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단대지 239m·상단대지 138m, 기존 봉수 비교 초대형 규모로 파악
연대상부 연조군 동서 2열·전체 7기 시설, 평택 괴태곶봉수가 유일
문화재청, 8월 고시 후 예고 기간 30일 거쳐 이르면 9월 사적 지정

평택시향토문화재 제1호 포승읍 원정리 ‘원정리봉수’가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 지정이 추진된다. ‘원정리봉수’의 원래 이름은 ‘괴태곶봉수’ ‘괴태길곶봉수’ 등으로 불려왔다.

문화재청은 지난 8월 9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문화재위원회 산하 사적분과위원회를 열어 전남·전북·충남·경기·인천 지역 16개 봉수 유적을 사적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봉수烽燧는 횃불과 연기로 적의 침입과 같은 급한 소식을 전하던 제도로 평택 괴태곶봉수를 비롯해 16개 봉수를 문화재청에서 국가 사적으로 지정하려는 명칭은 ‘제5로 직봉直烽’이다.

‘제5로 직봉直烽’은 여수부터 강화까지 전쟁이나 급한 소식을 전하던 봉수로, 올해 3월 직봉 노선 가운데 부산 응봉과 서울 남산인 옛 목멱산을 잇던 ‘제2로 직봉’ 구간에 있는 성남 천림산 봉수 유적 등 모두 14곳이 사적으로 지정된데 이어 두 번째로 국가 사적 지정이 추진된다. 여러 지역에 걸친 유적을 하나로 묶은 ‘연속유산’으로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평택시사신문>은 평택에서 처음 사적 지정이 추진되는 ‘괴태곶봉수’의 문화재적 가치를 조명해 시민에게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번 사적 지정 소식을 특집으로 보도한다.  - 편집자 주 -

 

평택 포승읍 괴태곶봉수 발굴 도면
평택 포승읍 괴태곶봉수 발굴 도면

 

■ 제5로 직봉直烽 사적 지정 추진

과거 국가의 중요 군사·통신시설이었던 ‘봉수’는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제도권 밖에서 관리됨에 따라 보존과 관리가 취약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문화재청은 2014년부터 봉수에 대한 기초조사와 학술조사를 통해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남한에 위치한 ‘제2로 직봉’에 이어 순차적으로 ‘제5로 직봉’의 사적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2년 ‘제5로 직봉’ 노선의 61개 봉수 가운데 역사적, 학술적 가치에 따라 21개를 선정해 정밀조사를 추진했으며, 2023년 문화재청 자체 검토를 통해 최종적으로 사적 지정대상 봉수유적 16개를 선정했다.

제5로 직봉노선과 평택 괴태곶봉수 위치
제5로 직봉노선과 평택 괴태곶봉수 위치

 

■ 괴태곶봉수, 제5로 직봉 중 경기도 유일

평택 괴태곶봉수를 비롯해 16개 봉수가 사적으로 지정되면 명칭은 ‘제5로 직봉直烽’지만 개별 지정 명칭도 부여된다. 평택 괴태곶봉수의 경우 ‘평택 괴태곶 봉수 유적 平澤 塊台串 烽燧 遺蹟’이 부명칭으로 부여됐다. ‘사적의 지정 명칭 부여에 관한 일반지침’에 따라 본명칭과 부명칭을 함께 넣어 ‘제5로 직봉-평택 괴태곶 봉수 유적’으로 명칭을 부를 수 있다.

‘평택 괴태곶 봉수 유적’은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1245-3번지 일원을 소재지로 하며, 지정범위는 전체 면적은 8210㎡(2484평)으로 지정구역 1필지 1470㎡(445평), 보호구역 2필지 6740㎡(2039평)이며, 관리단체는 평택시로 지정된다. 괴태곶봉수는 바닷가에 접한 연변봉수 沿邊烽燧로 ‘제5로 직봉’은 경기도에서 유일하다.

