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공, 10년간 독일 유학
2016년 안중시장상인회장 취임

 

“안중시장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미술에 심취하다

안중시장 수예가게 오 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권혜정(51세) 안중시장상인회장은 안중시장과 함께 성장했다.

그의 어머니는 안중시장에서 수예점을 운영하며 대식구의 생활비를 감당했다.

“7~80년대에는 수예점에 손님이 매우 많았습니다. 초등학생 시절엔 아침마다 일을 돕다가 지각하곤 했죠”

어머니는 오 남매 모두 피아노를 배울 수 있게 지원했지만, 권혜정 회장은 피아노에 소질이 없었다.

“매번 피아노 선생님께 혼이 났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안중에 처음 생긴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죠”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미술에 몰두했고, 예고 진학을 꿈꿨다.

“당시만 해도 미술학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있어 부모님이 강력히 반대하셨습니다. 결국 수원에 있는 인문계고교에 진학했죠”

더 큰 도시에서 미술을 배우겠노라 다짐하며 일찍이 유학 생활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홀로 집안일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문제는 미술을 배우지도 못했다는 사실이죠. 우울증이 올 정도로 힘들어하니 결국 부모님께서 허락하셨고 2학년 때부터 화실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권혜정 회장은 네 번의 재수 끝에 미대에 진학했지만,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미대는 무조건 홍대라는 생각에 재수, 삼수했습니다. 사수한 끝에 원광대에 진학했지만, 저와 맞지 않는 교수법으로 인해 방황했죠”

 

독일 유학길에 오르다

권혜정 회장은 2학년이 되고 나서야 마음에 맞는 스승을 만났고, 교수의 권유로 독일 유학을 준비했다.

“교수님께서 독일은 적은 비용으로 유학 생활을 할 수 있다며 유학을 권유하셨습니다. 2학년 여름방학 때 독일에 체류 중이던 교수님을 찾아 떠났지만, 저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포기하고 돌아왔죠”

한국에 돌아온 뒤 마음을 고쳐먹은 그는 학업에 집중하며 유학을 꿈꿨다.

“대학을 졸업 할 때쯤 IMF가 터지고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도저히 유학을 떠날 상황이 아니어서 1년간 교습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돈을 모았죠. 제 모습을 지켜본 어머니께서 유학을 떠나라고 말씀하셨고, 외할머니의 지원으로 독일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1999년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권혜정 회장은 2년간 어학 공부를 한 뒤 브레멘대학에 입학했다.

이때부터 틀에 박힌 미술이 아닌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자신감이 붙은 그는 학사와 석사 과정을 거쳐 박사 과정까지 10년간 유학 생활을 마친 뒤 2008년 귀국했다.

“철학을 배우기 위해 2008년 귀국했습니다. 강사 생활을 병행하며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에서 예술철학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2011년 수료했죠”

 

안중시장상인회를 이끌다

대학 강사 생활을 이어가던 권혜정 회장은 2015년경 안중시장 아케이드 바로 옆에 원룸건물이 들어설 당시 반대 투쟁에 나선 것을 계기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원룸건물이 들어서면 시장 아케이드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고, 제가 살아온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투쟁에 나섰습니다. 1인시위에 나서기도 했지만, 제가 해외 전시회로 인해 자리를 비운 사이 건물이 세워졌고, 이 과정을 지켜본 상인 분들의 권유로 2016년 상인회장을 맡게 됐죠”

그는 이전까지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됐던 안중시장상인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사무실을 마련하고, 조직을 정비했다.

“소상공인지원공단 매니저사업과 상인대학 사업 공모에 당선돼 상인 분들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상인회의 필요성과 정부 지원 사업 내용을 알렸죠. 박사 논문도 써야 하고 출강하면서 회장직을 맡아 개인 생활이 전혀 없을 정도로 바빴습니다”

교수 임용까지 포기하면서 상인회에 헌신한 권혜정 회장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평택지역 전통시장에 지원된 지원금으로 안중시장 고객센터와 광장을 새롭게 조성했다. 전통시장 특성화 첫걸음 사업에 선정돼 더욱 다양한 사업을 시도 중인 그는 공공미술사업을 통해 벽화를 그리는 등 안중시장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타운을 조성하는 등 더욱 많은 고객이 안중시장에 방문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라는 그는 어머니가 운영하던 수예점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안중시장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별개로 작가로서의 삶을 지속하고 싶다는 권혜정 회장은 힘이 닿는 데까지 안중시장상인회장으로서 역할을 다할 계획이다. 이러한 염원이 이뤄져 안중시장이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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