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출가, 한국불교 태고종
2019년 11월 보국사 주지 부임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기여하며 불교의 자비로움과 슬기로움을 알리고 싶습니다”

 

장남으로서 책임감

무상법현(65세) 스님은 천혜보육원에 잠시 머물게 되면서 평택과 처음 인연이 닿았다.

돈을 벌기 위해 전라남도 화순에서 올라온 부모님은 그를 보육원에 맡긴 채 일해야 했고, 결국 평택에 터전을 꾸렸다.

그는 어려서부터 장남으로서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무상법현 스님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이미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평택군청에 발령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임용을 포기하고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주변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이었던 김동수 선생님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직접 나섰고, 이 소식을 들은 명법사 화정 스님이 신도 몇 분에게 권선한 끝에 대학 등록을 할 수 있었다.

“중앙대학교 기계공학과에 들어갔습니다. 기계공학과가 취업도 잘 되고, 소위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전공 중 하나였죠. 안정적으로 돈을 벌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노력 끝에 대학 진학에 성공했지만, 학비 마련이 어려웠던 무상법현 스님은 7~8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졸업할 수 있었다.

 

불교에 귀의하다

무상법현 스님은 고교 시절 등굣길에 명법사를 지나던 중 우연히 ‘불교 학생회 법회’ 포스터를 보고 절을 찾기 시작했다.

“한번은 명법사에서 열린 밤샘 참선에 참여했는데, 50분 좌선, 10분 휴식을 정말 밤새도록 반복했습니다. 이때 법문에 나오는 석가모니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왕자의 자리를 포기하고 출가해 열반에 올랐으니 실로 대단한 일이죠”

대학 시절엔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산하 중앙대학교 불교학생회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불심을 키웠다.

“중앙대 불교학생회장 겸 대불련 서울지부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명법사에서는 어린이법회 교사, 청년회장을 맡았고 이후 청년지도법사로도 활동했죠”

대학 졸업 후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에 입학한 무상법현 스님은 1985년 봄에 출가해 같은 해 12월 사미계를 받고 승려가 됐다.

“대학 졸업 후 한 선배의 소개로 한국불교 태고종 총무원에서 종무원으로 일했습니다. 당시 태고종총림 선암사의 이름을 명명하는 일을 직접 도맡기도 했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출가했는데, 저는 장남이었기에 수행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부모와 형제를 모실 수 있는 한국불교 태고종의 승려가 됐습니다”

그는 총무부장, 부원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불교 태고종 총무원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 것은 물론, 종단을 떠나 다양한 종교인이 화합하는 연대활동에도 많이 참여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국장을 지내던 중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기획해 세계인에게 한국불교를 알리고자 했습니다. 또 ‘KCRP 한국종교인평화회의’에서 종교간대화위원장을 맡아 이웃종교 간 화합을 도모했죠”

 

평택 보국사 주지가 되다

무상법현 스님은 현재 평택 서탄면 보국사와 서울 은평구 열린선원, 일본 나가노현 금강사,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세계선원 등 모두 네 곳의 법당을 운영하고 있다.

“열린선원은,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취지로 지난 2005년 조성한 ‘생활 속 참선도량’입니다. 일본 금강사는 마쓰시로 대본영 건설 당시 사망한 조선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재일교포들이 세운 사찰인데 직접 가보니 매우 열악한 상황이어서 2018년 4월 주지로 취임해 지금까지 살펴오고 있죠. 세계선원은 인천공항 2터미널 불교실을 제가 책임지게 되면서 그 이름을 명명했습니다”

서탄면 장등리 작은 사찰 보국사의 주지로 부임한 때는 2019년 11월이다.

“한 보살님으로부터 연락받고 보국사를 찾았습니다. 당시 주지였던 혜원 스님은 고령으로 인해 절을 인계하길 원하셨고, 제가 그 뜻을 받아들여 보국사 3세世 주지로 취임했죠”

무상법현 스님은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정기법회를 열어 보국자 신자들과 함께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지난 3월 18일 ‘부처님궐’과 ‘무생불전’ 낙성, 주지 진산식, 운산대행대종사의 제4주기 추모차례를 봉행했습니다. 대웅전을 새로 지어 부처님궐이라는 한글이름을 붙였죠. 지난해에는 보국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 경기도유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매일 SNS에 불교 관련 이야기를 올리며 많은 이에게 불심을 전하고자 노력 중인 그는 평택불교사암연합회의 일원으로 평택역 앞 봉축탑 점등법회를 열고, K-6 캠프험프리스에서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여는 등 지역사회에 불교의 자비와 슬기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문학 강좌를 여는 등 개인적으로도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기여하고 싶다는 무상법현 스님의 노력으로 지역 구성원의 마음에 불교의 자비로움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