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4~1868년까지 1000년 이상 일본 수도였던 교토
1897년 ‘제국교토박물관’ 개관, 126년 역사 지녀
지신관 13개 전시실 운영, 1만 5000여 유물 소장

박물관을 보면 그 도시의 품격을 알 수 있다. 평택박물관연구소는 2026년 개관할 평택시 첫 번째 박물관 건립에 앞서 글로벌시티 평택의 위상에 걸 맞는 박물관 건립에 힘을 보태기 위해 2월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일본 박물관을 벤치마킹했다. 평택박물관연구소 연구위원들은 오사카역사박물관을 시작으로 국립민족학박물관, 고베해양박물관, 교토국립박물관, 우토로평화기념관, 나라국립박물관 등을 답사하며 박물관 건축의 특징, 전시 기법, 기획전시, 박물관 조직과 운영 등을 두루 살펴 향후 평택박물관에 접목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평택시사신문>은 이번 일본 박물관 답사의 결과를 지면에 싣고 시민과 함께 평택에 적합한, 품격 있는 평택박물관 건립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京都’
     도시 전체가 유물로 가득한 박물관

794년부터 1868년까지 1000년 이상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는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천년 고도 지역이다. 역사가 오래된 도시답게 불교문화와 직물, 도자기 등의 전통산업이 발달된 도시이다. 교토는 794년 간무桓武천황이 도읍으로 정한이래, 1868년 무사武士정권이 가마쿠라鎌倉로 수도를 옮긴 200년을 제외하고는 일본 정치·문화의 중심지였다. 교토는 천년고도답게 도시 전체가 유물로 가득 차 있는 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유구한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문화재가 많은 곳이다.  교토는 간무천황이 중국 당나라 수도 장안을 모방해 건설한 도시로, 도시 전체가 바둑판 모양으로 되어 있는 계획도시이다.

교토는 일본 혼슈本州 중서부에 있는 교토부 부청소재지로 산업도시 오사카에서 북동쪽으로 47㎞, 문화도시 나라의 북쪽으로도 비슷한 거리가 떨어져 있으며 긴키近畿지방의 중심도시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17곳이나 될 만큼 도시 전체가 역사·관광지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볼거리는 전각을 금각으로 입힌 교토의 상징 킨카쿠지金閣寺, 아름다운 자연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기요미즈데라淸水寺와 도쿠가와 이에야스加?淸正 가문의 상징 ‘니조죠二?城’을 들 수 있다.

박물관 구내에는 개관 초기의 모습을 지금까지 전해주는 메이지 고도관, 모던하면서도 일본적인 모습을 보이는 헤이세이치平成知 신관 지신관, 히데요시가 살았던 시대의 사적인 방광사 돌담이 있어 역사가 겹겹이 쌓인듯하다. 

 

■ 개관 126년 된 교토국립박물관
     1897년 ‘제국교토박물관’으로 개관

올해로 개관 126년을 맞은 교토국립박물관은 우리에게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잘 알려진 적장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창건한 방광사의 경내에 세워져 있다. 

메이지明治시대 초기, 서양화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일본의 전통적 문화가 경시되는 분위기가 생겨나 신사와 절에 있는 오래된 보물과 불상이 파괴되거나 흩어지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1889년에 도쿄, 교토, 나라에 국립박물관을 세우는 법령을 제정하게 됐고, 교토국립박물관은 1895년 10월 준공 2년만인 1897년 5월 ‘제국교토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해 지금의 교토국립박물관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적벽돌로 지은 교토국립박물관 본관 고도관은 박물관의 상징 건물이다. 고도관은 준공 74년만인 1969년 정문, 매표소, 담장과 함께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구 제국교토박물관 본관 고도관은 건물이 노후화돼 지진에 대비한 개보수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2015년 폐쇄됐다. 본관 고도관 10여년이 넘는 공사 계획에 의해 현재 휴관 중으로 2013년 새로 지은 신관 지신관에서 전시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교토국립박물관은 2020년 기준 소장품 8000여점과 기탁품 6500점 등 모두 1만 5000점이 넘는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문화재는 도자기, 고고, 회화, 조각, 묵적, 염직공예, 금속공예, 칠공예 등 여러 분야로 나누어 신관 지신관에서 상설전시와 명품 갤러리전을 비롯해 연간 두 차례의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교토국립박물관 신관 지신관은 1997년 ‘제국교토박물관’ 개관 제100주년을 맞아 신관 재건축 계획을 수립하여 만들어진 산물이다. 신관 지신관 자리에는 이미 1965년 준공한 신관이 자리 잡고 있어 2009년부터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신관 지신관은 2013년 7월 준공하고, 이듬해인 2014년 9월 개관했다.

