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했던 향토문화의 토양 일궈온 ‘평택문화원’
역사 반추하며 지역문화 조력자로 새로운 60년을 준비하다

▲ 전시장과 도서관, 복지관을 갖춘 구.평택문화원사(1970년대 초)
지방문화원은 1시·군 1문화원 원칙에 따라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별로 한 개의 문화원이 설립돼 현재 230개의 지방문화원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47년 강화문화원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으며 이후 대부분의 문화원은 6·25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 후반부터 지역 실정에 맞게 개원해 전국으로 확산됐다.
평택문화원은 1953년 설립된 이후 지역의 고유문화를 발굴·보존·육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 정체성을 확립함은 물론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평택문화의 중심기관으로 60여년을 이어오고 있다.

지역문화 발전의 산파, 1953년 평택문화원 설립
문화원 설립을 기능적으로 규정한다면 등록된 박물관·미술관·공공도서관·문예회관과 함께 문화 활동의 근간이 되는 ‘문화기반시설’로 구분된다.
‘문화기반시설’은 다양한 문화 창작 및 향유활동을 통해 새로운 문화질서를 창출해내는 공간, 그리고 새로운 문화를 생산해 내는 문화예술단체와 문화 수요자인 국민을 연결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시설을 말한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사단법인’인데 반해 지방문화원은 설립 당시 전후(戰後) 피폐된 한국사회의 정신적 재건과 향토문화 진흥이라는 목적에 의해 세워진 ‘특수법인’으로 시·군마다 설립된 문화원을 통틀어 ‘지방문화원’이라 부른다.
평택문화원은 6·25한국전쟁이 끝날 무렵인 1953년 장순영 씨가 사설문화원을 설립했고, 하순성 씨가 뒤를 이어 운영했으나 재정난으로 인해 휴원(休院)하게 된다. 이후 이주상·김창규 씨 등이 주축이 돼 1968년 가을 현 평택역오거리 코오롱스포츠 평택점이 있는 약국 2층에 ‘평택문화원’ 간판을 내걸었으며 대한통운 평택출장소 소장이었던 조경행 씨를 원장으로 추대해 활동을 시작했다.
1970년 정부 인가 문화원의 필요성을 느낀 지역 유지들은 1971년 2월 20일 민형식·이민홍·박승길·김현옥·정란섭·최준화·유천형·장복환·김만수·이경배·이주상·김창복·김석배 씨 등 35명의 발기 회원이 주축이 돼 창립총회를 갖고 문화공보부에 설립 허가를 신청해 1972년 12월 11일 ‘평택문화원’으로 문화공보부 인가를 얻었다.
창립 원장은 문화원 설립을 주도했던 민형식 씨가, 부원장은 이민홍 씨가 선출됐으며 평택군청 맞은편 평택읍사무소 옆 평택리 63번지에 1층 건물을 마련한 뒤 K-55 미군부대에서 철근·시멘트 등 건축 자재를 지원받아 2층 규모의 단독 문화원사를 갖추게 됐다.
이후 1981년 7월 1일 평택군 송탄읍이 송탄시로 승격됨에 따라 1982년 1월 28일 문화공보부의 설립인가를 받아 ‘송탄문화원’을 개원해 이정우 씨가 초대 원장을 맡았다. 1986년 1월 1일 평택읍이 평택시로 승격 되자 ‘평택문화원’은 ‘평택시문화원’으로 명칭을 변경해 그대로 남았고 1988년 ‘평택군문화원’을 분리, 이계석 씨를 초대원장으로 선출해 평택지역은 모두 3개의 지방문화원이 독자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1995년 5월 10일 3개 시·군이 다시 하나의 통합 평택시로 발족되자 3개 문화원이 모여 협의를 거쳐 같은 해 7월 27일 3개 시·군 문화원을 통합하기로 결정했으며 제8대 평택문화원장으로 당시 송탄문화원장이던 유재호 씨를 선출해 현재와 같은 문화원 체제로 조직을 정비했다.

▲ 제1회 평택귀향연주회(1975년 2월 7일)
▲ 제2회 새마을 학생미술작품공모전(1977년 6월 7일)

