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천연염색 활동 시작
전통 방식으로 홍화 염료 생산

 

“천연염색 저변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평택에 정착하다

유학순(64세) 오색향기 대표는 학창 시절 교단에 서는 것을 목표로 학업에 열중했다.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 용인에서 수원여고로 진학할 수 있었고, 대학에도 갈 수 있었죠”

청주사범대학교에서 역사교육학을 전공한 유학순 대표는 잠시 교단에 서기도 했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자 일찍이 다른 길을 모색했다.

“역사교사의 경우 교단에 설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아 정식으로 발령받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다른 일을 알아보던 중 시대가 변화하면서 농촌에 정착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인 신갈농협에 영농지도직으로 입사했죠”

농협에서 2년간 근무한 그는 남편과 가정을 이루면서 평택 오성면 숙성3리에 정착했다.

“동네 어르신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은 고향을 떠나 누님이 정착한 평택에서 농사를 지었죠. 결혼할 당시만 해도 땅 한 평 없이 집 한 채만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유학순 대표는 1993년 생활개선회 활동을 시작하며 평택시농업기술센터에서 농작물 재배기술 등 다양한 교육을 받기도 했다.

“쌀농사만 해서는 절대 돈을 모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농교육을 받아 10년간 하우스에서 오이와 수박을 재배했죠”

농사일을 하면서도 꾸준히 생활개선회에서 활동을 이어간 그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간 5~6대 한국생활개선평택시연합회장을 역임했다.

 

천연염색에 빠져들다

유학순 대표는 지난 2001년 당시 평택으로 전입한 김인숙 평택시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을 만나면서 천연염색을 시작했다.

“당시 김인숙 과장이 추진한 염료재배시범단지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평소 교육을 많이 다닌 경험이 있어 두려움이 없었고, 무엇보다 사업이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동네 또래 이웃들과 함께 사업에 참여해 전국으로 선진지 견학을 다니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염료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1년도 지나지 않아 홀로 사업을 도맡게 됐습니다. 굉장히 힘들었지만, 전통을 고수한다는 것 자체에 자부심이 있었고 뿌듯함을 느꼈죠”

유학순 대표는 2003년 작업장을 짓고 천연염색 체험프로그램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이 잘되다 보니 타 시·군 단체에서 견학을 많이 왔습니다. 지원사업이 끝난 1년 이후부터는 홀로서기를 시작해 체험, 염료·원단 판매 사업을 스스로 전개해 나갔죠”

그는 2010년경 천연염색 사업이 점차 침체하자 에듀팜 교육농장을 운영했고, ‘오색향기’라는 명칭도 이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통천연염색을 지켜나가다

유학순 대표는 지난 2002년 평택시천연염색연구회 결성을 주도한 뒤 지속해서 활동을 이어오며 회원들을 교육하고, 천연염색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동안 고문으로 활동하며 회원 교육을 도맡아 온 그는 작년 1월 회장으로 취임해 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천연염색연구회는 농촌 수익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문화예술과 연계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연구단체입니다. 현재 43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회원도 여럿 있죠. 올해 10월에는 제10회 회원전을 열 계획입니다”

교육 활동과 함께 전통 염료 생산을 지속 중인 유학순 대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직접 홍화를 직접 재배해 전통 방식으로 염료를 만들고 있다.

“홍화는 전통 오방색에서 붉은색을 내는 유일한 염료입니다. 과거 임금이 입는 곤룡포를 만들기 위해 홍화 염료를 가지고 60차례의 염색 과정을 거쳐야 했죠. 320평 밭에서 꽃을 재배해 숙성하고 말려서 만들어 내는 염료는 1년에 단 2㎏뿐입니다. 그만큼 생산 과정이 어렵죠”

그는 이러한 고된 작업에도 염료를 생산해 전통 방식의 천연염색을 지켜간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전통 홍화 염색 분야에서만큼은 그 실력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 기술이 어느 한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관심 있는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전통 방식의 천연염색을 지켜나가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유학순 대표는 이러한 노력으로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표창을 받는 등 천연염색 분야에서 인정받아 왔다. 평택전통문화연구회에서 한지·규방·침선 등 다양한 분야의 전통 문화예술가와 함께 교류 활동을 전개하고 있기도 한 그는 앞으로도 천연염색을 더욱더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유학순 대표의 노력으로, 전통 천연염색이 누구에게나 친숙한 문화로 자리 잡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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