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게 사랑받는 도서관 만들 것”

 

1993년 평택시립도서관 첫 발령
2021년 10월 안중도서관장 부임

 

 

 

“도서관이 시민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책을 사랑한 소녀

이수경(54세) 평택시 안중도서관장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굉장히 좋아했다. 좋아하는 책이 생기면 몇 번이고 다시 책장을 넘겼다. 용돈을 모아 처음 샀던 <쿠오레>나, 가장 좋아했던 <빨간머리 앤>, <헬렌 켈러>가 대표적이다.

“가장 많이 읽은 책인 <헬렌 켈러>인데, 모두 열여섯 번을 읽었습니다. <빨간머리 앤>은 2~3년 전에도 지인에게 선물 받아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만화가가 되기를 희망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또 책을 좋아했으니 사춘기 소녀에게 그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래서 그림은 될 것 같았는데, 막상 현실을 알아갈수록 만화가로 성공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진로를 고민하던 이수경 관장은 대학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문헌정보학’이다.

“단순히 책을 좋아하니 도서관에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달랐어요. 도서관학은 기술과 이론을 모두 배우는 굉장히 포괄적인 학문이었습니다. 결국 4년 내내 전공과목에 정을 붙이지 못했죠”

졸업 후 과외를 하며 지내던 그는 1992년 어느 날 경기도 제1기 사서 공무원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시험에 응시했다.

“어찌 됐든 사서 자격증이 있으니 도서관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했습니다. 다행히도 합격해 1993년 3월 첫 발령을 받았죠. 첫 발령지가 바로 평택시립도서관, 지금의 비전도서관이었습니다”

 

평택시 첫 사서가 되다

이수경 관장은 사서 공무원으로 발령받기 전까지 평택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발령 통지를 받고 아버지와 함께 지도를 보며 평택을 찾았습니다. 직접 와서 본 평택은 굉장히 낯설었죠. 특히, 제 고향 대구와 달리 산지가 없어 환경적으로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첫 발령지 평택시립도서관은 개관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제대로 된 시설도, 사서도 없는 곳이었다.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봄에 피는 배꽃이 너무 아름다워 굉장히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또 학문보다는 실제 도서관 업무가 제 적성에 잘 맞았죠. 한 권, 한 권 직접 수기로 분류번호를 적다 보니 책에 대한 애정도 생겼습니다”

이수경 관장은 30년간 책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동화읽는어른모임’과 함께한 그림책 프로그램, 도서관에 오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한 독서치료 프로그램, 학교 협력사업으로 추진한 ‘내가 만드는 여행 포트폴리오’ 등 무수히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역 주민과 함께 시작한 구술생애사 사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장당도서관에 있을 당시 오성도서관을 함께 관리하게 됐는데,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사업이 어르신들과 함께 한 구술생애사 사업이었습니다”

 

평택시 안중도서관장

이수경 관장은 2021년 8월 평택시 안중도서관장 직무대리로 발령받은 뒤 같은 해 10월 12일 정식 관장으로 부임했다.

“도서관장으로 부임해 굉장히 기뻤습니다.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도서관이 지역에서 이만큼 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때문에 시민들에게 너무 감사했죠”

이수경 관장의 부임과 함께 평택시는 두 명의 5급 사무관 사서직 도서관장 체제를 구축했다.

그는 시립안중도서관을 비롯해 평택 서부·북부 지역 도서관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내년에 시립안중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할 예정인데, 무엇보다 시민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장당도서관에서 시작한 구술생애사 사업의 경우 올해도 계속 추진해 지난 10월 안중시장 상인들의 삶을 담아낸 <안중을 기억하다 기록하다1: 안중시장이야기>를 출판했다.

“이제는 도서관 구술생애사 사업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노력할 방침입니다. 그동안 공모 사업으로만 진행해왔던 것을 ‘출판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2023년 평택시 예산에 반영했죠. 이를 통해 더욱 다양한 시민의 이야기를 엮어낼 계획입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빠르게 대응하는 후배들이 부럽기도 하다는 이수경 관장은 앞으로도 후배 사서들이 시대적 변화를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선배 사서로서, 관장으로서의 목표라고 한다.

그는 도서관이 사람과 책, 공간을 연결하는 고리가 되고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장소로 오래오래 존재할 수 있도록 관장으로서 책임을 다할 계획이다. 이수경 관장의 이러한 노력으로, 평택시 도서관이 시민에게 영원히 사랑받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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