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농촌운동 투신, 평택 정착
2022년 평택지속협 상임회장 취임

 

“평택을 위한 공통된 의제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농촌의 실상을 깨닫다

김덕일(59세) 평택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은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 경기도 수원에서 성장했다.

“전라남도 무안에서 태어났지만, 초·중·고등학교 모두 수원에서 다녔습니다. 제가 둘째인데, 맏이인 형만 고향에서 할머니 손에 자랐죠”

부모님이 운영하는 고물상에는 항상 사람과 책이 넘쳐났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그에게는 아주 좋은 놀이터가 됐고, 고물을 수집해 생계를 이어가던 상이군경들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김덕일 회장은 중·고교 시절 신문기자가 되기를 원했다. 한 신문기자가 부모님의 고물상에 대해 일방적인 기사를 썼고, 그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스스로 바른 언론인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기자가 되기 위해 신문방송학과에 입학 원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장학금을 받아야만 했고, 결국 동국대학교 국문과에 진학했죠”

김덕일 회장은 1982년 대학 입학 후 줄곧 ‘농어촌연구부’에서 활동했다. 당시 ‘이념서클’ 중 하나였던 이 동아리에서 그는 농촌활동을 펼치며, 농촌의 실상을 깨달았다.

“어린 시절부터 매해 여름방학마다 전남 장성군에 있는 외갓집에 머물며 농사일을 도왔습니다. 그래서 농사일이 친숙했죠. 대학 입학 직전 외삼촌은 저를 데리고 광주에 가서 5.18민주화운동의 실상을 보여주셨는데, 이러한 경험이 활동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농촌운동에 투신하다

김덕일 회장은 농촌활동 도중 흙을 파먹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이때부터 그는 ‘이런 아이들이 없는 농촌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역 후 민주화 투쟁으로 구속된 후배들을 대신해 동아리를 살피며 더욱 깊숙이 운동권에 빠지게 된 김덕일 회장은 1987년 복학 후 결국 농민운동에 투신하기로 결심했다.

“저는 원래 충청북도 옥천에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세종대학교 대양학원과 토지 분쟁을 겪고 있던 평택 농민들을 돕게 되면서 평택에 정착했습니다. 1988년 평택에서 대규모 농활과 집회를 추진했는데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이 발생했고, 토지반환대책위원회 간사로서 일을 해결하기 위해 머물다가 평택에 눌러앉게 됐죠”

그는 평택에 정착해 농민들을 도우며 학교에 다녔고, 졸업 이후에도 평택에 터전을 꾸렸다.

“1988년 12월 26일 평택농민회 창립에 함께했습니다. 1991년에는 동네 분들의 소개로 아내를 만나면서 가정을 이뤘죠”

김덕일 회장은 평택농민회 사무국장과 부회장, 회장을 역임한 것은 물론, 전농 경기도연맹 초대 사무국장을 맡으며 농민운동에 집중했다.

 

지속가능한 평택을 이끌다

김덕일 회장이 평택농민회장을 지내던 지난 2004년 평택에는 미군기지 이전 투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미군기지 이전 투쟁 과정에서 대립한 주민들 사이에서 매우 큰 고초를 겪었다.

“대양학원 토지분쟁을 이어온 주민과 미군기지 수용을 반대하는 주민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교묘히 이용했고, 저는 양쪽 주민 모두 이해하기에 굉장히 난처했죠. 감당하기에는 큰 부담이 따랐고, 결국 20여 일간 잠적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김덕일 회장의 인생에 커다란 변곡점이 됐다. 회장 임기를 마친 후 농민회를 떠난 그는 2008년 뜻을 함께한 이들과 함께 평택농업희망포럼을 만들었다.

“‘지역의 농업정책을 지역에서 풀자는 것’이 평택농업희망포럼의 핵심가치였습니다. 실제로 로컬푸드 사업을 촉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계속해서 펼쳐오고 있죠”

지난 1999년 평택시지속가능협의회의 전신인 아름답고푸른평택21실천협의회 창립에 함께한 김덕일 회장은 지난 2022년 상임회장으로 취임해 단체를 이끌고 있다.

“농업 분야 전문가로서 관련 의제를 제안하고, 생산자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구성원의 이해를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어 가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제 상임회장으로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있죠”

김덕일 회장은 어떤 분야가 됐던 미래세대를 위한, 젊은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건강·교육·기후·불평등 등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미래세대가 주역이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올해 80% 이상 농사를 줄였다는 그는 개인적인 소득보다 평택을 위한 공통된 의제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가치 있는 일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김덕일 회장의 노력이 지속가능한 도시 평택을 만들어 나가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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