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한국 활동 시작, 2007년 귀화
2018년 김계옥가야금앙상블 ‘아랑’ 설립

 

“25현 가야금이 잘 계승될 수 있도록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가야금을 배우다

숙명여자대학교 특수대학원 전통예술학과에서 전통음악전공 초대교수로 활동 중인 김계옥(66세) 교수는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 출신으로 지난 2007년 귀화한 25현 가야금 연주자이다.

중국 전통 관악기인 ‘디즈’는 물론, 바이올린과 아코디언까지 다양한 악기를 배운 김계옥 교수는 중학교 졸업 후 연변예술학원에 진학하며 처음으로 한국 전통악기 가야금을 접했다.

“연변예술학원은 조선족 학생을 위한 예술학교입니다. 우리 민족의 전통을 전승한다는 취지로 전통악기를 가르쳤죠. 제게는 선택권이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가야금을 배워야 했어요”

어린 마음에 생소한 전통악기를 연주해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는 점차 가야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제 스승인 김진 선생님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서 활동한 안기옥 선생에게 가야금을 배웠습니다. 북한은 당시 전통악기 개량을 선도했고 덕분에 저도 가야금 개량 과정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죠”

대학에서도 가야금을 전공한 김계옥 교수는 졸업 후 연변가무단에서 연주자로 활동하며 전통음악에 심취했다.

“사실 중국에서 우리 민족의 전통음악을 마음껏 배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또 연변가무단에서는 다양한 악기를 연주해야만 했죠. 이러한 환경에서 전통음악, 그중에서도 가야금에 대한 갈증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다

김계옥 교수는 한중 수교 이후 90년대 중반부터 한국의 전통음악 전문가들과 교류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많은 분이 김진 선생님을 찾았고, 저도 선생님을 따라 한국의 예인들과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뒤늦게 개량악기를 받아들이기 시작할 시점이었고, 가야금 개량 과정을 잘 아는 저를 찾는 분이 많이 계셨죠”

그는 한국에 한 번 입국하면 한 달간 체류하며 전국 곳곳으로 강연을 다닐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제자는 물론, 전통음악 명인들과도 인연을 쌓았다.

“사실 제가 중국에서 배운 음악은 대부분 북한 곡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곡을 시작했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제가 만든 곡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죠”

한국과 왕래를 점차 늘려가던 김계옥 교수는 지난 2000년 중앙대학교가 한국 최초로 설립한 국악대학에서 가야금전공 외국인 대우교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꿈에 그리던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새도 없이 밤낮으로 가야금과 국악을 연구했다.

“제자들을 가르치고, 곡 쓰고, 연주하고, 공연 준비하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고, 교수회관에서 잠을 청했죠. 한국 대학문화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제자들에게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25현 가야금을 지켜나가다

김계옥 교수는 고민 끝에 지난 2007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교수 계약기간인 2년마다 비자를 갱신했는데,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해 귀화를 결심했습니다. 고향에 남아 공무원 신분을 유지했다면 평생 편안하게 먹고 살 수 있었지만, 국악이 너무나도 좋아 귀화를 선택했죠”

중앙대학교를 비롯해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용인대학교, 서울예술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제자들을 양성한 김계옥 교수는 현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2018년 비영리사단법 김계옥가야금앙상블 ‘아랑’을 설립한 그는 지난해 제자들과 함께 창단연주회를 열고 코로나 이후 새로운 활동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아랑’은 우리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25현 가야금을 연주하는 단체입니다. 저는 개량된 악기로도 우리 전통음악을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25현 가야금에 맞게 8도 민요 변주곡을 만들어 연주하고 있죠. 제자들에게도 전통을 기반으로 우리의 뿌리를 잊지 말자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17년간 중앙대학교에 재직한 김계옥 교수는 10년 전 안성캠퍼스와 인접한 평택 용이동에 거처를 마련해 지금까지 쭉 지내오고 있다.

“주로 서울에서 활동해, 정작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공연을 열 기회가 없었습니다. 향후에는 평택시민이 25현 가야금을 통해 전통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지역에서 공연을 열고 싶어요”

김계옥 교수는 무엇보다 25현 가야금을 지켜나가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 능력이 닿는 데까지 곡을 쓸 계획이라는 그는 무엇보다 제자들이 25현 가야금을 잘 계승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데 애쓰고 있다.

김계옥 교수의 이러한 노력을 통해 25현 가야금으로 우리 전통음악을 오래도록 연주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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