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진위면 동천2리 정착
은퇴 후 본격적으로 새집 만들어

 

“새집 만들기로 지역사회와 상생·소통하고 싶습니다”

 

유통업계의 베테랑

평택에서 제2의 인생을 누리고 있는 오수환(75세) 씨는 본래 서울에서 성장해 40여 년간 활약한 유통업계의 베테랑이다.

외향적인 성격으로 학창 시절 반장이나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한 그는 국립부산수산대학교에 진학해 원양어선을 이끄는 선장이 되고자 했다.

“사실 학창 시절 다른 큰 꿈은 없었습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제 소망이었죠. 그래서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원양어선 선장인 친구의 형을 보며 선장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선장이 되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지만, 오수환 씨는 어로과나 기관과가 아닌 식품공학을 전공해야만 했다.

“어로과나 기관과에 가기 위해서는 물리를 배웠어야 했는데, 저는 이전까지 화학 위주로 공부를 해와 진학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진학한 뒤 전과하려고 했지만, 학과장의 만류로 식품공학을 배웠죠”

졸업 후 선배의 추천을 받아 선진 유통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한양유통에 입사했다.

“한양유통은 현재 갤러리아백화점의 모태입니다. 저는 초기 멤버로 시작해 10년간 근무했죠. 이후 진로유통과 한신코아 등 여러 기업을 거쳤습니다. 한신코아백화점의 경우 여러 지점에서 점장을 맡기도 했어요”

IMF 여파로 회사를 떠나 컨설팅회사를 운영하기도 한 오수환 씨는 서울 불광동 범서쇼핑센터에서 근무한 것을 마지막으로 70세에 은퇴를 선언했다.

 

평택에 정착하다

오수환 씨는 성남에 거주할 당시 아내가 새들에게 모이를 주기 시작하면서 새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파트 1층에 거주할 때인데, 언제부턴가 아내가 창밖 화단에 새 모이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새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새집까지 만들게 됐죠. 수석壽石 좌대를 만들기 위해 목공을 배웠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와 아내가 살던 곳을 떠나 평택에 정착하게 된 계기도 새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계속해서 모이를 주다 보니 점점 더 많은 새가 모이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새들의 분변이었죠. 주민들이 점차 민원을 넣기 시작했고, 아내가 먼저 교외로 나가 사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오수환 씨 부부는 새롭게 정착할 곳을 찾기 위해 틈이 날 때마다 교외 지역을 돌아다녔다.

“일산과 김포 등 안 다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곳을 찾았습니다. 어느 날은 이동저수지를 찾아왔다가 우연히 인근 마을을 둘러봤는데, 유난히 반짝이는 땅을 발견했죠. 그곳이 바로 진위면 동천2리 지금의 집터였습니다”

1997년 집터를 매입한 그는 주중에는 서울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평택에서 지내며 서서히 마을 주민들과 교류해 왔다.

 

새집을 만들다

오수환 씨는 은퇴 후 본격적으로 새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새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유통업계에 있을 당시 세계 각국으로 출장을 다녔는데, 해외에서는 길가에서 흔히 새집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 감명받았던 것을 직접 실천하고 싶기도 해 새집을 열심히 만들었죠”

그는 새집을 만들면서 얻는 자신만의 정보를 ‘핀터레스트’ 앱을 통해 전 세계인과 공유하고, 일본에서 열린 대회에 나가 상을 타는 등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새집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재밌습니다. 정해진 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재료나 상황에 따라 아이디어를 첨가해 만들고 있어요”

집 앞 정원에 설치한 새집을 찾아온 새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일은 오수환 씨 부부의 또 다른 재미다.

“겨울이 다가오면 새들이 추위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잡곡과 소 지방을 제공하고 있어요. 잘 익은 감도 새들을 위해 남겨두곤 하죠”

오수환 씨의 집에는 각양각색의 새집뿐만 아니라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석壽石이 놓여있다.

대한수석인총연합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의 또 다른 취미가 수석壽石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수석壽石과 새집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싶습니다. 특히, 새집 만들기의 경우 진위향교, 무봉산청소년수련원, 경기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등 지역 자원과 연계해 특화 프로그램으로 만든다면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수환 씨는 현재 진위면 동천2리마을개발위원회 부위원장과 노인회장을 맡아 마을 일을 돕고 있다. 주민으로서 마을과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그 바람대로 동천2리 주민들, 나아가 평택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오수환 씨의 인생 2막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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