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의 통합정신, 평택에서부터 널리 퍼져나가야

 

광주민주화운동 산증인, 박남선 국민화합 상임이사
민세 별세 후 복권 건의,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

‘민세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평택시와 조선일보가 후원한 ‘제13회 민세상’ 수상자로 사회통합부문에 ‘박남선 국민화합 상임이사’가, 학술연구부문에 ‘김학준 단국대학교 석좌교수’가 선정됐다. <평택시사신문>은 특집기사를 통해 수상자들의 면면을 살피고, 일제강점기 민족의식 고취에 힘쓰고 해방 이후 사회통합을 위해 애쓴 민세 안재홍 선생의 정신을 되새기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 사회통합부문/박남선 국민화합 상임이사


“광주민주화운동 정신도 통합 정신,
사회통합 위해 더욱더 힘 보탤 것”


 

▲ 박남선 국민화합 상임이사


제13회 민세상 사회통합부문 수상자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시민군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인 박남선(68세) 국민화합 상임이사다. 민세상운영위원회는 이번 수상이 100년의 역사 속에 안재홍, 최한영, 박남선으로 이어지는 죽음을 넘어선 저항과 희생, 헌신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고 밝혔다.
민세 안재홍은 1919년 대한민국 청년 외교단 사건으로 1차 옥고를 치렀다. 이때 3.1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먼저 출옥하는 광주의 청년들 최한영, 김범수, 김기형 등을 위해 구음으로 한시를 지어 격려했다. 후에 최한영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시민사회단체 원로로 윤공희 대주교, 조아라 씨와 함께 시민수습대책위원으로 참여, 광주시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박남선 상임이사는 수상 소식에 “뜻밖에 큰 상을 받고 많이 놀랐다. 광주민주화운동 정신도 우리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희생과 통합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안재홍 선생도 평생 통합을 위해 노력한 분으로 알고 있다. 그 뜻을 생각하고 사회통합을 위해 더 열심히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밝혔다.
박남선 상임이사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후에 계엄군에게 연행됐으며, 북한 간첩이라는 자백을 강요받았다. 그는 간첩이 아니기에 단호하게 거절했고 앞니 여러 개가 부러지고, 손톱 끝을 찌르는 극심한 고문을 겪었다.
이후 정동년 등 다섯 명과 함께 사형을 선고 받았고 김수환 추기경, 윤공희 대주교 등의 노력으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후 3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출옥 이후 그를 더욱 울분케 한 것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이었다. 박남선은 이후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박남선 상임이사는 “지금 우리 국민들이 5.18을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중요한 상징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1980년대만 하더라도 그 진실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며, “5.18 때 광주시민들은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단결하고 군부독재에 맞섰다. 군부의 발포에 의해 선량한 국민이 많이 희생됐다. 그리고 그 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지켜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남선 상임이사는 2021년 10월 26일 작고한 노태우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많은 언론은 피해자로서 가해자인 노태우 대통령과 아들 노재헌 변호사의 사과를 받아들인 그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아직도 5.18 진상 규명과 발포 책임자 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노태우 대통령과 그 가족은 지속해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노재헌 변호사가 세 차례 광주를 방문해 병상에 누워있는 부친의 용서를 구했다”며, “처음 두 번은 만나지 않았다. 세 번째 방문 때 건강이 회복되면 꼭 광주에 와서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해 들었고 그 진정성을 믿게 됐다. 그러다가 작년에 돌아가셔서 조문을 가게 됐다”고 노태우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들인 과정을 밝혔다.
박남선 상임이사는 가해자의 진정 어린 사과에 피해자로서 화답하고 우리사회에 용서와 화해의 중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는 점을 인정받아 민세상 사회통합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남선 상임이사는 5.18 정신이 광주를 넘어 전 국민을 하나로 묶는 국민화합정신으로 계승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또한 ‘국민화합’의 ‘국민’은 국민國民이 아니라 ‘하늘 민旻’ 자를 쓰는 국민國旻인데, 모든 위정자는 국민을 ‘백성’으로 내려다보지 말고 ‘하늘’로 보며 똑바로 소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화합이 모여 통합이 되고 그래야만 제대로 된 민족통일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박남선 상임이사는 “이 상은 평택시민이 주는 상으로 알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아홉 번이나 옥고를 치르면서도 끝까지 타협하지 않았던 민세 선생과 같은 분이 있었기에 우리가 독립할 수 있었다”며, “평생 민족통합에 힘쓴 그 정신을 받아 평택시가 더욱더 발전하고 민세 선생의 통합정신이 평택의 시민의식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학술연구부문/김학준 단국대학교 석좌교수