신관 지신관 신축 공사에 앞서 발굴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약 lm 깊이의 땅 속에서 절의 남지문터와 회랑터를 나타내는 기둥인 근석이 출토됐다. 또한 절의 남쪽 변을 구분하는 긴 돌담 하부 석축도 발굴됐다. 신관 신축 과정에서 땅속에 있는 기둥 유구를 신중하게 보존하고, 그 정확한 위치를 금속 원환으로 지상에 보여줬다. 또한 수반 앞에 마련된 석열은 과거 돌담이 있던 사찰 방광사의 모습이 기억되도록 설계했다.

 

■ 2013년 개관한 신관 ‘지신관’
     ‘문화재 보존’과 ‘개방’에 주안점

교토국립박물관은 대중에게 열린 ’미와 지식과 휴식‘의 장소라는 점을 지향하며, 박물관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보다 많은 관람자가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신관 지신관은 도쿄국립박물관 호류지보물관과 미국 뉴욕근대미술관 신관을 설계한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谷口吉生가 설계했다. 직선을 기초로 한 신관은 모던하면서도 처마와 격자무늬, 햇빛을 가리는 발 등 일본의 전통 건축을 연상시키는 모티브를 도입해 유물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배치했다.

신관 지신관은 ‘문화재 보존’과 ‘개방’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신 건축 기법이 도입됐다. 일본의 지형적 취약점인 지진으로부터 유물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 전체를 내진 구조로 설계하고, 전시실과 수장고에는 개별적으로 면진 장치를 설치했다. 관람객 동선은 장애인과 고령자,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 모두에게 지장이 없도록 장애가 되는 장벽을 없앤다는 뜻의 ‘barrier-free 배리어 프리’를 도입했다. 

2013년 7월 13일 일본건축업협회에서는 이 같은 건축 설계를 높이 평가해 우수한 건축물에게 주는 ‘BCS상’ Building Contractors Society을 수여했다. 1960년 처음 제정한 ‘BCS상’은 우수한 건축물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시공자의 시공 기술도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만든 상이다.

 

■ ‘지신관’ 13개 전시실 운영
     일본·한국·중국 등 광범위한 유물 전시

교토국립박물관 신관 ‘지신관’은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건축됐다. 지상 1~3층은 전시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지하 1층에는 강당이 갖춰져 박물관 소속 연구원이 유물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지상 1층은 제1~6전시실로 운영하고 있다. 제1전시실은 헤이안平安시대(794~1185년)와 가마쿠라시대(1185~1333년) 일본 불상과 신상을 중심으로 한국, 인도, 간다라, 중국 돌불상이나 금동불상을 전시하고 있다. 1층 제1전시실의 ‘교토의 불상佛像과 신상神像’ 전시는 1층 전시실 전체 면적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전시로 기획했다. 1층 제2전시실은 특별전시실로 ‘히나마스리와 인형雛まつりと人形’이라는 특집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제3전시실은 일본, 한국, 중국의 문자를 시각예술로 살펴볼 수 있도록 불교 경전을 포함한 전적과 고문서 등 옛 기록물을 전시하고 있다. 제4전시실은 일본 고대에서 근세에 이르는 염직공예품을 중심으로 염색과 직조 기술의 발달, 디자인의 의미를 소개하고 있다. 제5전시실은 금속공예를 전시하고 있다. 불교사원의 의식, 장엄, 공양 등에 쓰인 불구, 절과 신사에 봉납했던 청동거울, 금동이나 칠보로 만든 금속장식, 차 도구, 도검과 갑옷 등의 무기류를 전시했다. 제6전시실에는 일본 칠보공예를 대표하는 ‘마키에’를 중심으로 한국 나전칠기, 중국, 류큐 등의 칠공예품을 전시하고 있다.