전시장·도서관 운영으로 지역문화 선도
문화원은 1965년 제정된 ‘지방문화사업 조성법 및 시행령’에 의해 설립·운영되었으며 이후 문화원을 지원하고 규정하는 법의 필요성에 따라 1994년 1월 7일 ‘지방문화원진흥법’이 제정·공포되면서 지방문화원은 본격적인 중흥기를 맞게 된다.
평택문화원은 ‘지방문화원진흥법’에 의해 ▲지역문화의 계발·보존 및 활용 ▲지역문화의 발굴·수집·조사·연구 및 활용 ▲지역문화의 국내외 교류 ▲지역문화 행사의 개최 등 지역문화 창달을 위한 사업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컨설팅 지원 사업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사업 지원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른 다문화가족에 대한 문화 활동 지원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위탁하는 사업 등의 목적사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평택문화원의 사업은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큰 변화를 가져왔다. 1950~60년대에는 전후(戰後) 정부시책의 홍보 및 생활문화 개선 등 국민 계몽활동이 주를 이뤘다. 마을을 순회하며 국민 계도방송을 하거나 웅변대회와 글짓기·그림 그리기대회, 각종 전시회 개최 등 문화 활동을 통해 주민 계도활동을 펼쳤다.
1970~80년대에는 문예 진흥사업이 주류를 이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평택의 유일한 집회와 공연 장소였던 비전동 옛 평택읍사무소 옆 ‘평택복지관’에서 문학 강연과 음악경연대회·합창대회·고전무용 발표회 등을 수시로 열어 메말랐던 지역 공연예술의 단비 역할을 해왔다.
특히 평택읍사무소 옆에 2층 규모의 평택문화원 원사를 갖춰 1층은 전시관으로 2층은 군립도서관을 운영함으로써 미술작품 전시와 군민 독서인구 확대를 위해 힘을 기울였다. 전시관에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술작가와 학생들의 작품 전시회를 정기적으로 가졌으며 외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택출신 작가 초청 전시회도 가져 현재의 평택미술을 있게 한 산파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평택지역 최초의 도서관이었던 평택문화원사 2층 평택군립도서관은 2만여 권의 장서와 150여석의 열람실 갖추고 있었으며 지역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평일 오후나 휴일이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해내기도 했다.

▲ 평택에서 태어난 동요 ‘노을’을 알린 제1회 노을동요제(2010년 10월 10일)
▲ 평택문화원에서 펴낸 지역사 관련 간행물

정체성 확립과 문화예술 교육에 역점
평택문화원은 1990년대 이후부터 지역 문화자산의 발굴·보존·육성과 문화예술교육 사업·주한미군을 비롯한 다문화 가족 사업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평택의 소중한 유·무형 문화유산 발굴·계승을 위해 1980년 웃다리지역에서 전승되어온 농악을 발굴해 평택농악단을 결성했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경기도 대표로 출전케 해 1985년 명실상부 웃다리지역을 대표하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1-2호로 지정받게 했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동령·오룡동·대정·매상마을 줄다리기와 소사벌 백중놀이 두레농요·소사벌단오제·자란동신제·거북놀이를 발굴·육성해 매년 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전케 했다.
지역사 발굴 및 발간사업으로는 고려·조선시대부터 전해오는 ‘평택을 주제로 한 한시’를 엮어<문학의 향기1-평택의 한시와 기문> <평택한시> <교운일기> <내 마음 네 마음>을 발간했으며 평택 지역사를 집대성한 <평택군지> <평택시사> <팽성읍지> <안중읍지> <진위면지> <고덕면지>를 간행했다.
이와 함께 <송탄의 민속과 설화> <평택항 개항 20년사> <평택시통합사> <평택민속지 상, 하> <평택시항일독립운동사> <사진 속 평택의 자화상> <인물지1-충렬공 이대원> 등의 단행본을 비롯해 매년 종합문예지 <소사벌>을 26호까지 발행하고 다양한 주제의 ‘학술대회’를 주관해 잊혀져가는 지역사를 조명해내고 있다.
또한 최근 문화예술 트렌드에 맞춰 평택문화원의 핵심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문화예술 교육 사업은 폐교된 서탄초등학교 금각분교를 2006년 문화예술 체험학습장인 ‘웃다리문화촌’으로 탈바꿈해 생활도예·천연염색·솟대와 장승공예·토피어리·한지공예·전통 민속놀이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매년 4~5만 명의 학생과 지역주민들이 찾는 명소로 발전시켰다.
특히 어르신 문화프로그램과 군 장병 문화예술 교육·찾아가는 향토사교육·향교 예절교육은 평택문화원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문화관광 활성화사업도 큰 성과를 남겼다. 평택에서 태어난 동요 ‘노을’을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전국 노을동요제’를 개최하고 초등학생들에게 동요 ‘노을’을 보급하고 있으며 ‘평택농악 CIP’를 개발해 무동이를 평택시의 문화캐릭터로 채택케 한 후 이를 다양한 관광 상품으로 개발했다. 이와 함께 ‘평택시문화관광해설사’ 제도 도입과 주말에 진행하는 ‘평택시티투어’도 지역 알리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지역이라는 특수성과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한 지역 특성화 문화프로그램도 전개하고 있다. 미군 장병 및 가족 평택시티투어·한미 어린이 서머스쿨·한미 청소년 영어캠프·한미 가족 전통문화 체험·다문화 가족 한국문화교실을 운영함으로써 국제화 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미래의 평택사회를 대비해 나가고 있다.
문화는 사회 변화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진화를 거듭한다. 1950년대 평택문화원이 문화계몽의 시기였다면 현재의 평택문화원은 지역 주민의 다양한 문화욕구와 창의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조력자로서 지나온 60년을 반추하며 향후 새로운 60년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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