“민세 정신 기리는 공원·기념관 조성,
통합정신 나라 전체로 퍼져나가야”


 

▲ 김학준 단국대학교 석좌교수

제13회 민세상 학술연구부문 수상자는 김학준(79세) 단국대학교 석좌교수다. 6.25전쟁 당시 납북돼 1965년 평양에서 별세한 이후 남한에서 잊힌 안재홍 선생이 정식 복권될 수 있도록 노력한 이가 바로 김학준 교수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학준 교수는 노태우 대통령에게 안재홍, 김규식, 조소앙, 박열 등 납북민족주의 지도자들에게 서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건의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민세 안재홍은 1989년 3월 1일 늦게나마 대한민국 건국훈장을 추서 받았다.
김학준 교수는 “민세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가. 안재홍 선생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쓴 학자이자 언론인이셨고, 해방 후 좌우합작과 통일정부를 위해 노력하신 분”이라며, “그분의 호를 딴 상을 받게 돼 저로서는 큰 영광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 더욱더 매진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3월 1일 평택시 고덕면 두릉리 안재홍 고택에서 1965년 3월 9일 서울 진명여고에서 열린 9일장 이후 35년 만에 뜻있는 인사들이 모여 민세 35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당시 인천대학교 총장을 지낸 김학준 교수는 추모식에 참여해 “안재홍 선생은 인격적으로 고결하였고, 학문적으로 심오하였으며, 정치적으로 통합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라고 민세의 삶을 정리했다.
김학준 교수는 언론계와 학계, 행정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언론인으로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 조선학운동을 주도했던 민세 안재홍과 유사한 삶의 궤적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민세가 주필과 사장을 지낸 조선일보에서 첫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학준 교수는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인천대 총장, 국가기록연구원장, 한국정치학회장, 세계정치학회 부회장, 동아일보 회장, 단국대 이사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대학가에서 오래도록 고전으로 통한 <러시아 혁명사>를 비롯해 <남북한 통일정책의 비교연구>와 <한국문제와 국제정치> 등 여러 저서와 논문을 통해 한국정치학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특히,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시절 김학준 교수의 ‘러시아 혁명사’ 강의는 1980년대 암울한 현실에서 탈출구를 찾는 대학생들에게 큰 울림을 준 명강의로 손에 꼽힌다. 제자들은 김학준 교수를 학생운동을 하다가 교도소에 가거나 취업하지 못해 고통 받는 제자들을 챙겨준 고마운 스승으로 기억한다.
김학준 교수는 한국 근현대 정치인물사 연구에도 탁월한 업적을 남겨 <가인 김병로 평전>, <고하 송진우 평전>, <윤봉길 평전> 등을 냈다. 김병로와 송진우는 민세의 일본 동경 유학 시절 친구로 귀국 후 각각 민족변호사로, 동아일보 사장으로 민세와 함께 항일운동의 전선에서 협력하며 끝까지 일제에 비타협의 길을 걸었다. 해방 후 민세는 이봉창, 백정기와 함께 윤봉길 의사 유해봉환운동에 나섰고, 민세의 아들 안정용도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1950~60년대에 윤봉길의사기념사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김학준 교수는 “평택에는 아직도 민세 선생을 모르는 분이 많다고 들었다. 민세 선생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민족지도자가 아니다”라며, “납북만 아니었다면 더 큰 일도 할 수 있는 분이었다. 평택시민들은 민세 선생과 같은 큰 민족지도자를 배출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평택에 안재홍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역사공원과 기념관 조성이 준비되고 있다고 해서 아주 반갑게 생각한다”며, “그런 공간이 만들어지면 민세 선생의 통합정신이 평택에서 시작되어 이 나라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도 힘껏 응원하고 돕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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