평택 괴태산에 노출된 괴태곶봉수 상단 석축
평택 괴태산에 노출된 괴태곶봉수 상단 석축

 

■ 塊台吉串·塊台串·塊苔吉串으로 불려

평택 괴태곶봉수는 1986년 3월 5일 평택시 향토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다. 여수 방답진 돌산도봉수대에서 시작하는 제5로 직봉노선의 44번째이자 군산 화산봉수에서 시작하는 제5로 간봉의 15번째 연변봉수의 종착지로 직봉인 화성 흥천산봉수에 응하는 결절점의 봉수였다.

평택 괴태곶봉수는 조선 후기 발간 읍지인 <경기지, 1842년>, <경기읍지, 1871년>, <양성현읍지, 1891년>, <양성읍지, 1899년> 등에 괴태산 槐台山 소재의 괴태길곶봉수 塊台吉串烽燧로 소개되어 있다. 괴태곶봉수는 시기별로 문헌에 따라 한자 표기 와 명칭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봉수 명칭 표기는 괴태길곶塊台吉串~괴태곶塊台串~괴태길곶塊苔吉串~괴태곶塊台串~괴태길곶塊台吉串 등으로 연구 결과 네 차례 표기 변화가 확인됐다.

 

■ 평택, 망해산·괴태곶·응봉산 봉수 존재

평택시에는 봉수가 만들어진 시기와 폐지된 시기가 다른 팽성 망해산봉수, 포승 괴태곶봉수, 병남 응봉산봉수 등 모두 3개의 봉수가 존재했다. 이중 응봉산봉수는 1942년 발행된 조선총독부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에 “병남면 비전리, 직경이 5칸의 토만두土饅頭 1개소가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현재는 평택시 비전동 산 67-1번지 일원 신한고등학교 동북쪽 매봉산이며, 지형이 크게 변화되어 봉수 관련 유적은 확인할 수 없다.

내륙에 위치한 응봉산봉수를 제외한 팽성 망해산봉수, 포승 괴태곶봉수는 성격에 의한 구분상 해안을 요망하기 위한 연변봉수沿邊烽燧이다. 1895년(고종 32년) 윤달 5월 6일, 봉수제가 최종 폐지될 때까지 봉수는 국가 경영의 기간통신망으로 운영되어 왔다.

괴태곶봉수 현황도
괴태곶봉수 현황도

 

■ 괴태곶봉수, <세종실록 지리지>에 첫 기록

괴태곶봉수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산 109-54번지 일원 해발 83m 봉화재 정상부에 위치해 있다. 남쪽으로 아산만, 북쪽으로 남양만을 조망할 수 있는 최일선 연변봉수로의 입지를 갖고 있다. 괴태곶봉수는 현재 해군 2함대사령부 부대 내에 위치해 평상시 민간인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괴태곶봉수와 관련된 최초 기록은 1454년 간행한 <세종실록 지리지>이며, 일제강점기인 1932년 간행한 <속수증보도지> 등 다양한 고문헌에 기록으로 남아있다. 1454년 간행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경기 수원도호부 양성현 봉화가 1곳이니, 괴태길곶은 남쪽으로 면천 명해산에 응하고, 북쪽으로 수원 흥천산에 응한다”고 기록돼 있다.

<대동여지도>에는 평택 괴태곶봉수가 이전 봉수에서 신호를 받아 다음 봉수에 전달하는 대응노선이 있다는 사실이 잘 표현돼 있다. 괴태곶봉수는 당진 창택산봉수에서 신호를 받아 화성 흥천산봉수로 신호를 전달했다. 조선시대 지방도에는 괴태곶봉수가 거의 모든 지도마다 표기돼 있다.

