는 이름답게 이곳을 찾는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바른 먹을거리를 생각했어요. 제가 아무리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해도 먹을거리가 나쁘다면 진정한 치유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김명숙 대표는 먹을거리를 고민하다보니 가장 좋은 건 예전에 먹던 음식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마침 그녀가 대종가에서 자랐기 때문에 옛날 음식들을 만드는 것들을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영향도 컸다. 이후 지역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중 바른 먹거리에 대한 생각과 지향하는 바에 동참하는 곳을 회원제로 해서 받기 시작했고 여러 계절음식들을 활용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 특히 학부모들이 오는 날에는 직접 밭에서 딴 채소들로 보리밥을 해서 비벼먹는 시간을 가졌고 이런 체험은 점차 일부러 보리밥을 먹기 위해 가족단위로 모여드는 계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1월부터 12월까지 절기음식을 만들고 있어요. 조청·오곡밥·약식·도토리묵 만들기·고추장 담그기·쑥버무리·보리밥체험·연잎밥 체험·단호박 떡 만들기 등 여러 음식들을 만들고 있죠. 원생들의 생일이 되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원장님들의 사비를 털어 떡케이크를 만들어 원생들의 집으로 직접 배달도 해요. 부모님들과 먹으면서 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을 유도하자는 의미로 말예요”
김명숙 원장은 먹을거리 개선을 위해서는 아이들의 입맛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챙겨주는 부모 교육이 더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바른 먹을거리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특히 올해는 학교 영양사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평택시 대표 먹을거리 ‘미숫가루’
“교육이 비록 하루 정도로 끝나긴 하지만 그 하루 만이라도 우리의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엄마들이 집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에게 과자를 먹이면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과자를 준다고 나쁜 시선으로 보는 건 뭔가 잘못된 거잖아요. 바른 먹을거리에는 부모님들의 의식과 함께 행동도 따라주어야죠”
김명숙 대표는 현재 평택 농산물을 이용한 미숫가루를 만들어 평택의 대표 브랜드로 전국에 알리는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만들 때 주로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이용하다보니 이 또한 자연스럽게 얻어진 결과다.
“저와 뜻을 함께 해주시는 원장님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올해는 평택 미숫가루 외에도 평택의 농산물로 만든 떡이나 건강차 등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여는 것도 계획하고 있죠”
힘들어도 무엇이든 처음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김명숙 대표, 지난해에만 2만 3000여 명의 아이들이 다녀갔다는 팽성읍 생태마을 체험농장에는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과 바른 먹거리, 자연과 더불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함께하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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