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 두 차례 낙선 경험
세 차례 도전 끝 올해 3월 당선

 

“조합원 모두가 화합하는 행복 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험난했던 성장기

오인환(67세) 평택원예농업협동조합 조합장은 요즘 세대는 겪기 힘든, 그야말로 모진 풍파를 겪으며 성장했다.

학창 시절 공부를 곧잘 했던 그는 한때 법관을 꿈꾸기도 했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고교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장남으로서 집안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이모님이 운영하는 정미소에서 일했습니다. 사실 중학교도 제 은사이신 이갑종 선생님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알아봐 주신 덕분에 진학할 수 있었죠”

그는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다. 뼈가 굳지도 않은 여리여리한 몸으로 100㎏ 가까이 되는 무거운 짐을 날랐고, 추수철이면 새벽 4시에 나가 밤 12시까지 20시간 동안 일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기계에 팔이 말려들어가 죽을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손가락 하나만 잃고 살 수 있었죠”

 

배 농사를 시작하다

20대 초반에 상경해 서울역 뒤편 만리동 일대에서 행상을 운영한 오인환 조합장은 점심을 굶어야 할 정도로 벌이가 안 되자 6개월 만에 평택으로 내려와 친구 아버지의 과수원 일을 도왔다.

“죽마고우인 친구의 아버지께서 배 농사를 지으셨는데, 마침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2년 정도 함께 일하고 이익을 나누는 ‘어우리’를 했습니다”

그는 ‘어우리’로 마련한 자본금으로 직접 땅을 임대해 과수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경제적으로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일이 과수농업 뿐이었습니다. 제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죠. 이때 천안, 안성, 평택 등지에서 임대농으로 과수원을 운영하며 시행착오를 많이 겪기도 했습니다”

20대 후반에 가정을 이룬 오인환 조합장은 30대에 들어서면서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괜찮은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제 기본 철학이 ‘항상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과수원뿐만 아니라 포장자재 사업과 유통사업 등 다른 사업을 계속 병행했죠. 그러다 보니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뒤늦게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며 학업의 꿈을 이루기도 했다.

“한 친구가 제게 함께 대학에 진학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자꾸 이야기해 한번은 화를 냈죠. 한데 이 친구가 다음에 또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자극이 돼 2009년 수원 수성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우연치 않게 시작한 학업이었지만, 동기생 300명과 경쟁해 치른 11번의 시험 중 절반 이상 전교 1등을 차지한 오인환 조합장은 졸업 후 평택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처음에는 경험만 해보고 그만두자는 생각이었지만, 욕심이 생겨 4년을 모두 다녔습니다. 경영학을 배우면서 내가 조합을 잘 경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계기로 조합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죠”

 

조합장 당선을 이뤄내다

오인환 조합장은 90년대 초반 조합원으로서 평택원예농협과 인연을 쌓았지만, 조합장이 되고자 하는 생각이 없었기에 대의원만 세 차례 지냈을 뿐 조합 임원을 경험하지는 않았다.

“대학 생활이 조합장이라는 꿈을 품게 한 원동력이 됐습니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조합원들과 공유하고, 공동체에 헌신하기 위해 도전했죠. 2015년 처음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이지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인적 인프라가 전무했던 그는 조합원들과의 만남을 늘려가며 진정성을 전했다.

“조합원들을 찾아 안부를 묻고 영농 관련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선거 관련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기에 조합원들도 제 진정성을 알아봐 주셨고, 그 결과 2019년 선거 당시 현역 조합장과의 일대일 대결 구도에서 약진을 보일 수 있었죠”

오인환 조합장은 무엇보다 열정과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올해 3월 8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당히 당선증을 받았다.

“선거에 나오면서 돈 안 쓸 거면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물론, 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한 말씀이겠지만, 저는 제 당선사례가 더 긍정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인환 조합장은 당선의 기쁨도 잠시, 조합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인해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행복을 위해 정직하고 투명한 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조합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 신뢰와 화합이 중요하다는 그는 특히 조합원과 직원이 공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자 한다. 오인환 조합장의 리더십으로 평택원예농협이 구성원 모두가 화합하는 행복 공동체가 되길 기원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