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도일동에 호박꽃초롱 조성
주한미군 대상 전통문화체험 운영

 

“호박꽃초롱을 전통문화체험 공간이자 다양한 작가를 위한 갤러리로 조성하고 싶습니다”

 

손재주가 뛰어난 소녀

한은숙(57세) 호박꽃초롱 대표는 경기도 남양주시 천마산 기슭 한 시골마을 목장집 딸로 태어났다.

그는 일찍이 마을 이장이었던 삼촌과 잔치가 열릴 때면 음식을 도맡아 대모代母 역할을 자처한 어머니를 도우며 봉사하는 자세를 배웠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과 후원자를 연계하는 복지 사업이 있었는데, 삼촌을 도와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곤 했습니다. 어머니는 후원자들이 마을을 방문하면 잔치를 열어 음식을 대접하셨죠. 이때 후원자들을 보며 저도 성공해서 어려운 이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품었습니다”

한은숙 대표는 어려서부터 무엇보다 손재주가 좋았다. 그림 그리기는 물론, 교실 게시판을 꾸미는 일은 모두 그의 몫이었다.

“선생님들은 매번 제게 교실 환경미화 업무를 맡기셨습니다. 이런 일들이 제 적성과도 잘 맞았고, 결국 광고디자인을 전공했죠”

한은숙 대표는 대학에 다니던 도중 일찍이 취업에 성공했다.

“졸업하기도 전에 ‘바른손 팬시’에 입사했습니다. 당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입체 카드나, 멜로디 카드를 만들었고, 백화점 파견근무를 나가서 많은 판매수익을 올리기도 했죠”

그는 언니가 운영하는 커튼가게를 잠시 보던 중 손님을 맞아 많은 판매수익을 올렸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도전을 결심한다.

“자리를 비운 언니를 대신해 상담했는데, 우연히 많은 이윤을 남기게 됐습니다. 돈을 받기 위해 잠도 못 자고 커튼을 만들었죠. 이를 계기로 커튼 원단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성공한 사업가가 되다

한은숙 대표는 사업 분야를 커튼 원단 도매업으로 정하고 1989년 경기도 수원시로 내려왔다.

“자본이 많지 않았기에 유명 원단 사업가를 찾아가 원단 샘플북을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또 한 달 치 원단 샘플을 미리 받아왔죠. 첫 달에만 스무 곳의 거래처를 만들었고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경기도와 전국 단위로 거래처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커튼 원단과 함께 인테리어 등 여러 사업을 병행했고,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2001년에는 화성시에 궁중요리 전문점을 열었습니다. 개업 직후 잡지에 실릴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고, 많은 지역 인사의 단골집이 됐죠. 직원만 20명이 넘을 정도로 운영이 잘 됐습니다”

한은숙 대표는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과 인연을 쌓고 외형적으로 더 나은 삶을 영위했지만, 내적으로는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젊은 여성이 사업으로 성공했다는 사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시간이었고, 사업 일부를 정리하기도 했죠. 돌이키면 이때 경험이 삶을 사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호박꽃초롱을 조성하다

한은숙 대표는 2015년 평택에 내려와 삶의 변화를 찾고자 했다.

“지산동에 인테리어업체 ‘홈스토리’를 세웠습니다. 평택이라는 도시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내려왔지만, 한편으로는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죠”

우연한 기회에 웃다리문화촌과 인연이 닿은 그는 평택의 문화 인프라가 굉장히 열악하다는 점을 깨달았고, 이를 계기로 2018년 도일동에 전통 한옥 갤러리 ‘호박꽃초롱’을 조성했다.

“문화와 관련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평택은 주한미군과 같은 여러 자원이 있지만, 문화 저변이 미흡했죠. 호박꽃초롱은 제가 생각한 것들을 이루기 위한 공간입니다. 한옥 건물을 매입한 뒤 직접 리모델링해 조성했죠”

한은숙 대표는 호박꽃초롱이 문화체험 공간으로서 많은 이에게 사랑받길 원했고, 특히 미군과 그 가족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거점이 되길 바랐다.

“미군이 한국의 전통문화, 그중에서도 ‘차茶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운영이 어려웠지만, 작년부터 재개해 미군과 그 가족이 전통혼례, 한복, 놀이, 차茶 등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죠”

한은숙 대표는 향후 호박꽃초롱을 갤러리로 조성해 전통문화체험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가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도 미술 활동을 지속해 온 그는 오는 6월 7일 일본 동경도미술관 제92회 삭일회전展에 첫 회화작품을 출품한 뒤로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은숙 대표가 그리는 호박꽃초롱의 미래는 전통문화체험 공간이자 다양한 작가를 위한 갤러리다. 그가 바라는 대로 호박꽃초롱이 많은 지역 구성원과 작가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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