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공직, 평택 1호 관광농원 운영
2019년 녹색평택그린트러스트 결성

 

“평택시민에게 멋진 숲과 정원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정치외교를 전공하다

평택 서정리역 인근에서 태어난 이종영(78세) 녹색평택그린트러스트 회장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일찍이 상경해 서울에서 성장했다.

“현재 서정리역 앞 축협 지점 부지에 제가 태어난 집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교통부 철도국 공무원으로 전국 순환근무를 했기에 지방에서 홀로 일하셨고, 저는 어머니, 누님과 함께 서울에 정착했죠”

이종영 회장은 고교 진학 후 유달영 교수의 저서 <새 역사를 위하여>를 접한 뒤 농업대학 진학을 꿈꿨다.

“아버지는 본인을 따라 법학을 전공하길 원하셨지만, 저는 농업대학에 가길 원했습니다. 그러던 중 입학생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에 진학했죠”

2학년 1학기를 마친 그는 대학의 지원 제도가 점차 축소되자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다시 시험을 치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여전히 법학을 권하셨지만, 저는 정치외교학에 더 관심이 갔고 적성에도 잘 맞았죠”

 

평택에 나무를 심다

이종영 회장은 KBS 한국방송공사가 정부 산하기관으로 운영되던 1970년 TV PD요원으로 입사했다.

“10개월만에 PD로 입봉해 7개월 정도 일하고 중앙정보부로 가게 됐습니다. 대학 동기 중에 중앙정보부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꽤 있었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공을 잘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종영 회장이 가장 처음 맡은 임무는 ‘국제법 관계’였다. 당시 국제법과 관련해 가장 큰 이슈는 ‘해양법’이었다.

“1978년부터 82년까지 UN ‘해양법’ 회의에 한국 대표단 자문위원으로 참석했습니다. 외교부, 법무부,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와 함께 우리나라의 해양경계선, 해양자원 문제를 협의했죠”

공직자로서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한 그는 1998년 퇴직 후 평택으로 내려왔다.

“50대 중반쯤 퇴직 후 평택으로 내려왔습니다. 아버지는 이충동 일대에서 과수원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제가 물려받길 원하셨죠. 제가 내려온 뒤에는 과수원과 식당, 체험시설을 포함한 관광농원을 조성했습니다. 평택의 1호 관광농원이었죠”

퇴직 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가지>를 읽고 감명 받은 이종영 회장은 퇴직금을 투자해 식당을 세우고 남은 돈으로 나무를 심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1공장 부지에 땅이 있었는데, 그곳에 3년간 수목 40종, 4만 그루를 심었습니다. 이후 토지가 수용되면서 안성에 새로운 땅을 마련해 옮겨 심고, 이충동 과수원 자리에 정원과 카페, 상가를 조성하면서 이곳에도 많은 수목을 옮겨왔어요”

 

숲과 정원을 조성하다

이종영 회장은 평택대학교 평생교육원을 다니면서 쌓은 이종복 교수와의 인연으로 지난 2008년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지역사회 활동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봉사에 관심이 많아 참여하게 됐고, 실제로 나눔 운동과 관련한 사업을 많이 추진한 기억이 있습니다.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 제5대, 제6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죠”

나무와 숲에 관심이 많아 한국산림아카데미 산림CEO 과정을 수료하기도 한 그는 2019년 도시숲에 관심이 많은 20여 명의 시민과 함께 녹색평택그린트러스트를 결성했다.

“마침 평택시가 녹색도시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혀 관심 있는 분들과 서울그린트러스트를 벤치마킹한 뒤 녹색평택그린트러스트를 결성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조성한 서울숲 사례는 시민의 참여와 협치를 보여줬고, 우리 평택에서도 이를 시도하기로 뜻을 모았죠”

녹색평택그린트러스트는 먼저 평택시 시민정원사 양성과정을 위탁받아 운영했다.

“시민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민정원사 양성과정을 위탁 운영했습니다. 기초·심화 과정을 각각 6개월간 운영했고, 제1기 수료생의 졸업 작품으로 통복천 이음정원을 조성하기도 했죠. 이음정원 2호는 신중년 공모 사업을 통해, 3호는 시민정원사 제2기 수료생들의 졸업 작품으로 조성했습니다”

이종영 회장은 민정원사 양성과정을 다시 위탁해 그 규모를 확대하는 등 녹색평택그린트러스트의 교육 사업을 더욱 내실화하고, 자투리땅으로 남은 시유지에 정원을 조성해 기부하는 등 시민 협치 차원에서 평택시 도시숲 조성에 협력할 계획이다.

실제로 직접 자작나무 숲을 조성해 투병 중인 아내의 이름으로 지난 4월 17일 평택시에 기증한 그는, 멋진 숲과 정원을 조성해 시민에게 선사하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숙제라고 밝혔다. 이종영 회장과 녹색평택그린트러스트의 노력으로, 평택시가 숲과 정원, 나무가 한데 어우러진 녹색도시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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