 

■ 괴태곶봉수, 고려시대 설치 가능성

문화재청은 ‘제5로 직봉直烽’ 사적 지정 추진을 위해 2023년 7월 5일 괴태곶봉수에 대한 전문가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괴태곶봉수는 조선시대 제5로 직봉의 44번째 연변봉수로 조선 전기~후기까지 운영된 것으로 파악했으며, 특히 간봉 노선이 종착되는 봉수노선의 결절점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봉수 하단은 토축, 상단은 석축으로 판을 이루고 있으며, 대응 봉수로 연결되는 북쪽 상단에 5기의 연조, 남쪽에 2기의 연조가 확인돼 조선시대 전체적인 연변봉수와 비교되어 있어 시기적으로 고려시대로 소급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봉수 상단 대지 서쪽 끝에 건물지(고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직봉과 간봉의 결절점에 위치하며, 둘레 186m의 대형 연대와 연조가 확인되어 문화재적 가치와 조선시대 봉수통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됐다.

이같은 이유로 괴태곶봉수는 ‘지정구역’과 ‘보호구역’ 설정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연대 전체에 대한 조사와 방호벽 등의 발굴조사를 추진해 그 결과에 따라 보호구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철조망 인근에 동서 방향으로 대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북쪽 상단부에 토석 원형의 연조 5기가 확인됐으며, 각 연조는 둘레 10~16m, 중심간격 5~6m, 높이 0.6~0.9m 규모로 잔존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단면은 오목자 모양이며, 동쪽은 급경사 서쪽은 완경사면을 이루고 있다.

괴태곶봉수 직봉과 간봉 노선 변화
괴태곶봉수 직봉과 간봉 노선 변화

 

■ 경기수사京畿水使   통어영統禦營 봉수

괴태길곶봉수의 대응봉수는 조선 전 기간 동안 노선의 변동 없이 직봉이 평택시 팽성읍 망해산봉수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아 화성 흥천산봉수에 응했다. 간봉은 면천 창택곶봉수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아 직봉의 화성 흥천산봉수에 응했다.

괴태길곶봉수 운영은 조선 후기 경기수사京畿水使가 주재하는 통어영統禦營 소속의 봉수였다. 봉수군 인원은 1872년 간행된 <강화부지> 괴태길곶봉수 말미에 “봉수군 100명, 봉수별장 1인, 감고 1인, 봉군 25명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봉수는 매달 매일 대응봉수와 교신한 실제 상황을 날짜별로 근무자 이름, 날씨 상황, 거화한홰의 숫자 등을 한지에 기록해 매번이 끝나면 소속 영진이나 읍에 보고했다. 읍과 영진에서는 이를 모아서 다음 달 초하루에 순영과 병영에 보고했다. 이를 문헌마다 ‘봉수일기烽燧日記’ ‘풍변일기風變日記’ ‘음청일기陰晴日記’라고 했다.

괴태곶봉수의 운영상황을 알 수 있는 봉수일기는 1895년 간행한 <기전읍지> ‘교동부읍지 부사례’ 정정원呈政院 승정원에 올린다에 “바다와 연한 양성·인천·양천·수원·부평·남양·김포·안산·통인 이상 9읍과 강화부의 봉수일기는 문서로 보고할 때, 매달 초순 내에 모아서 병조에 첨부한다”라고 기록했다.

 

■ 1969년 항공사진에는 큰 훼손 없어

괴태곶봉수의 형태를 관찰할 수 있는 봉수는 1969년 항공사진에 남아있다. 이 사진에 보면 괴태곶봉수의 장방형 연대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이 당시에도 봉수대는 큰 훼손 없이 그 유지를 잘 보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괴태곶봉수는 1998년과 1999년 평택시에서 ‘평택 관방유적 조사’의 일환으로 정밀지표조사와 문화재청의 2015년도 ‘전국 봉수유적 기초학술조사’를 통해 개략적인 유구의 현황이 소개됐다.

 

■ 하단·상단대지, 초대형 규모로 파악

봉화를 올릴 수 있도록 일정한 설비를 갖추어 놓은 곳을 ‘연대煙臺’라고 한다. 괴태곶봉수 연대는 포승면 원정리 봉화재 정상부에 동서방향 장축 세장방형의 평면형태를 하고 있다. 연대는 현장 상단대지와 하단대지를 갖춘 이단식 구조로 된 까닭에 단면형태는 긴 ‘凸’자 모양을 하고 있다. 하단대지는 토축으로 조성했으며, 규모는 둘레 186m, 길이는 동서 77m, 남북 25m, 높이 3∼3.5m 정도이다.