2층 전시실 전체는 회화를 중심으로 제1~5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제1전시실은 에마키(繪卷, 두루마리그림), 초상화, 불교회화, 수묵화, 모모야마桃山시대(1573~1615년)에서 에도江戶시대(1615~1868년)에 걸쳐 그려진 병풍과 장지문 그림, 또한 일본에서 전해 내려온 중국회화를 전시하고 있다. 제2전시실은 불교회화, 제3전시실은 중세회화, 제4전시실은 근세회하, 제5전시실은 중국 지두화指頭畵를 전시 중이다.

3층은 명품갤러리로 기획됐으며, 두 개의 전시실은 도자기와 고고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3층 제1전시실은 도자기 전시실로 일본 나라시대(710~794년)에서 에도시대(1615~1868년)에 걸쳐 만들어진 도자기, 한국 도자기, 중국 한대(기원전 206년~기원후 220년)에서 당대(618~907년)에 걸쳐 만들어진 인물을 본뜬 인형, 송대(960~1279년), 원대(1271~1368년)의 청자와 찻잔, 명대(1368~1661)년의 청화백자와 오채자기를 전시하고 있다. 3층 제2전시실에서는 일본 각지에서 출토된 조몬櫛紋시대, 야요이?生시대, 고훈古墳시대의 유물과 절터, 경총 등에서 출토된 나라시대에서 헤이안시대까지의 고고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 교토박물관 후원조직 ‘청풍회’ 운영
     93곳 참여 ‘교토뮤지엄로드’ 개최

교토국립박물관에는 박물관에서 실시하는 사업을 내실 있게 지원하고, 동시에 문화재 감상회나 견학 등을 통해 문화재에 대한 지식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후원회 조직 ‘청풍회’가 운영되고 있다.

청풍회는 1953년 10월 교토국립박물관 미술애호가 회원들이 발기인이 되어 창립했다. 청풍회의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1979년부터 지속적으로 지원한 학술연구서 <학총> 발간 지원이다.

교토국립박물관 후원조직 청풍회는 ‘보통회원’과 ‘특별회원’, ‘찬조회원’으로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보통회원’은 연회비는 2만 엔, ‘특별회원’은 연회비 5만 엔이며, ‘찬조회원’은 메세나에 관심이 큰 우량기업으로 연회비는 한 구좌에 10만 엔이고 한 기업이 여러 구좌도 납부할 수 있다. 청풍회에 가입해 활동하는 회원에게는 박물관 무료 관람, 뮤지엄 숍 일부 할인, 특별전람회 등의 감상회·연수회 참가비 무료, 사찰·사적·박물관·미술관 등 연간 4회 견학 실비 부담, 교토국립박물관 간행물 무료 구독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교토국립박물관의 성인 입장료는 700엔이다.

교토시는 교토시내 93개 박물관과 미술관이 참여하는 ‘교토뮤지엄로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 행사는 교토시내박물관시설연락협의회와 교토시교육위원회가 주최하고, 아사히신문과 NHK, 교토신문 등 언론사 6곳이 공동 후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교토국립박물관 등 33곳의 박물관과 미술관 가운데 3곳을 방문해 스탬프를 모으면 추첨을 통해 개성 넘치는 기념품을 증정한다. 교토시는 박물관과 미술관 방문을 장려하고, 시민에게 학습 기회를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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