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맞춰 소통하면 거리감 없어지죠”

학생들로부터 ‘욕 할매 상’ 받은 교감선생님
색소폰과 락 밴드 구성해 자원봉사도 신나게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기 위해서는 눈높이가 같아야 한다. 서로 다른 눈높이에서는 권위가 생길 수밖에 없으며 그 속에서 소통을 꿈꾸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32년 교직, ‘욕쟁이’ 음악선생님
“요즘 아이들의 대화는 욕이 절반인데 욕이 나쁜 건 다 알지만 고쳐지지 않잖아요. 선생님들은 무조건 나쁘다고 고치라고만 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아이들과 대화할 때 가끔 욕을 섞어 하기도 해요. 그러면 아이들이 처음엔 무슨 선생님이 욕을 하느냐고 의아해 하다가 친근감을 느끼고 그러면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되죠. 제가 옆에 있을 때는 오히려 욕도 덜 하구요.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아이들이 사용하는 은어도 배웠는걸요”
올 3월에 이충중학교 교감으로 발령을 받은 김명숙(56) 교감은 전에 있던 현화고등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에 아이들로부터 ‘욕할매상’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권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욕을 사용한다는 것은 스스로 무게만 잡으려는 권위를 내려놓는다는 것이며 그만큼 아이들과의 교감을 원한다는 김명숙 교감의 간절함이기도 하다.
“어떤 아이들은 욕이 듣고 싶어 저를 찾아온다는 학생들도 있어요. 이상하게 선생님 욕은 구수하다나요. 제가 무섭게 할 때는 굉장히 무섭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님과 베프(베스트 프렌드) 하자고 신청하는 학생들도 많아요. 아이들은 열 번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당장의 모습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건 위험한 일이죠.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건 그 아이들을 이해하고 격려해줄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20대 중반부터 음악교사로 활동해 32년간 교직생활을 해온 김명숙 교감은 부드럽고 섬세한 음악과 욕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질문에 그저 큰 소리로 웃는다. 그러나 음악의 큰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소통임을 생각할 때 누구보다도 음악의 본질을 잘 아는 음악인이 바로 그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학생들의 반응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색소폰과 락 밴드 멤버로 자선공연
“제가 음악 교사가 된 건 순전히 어려운 환경에서도 동생들을 잘 이끌기 위해 자신들의 미래를 희생한 큰오빠와 큰언니가 있었기 때문이예요. 일명 기지촌이라고 불리던 팽성읍 안정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오빠와 언니는 제가 좋아하는 피아노를 스파르타식으로 교육하면서 결국 저를 음악선생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거든요. 부모처럼 저를 이끌어준 그분들의 은공에 대해 지금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김명숙 교감은 어려서부터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에서 피아노를 배우기란 하늘의 별 따기여서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자신을 아끼던 오빠와 언니의 희생으로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음악교사가 되어 학생들과 음악을 하면서 보람 있는 일들이 많았어요. 그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교원색소폰앙상블을 만든 것이죠. 2011년에는 비무장지대에서 열린 청소년캠프에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기도 했는데 그 덕분에 청와대 만찬에 초대 받기도 했죠. 공연 요청이 의외로 많은데 지금은 이노베이션이라는 락 밴드를 결성해서 지역시설들을 찾아다니며 자선공연도 하고 있어요”
김명숙 교감은 정년퇴직을 한 뒤에도 꾸준히 음악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교직 생활 외에 시간을 쪼개가며 하는 봉사활동이 힘들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음악을 통해 향기로운 인연을 이어갈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교육은 학교와 가정이 함께 해야
“교사로 있는 동안은 아이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지내려고 해요. 요즘은 맞벌이나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많아서 어려운 일을 당해도 이해를 구할 사람이나 위로를 받을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죠. 그런 아이들을 위해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많이 만들 계획이에요. 서로간의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려구요”
교감승진이 가능한 점수를 찾아내 교감의 길을 열어준 현화고등학교 김성환 전 교장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김명숙 교감은 자신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사로서 아이들을 어루만지고 소통을 꿈꾸는 교사로 살아가겠다며 활짝 웃는다.
“아이들의 교육은 학교에서만 노력한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말하는 가정교육과 학교에서의 가르침이 어우러져야 사회 속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어른을 키워낼 수 있는 거니까요. 부모님이 아이들 앞에서 교사의 권위를 세워주어야 아이들이 교사를 믿고 따를 수 있는데 요즘은 그런 게 많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많아요”
소통의 눈높이를 맞춤으로써 요즘 아이들 가슴에 자리 잡고 있는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김명숙 교감, 음악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나아가 지역의 아픔도 음악으로 치유하길 꿈꾸는 그녀는 5월의 햇살처럼 항상 밝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음악과 더불어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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