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기획 연구개발랩 설립
지역 기반 문화예술 활동 전개

 

“평택시민이 더욱 다양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화가를 꿈꾸다

배춘효(49세) 작가는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인근 아랫잔다리마을에서 칠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송탄지역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6.25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으셨습니다. 제 어린 시절에는 큰 사기를 당해 가세가 기울었고, 고향마을을 떠나 복창동 철길 옆 무허가 건물에서 살 수밖에 없었죠”

일찍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와 형제들의 보살핌 속에 성장한 배춘효 작가는 어린 시절 미술에 두각을 보였다.

하지만 먹고사는 것이 우선인 시절이었기에 그는 화가라는 직업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당시 인기를 끈 미국드라마 ‘브이’의 주인공을 보며 기자의 꿈을 키웠다.

“중학교 진학 후 학업에 열중했습니다. 한데 우연히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께서 미술부 활동을 권유하셨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중학생이었던 저를 일찍이 점찍어 두었던 고등학교 선생님은 미술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셨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미술을 통해 삶과 철학을 알려주셨어요. 결국 저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죠”

 

경제적 자립을 이루다

배춘효 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에서 서양화학을 전공했다. 끊임없는 노력 끝에 내로라하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시골동네에서 상경해 대학 생활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제게 조언을 해줄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1학년 때는 학사경고 직전까지 갈 정도로 방황했죠. 2학년 때도 학업보다 밴드 동아리 활동에 심취했습니다. 당시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았고, 열등감에 휩싸였죠”

모범생으로 살아왔던 그는 그동안 갇혀왔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잠시 방황했지만, 이윽고 정신을 차렸다.

“3학년 때부터 학업에 집중했습니다. 4학년이 되어서는 아침 8시에 학교에 나가 새벽 2시까지 그림을 그렸죠”

노력 끝에 대학을 졸업한 배춘효 작가는 군에 다녀온 뒤 송탄에 작업실을 구했다.

“전역 후 송탄출장소 인근에 작은 작업실을 마련했습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죠. 6개월 만에 수강생이 70명으로 늘었고, 결국 미술학원으로 인가를 받았습니다”

그는 미술학원 운영과 동시에 여러 공공벽화사업에 참여하면서 경제적 자립을 이뤄냈다.

“3~4년 만에 당시 돈으로 아파트 한 채 값을 벌었습니다. 이후 대학원 진학이 요원해진 상태에서 입시미술학원을 인수했는데 빚이 쌓여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죠. 다행히 학원 운영이 안정화되었고, 제힘으로 모든 빚을 갚았습니다”

 

예술 활동을 펼치다

배춘효 작가는 서른일곱에 가정을 이룬 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만, 가슴 한편에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다.

“2011년쯤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내면에 작품 활동에 대한 갈망이 있었죠. 다만, 전업 작가의 삶을 선택하진 않았습니다. 제겐 가정이 있고, 예술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죠”

학원 운영과 동시에 수채화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2017년 마흔다섯에 대학원에 진학해 작가로서 의식을 열었다.

“이종구 교수님께 큰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예술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이러한 가르침 속에 제 작품 활동의 정체성이 정립되었습니다”

배춘효 작가는 예술의 진정성이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깨닫고 평택 지역사회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먼저 평택의 미군문화가 떠올랐습니다.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지역 특유의 문화가 있었죠. 미군기지로 강제 수용돼 철거 중인 황구지리 일대를 찾아 부서진 목재 패널을 주웠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렇게 ‘Fragments’ 시리즈를 완성했죠”

2020년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문화예술기획 연구개발랩 ‘인블루’를 설립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안정리 예술인광장 스튜디오 입주작가로 지내면서 주민들과 함께 인근 지역의 모습을 담아낸 ‘BLUESCAPE-희망과 치유의 형상언어’ 시리즈를 작업했습니다. 여러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기획해 조형물을 제작하기도 했죠”

배춘효 작가는 올해 2월 26일까지 웃다리문화촌에서 ‘Fragments’ 시리즈와 ‘BLUESCAPE’ 시리즈를 한 공간에 모은 개인전 ‘BLUE GREY’를 연다. 앞으로도 그는 평택시민이 새로운 장르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작품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작가의 삶은 평생 가져가야 할 숙명이지만, 이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배춘효 작가의 열정이 평택 문화예술계를 밝게 비출 수 있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