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재 발굴·보존 앞장설 터”

 

2015년 평택문화재지킴이 설립
회원 27명과 함께 지킴이 활동

 

 

 

“지역 문화재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다양한 삶의 여정

최영진(64세) 평택문화재지킴이 회장은 옛 평택현의 중심 팽성읍 객사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객사리는 과거 기지촌으로 번화했던 안정리와 달리 주민들이 모이는 장터이자 읍 소재지로서 팽성읍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어린 시절 객사리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번화한 곳은 아니지만, 읍 소재지이다 보니까 사람이 많이 모였죠. 70년대까지는 팽성읍객사 옆에 ‘장마당’이라고 불리는 오일장이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최영진 회장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공놀이하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미군 부대에서 일하며 삼남매를 키웠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고,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최영진 회장은 일찍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군 전역 후에는 서울로 올라가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서른세 살에 결혼했는데, 이후 평택에 살림을 차렸죠. 처음 몇 년간은 서울로 출퇴근했는데, IMF 이후 다니던 제약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평택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최영진 회장은 1999년부터 7년간 평택자동차운전전문학원에서 관리실장으로 근무했다.

지금의 비전고등학교 자리 인근에 있었던 학원은 강사와 직원이 70명에 이를 정도로 운영이 잘 됐다.

“수강생이 많아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14부제로 나눠 학원을 운영했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었죠”

수강생으로 붐비던 학원은 2000년대 중반 택지개발지구에 수용되면서 문을 닫게 된다. 학원에서 나와 여러 일을 하던 그는 2010년부터 아내와 함께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다.

“객사리 집 앞 마당에 작은 건물이 있는데, 아내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이곳에서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의 음식솜씨가 좋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평택문화재지킴이를 설립하다

최영진 회장은 2008년 언론을 통해 ‘숭례문 방화 사건’을 접하면서 문화재에 많은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2013년 홀로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시작한 그는 문화재의 소중함을 공감하는 이들과 함께 ‘팽성문화재지킴이’를 꾸려 활동을 점차 확대하기 시작했다.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하던 중 문화재청에서 위촉받아 활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 활동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에 가입하고, 문화재청의 위촉을 받아 2015년 5월 15일부터 ‘평택문화재지킴이’의 공식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죠”

처음 여섯 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평택문화재지킴이는 최영진 회장의 노력으로 그 수가 대폭 확대됐다.

“현재 27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송탄에서 오는 회원도 계시죠. 회원들을 모으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제 사비로 제작한 현수막만 100장이 넘죠”

평택문화재지킴이는 더 이상 현수막을 붙이지 않아도 차츰 회원 수가 증가하고 있다.

“회원 수를 200명까지 늘려 문화재지킴이 활동에 더 많은 시민이 공감하고,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더욱 열심히 활동할 계획이죠”

 

평택의 문화재를 지키다

최영진 회장은 평택문화재지킴이와 함께 지역 문화재를 지키고 가꾸는 활동을 지속해서 이어왔다.

“팽성읍객사의 경우 회원들이 매달 모여 돌을 골라내고, 약을 주는 등 잔디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평택에 있는 시·도 문화재는 최소한 한 번씩은 방문해 주변을 정리했죠”

그는 무엇보다 팽성읍행정복지센터 앞에 세워진 ‘평택현 관아 터 표지석’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다.

“표지석의 경우 2018년 팽성읍 시민과의 대화에서 제가 직접 평택시에 청원한 일을 계기로 세워졌습니다. 인근 주민이나 학생, 심지어는 팽성읍행정복지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조차도 그곳이 평택현 관아 터인지 알지 못했죠. 표지석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알릴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평택문화재지킴이는 추팔일반산업단지 인근의 역말 터를 찾아 평택시에 알리고, 부용산에 공원 조성 사업이 추진되자 유물조사를 요구하는 등 문화재 발굴 활동에 지속해서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팽성읍객사에서 열리는 망궐례 행사를 지원하고, 매월 둘째 주 토요일마다 지역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주변을 정리하는 등 정기적인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최영진 회장은 난개발로 사라진 지역 문화재를 발굴하고 이를 잘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힘이 닿는 데까지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최영진 회장과 평택문화재지킴이의 이러한 노력이 후대에 잘 전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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