상단대지는 석축으로 축조했으며 평평하다. 규모는 둘레 138m, 길이는 동서 63m, 남북 12m, 높이 1.5∼1.8m 정도이다. 상부에는 동서 2열로 모두 7기의 연조가 신규로 확인됐다.

봉수의 구조·형태가 상단대지와 하단대지를 갖춘 이단식 구조는 타 연변봉수에 유례가 없는 특이한 사례이다. 평면형태는 화성 염불산봉수와 흥천산봉수, 시흥 정왕산봉수와 더불어 장축이 단축에 비해 5∼6배에 달하는 세장한 모습이다. 또한 하단대지 239m, 상단대지 138m의 규모는 기존에 보고된 다른 봉수유적과 비교해 초대형 규모로 파악됐다.

 

■ 연조군, 전체 7기 괴태곶봉수가 유일

문화재청은 측량을 겸한 용역 착수 전 평택시 문화예술과에 사전 수풀잡목 제거를 요청해 진행 과정에서 연조가 노출됐다. 연대의 상단대지 상부 가장자리 북쪽부에 동서 1열로 5기, 1열 연조군 3연조 남쪽으로 1.8m 거리에 동서 1열로 2기 등 모두 7기의 연조가 이번 조사에서 신규로 확인됐다.

1열 5기 연조군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일련번호를 부여해 형태와 규모를 소개하면, 1연조는 토·석 원형으로 동서 둘레 13m, 높이 0.8m이다. 2연조는 토·석 원형으로 둘레 11m, 높이 0.9m이다. 1·2연조 중심 거리는 5m이다. 3연조는 토·석 원형으로 둘레 12m, 높이 0.7m이다. 4연조는 토·석 원형으로 둘레 10m, 높이 0.9m이다. 5연조는 토·석 원형으로 둘레 11m, 높이 0.8m이다. 6연조는 토·석 원형으로 둘레 14m, 높이 0.6m이다. 7연조는 토·석 원형으로 둘레 16m, 높이 0.6m이다.

이렇듯 연대 상부에 연조군을 동서 2열로 전체 7기를 시설한 사례는 현재 평택 괴태곶봉수가 유일하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제1거 직봉의 내지봉수인 포천 독산봉수禿山烽燧, 제2거 간봉의 연변봉수인 경주 독산봉수禿山烽燧 등 사례가 드물다. 두 봉수 모두 어두를 대머리 혹은 민둥산을 의미하는 ‘독禿’자를 쓰고 있다.

연대 서쪽 상단대지 끝부분에 ‘ㄴ’자 모양으로 삭토된 부분이 있다. 이곳이 과거 봉수 운영 당시 방호나 거화에 필요한 각종 기구와 집기를 보관하던 창고인 고사庫舍로 파악됐다.

 

■ 사적 지정 가치와 근거 기준 확실

사적史蹟은 역사적·학술적·관상적·예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서, 국가가 법으로 지정한 문화재를 말한다. 사적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이번에 사적 지정을 추진하는 평택 괴태곶봉수는 ▲역사시대 사회·문화생활을 이해하는 데 중요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생활 등 각 분야에서 시대를 대표하거나 희소성과 상징성이 뛰어나다는데 사적 지정 가치가 높다. 이와 함께 성터, 성터시설물, 병영, 전적지 등의 정치·국방에 관한 유적에 해당한다. 또한, 지정학적, 역사적, 경관적, 구조적, 지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정치·국방 관련 문화유산으로 고려∼조선시대의 시대적 특징과 봉수 신호체계가 온전하게 담겨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문화재청은 ‘제5로 직봉’을 사적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을 8월 중 고시할 예정이다. 사적 지정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평택 괴태곶봉수는 이르면 9월 말 국가 사적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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