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평택시농업경영인연합회장 역임
2021년 농업인단체협의회 초대회장 취임

 

“농업인을 대변하고 돕는 일에 앞장서고 싶습니다”

 

고향동네 현덕면 삼정리

세 개의 우물이 있어 붙여진 이름 삼정리. 정정호(57세) 평택시농업인단체협의회장이 60년 가까이 지켜온 고향동네다.

“현덕면 삼정리에는 3개 마을이 있는데, 제가 살고 있는 삼정1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여서 대삼정마을로 불려요.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방앗간을 시작하셨고, 지금은 저희 아이들이 대를 이어 4대째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죠”

흔히 방앗간을 운영하면 여유 있는 집안이라고 했지만, 정정호 회장은 ‘고생’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렸다.

“아버지 대에 들어서면서 삼정2리 중삼정마을로 방앗간을 이전했어요. 중학생 때부터 방앗간 일을 도왔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장남인 제가 직접 돈사 일을 도맡아 돼지를 키웠죠. 아침, 저녁으로 밥을 주고 분변을 치웠습니다. 힘든 줄도 모르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후 축산업에 원대한 꿈을 품고 대학 진학을 준비한 그는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게 되자 돌연 입대를 신청했다.

 

4대째 이어가는 정미소

정정호 회장은 1987년 11월 5일 전역한 당일부터 아버지의 정미소 일을 돕기 시작했다.

“아버지 일을 도우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바로 정미소에 나갔어요. 한데 일하면서 살펴보니 운영비를 빼면 아버지에게 남는 돈이 하나도 없었죠. 그래서 직접 운영구조를 정상화했고, 자연스럽게 정미소 운영을 도맡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정미소를 도맡아 운영구조를 정상화하기까지 10년이 걸렸지만, 무엇보다 뿌듯하고 재밌었다고 회상한다.

“쌀 70~80가마를 싣고 서울에 가서 쌀을 팔았습니다. 제가 직접 생산한 쌀도 있고, 동네 어르신들의 쌀을 대신 배달하기도 했죠. 부수입을 창출할 수 있어 너무 기뻤습니다”

정정호 회장은 지난 2000년 뒤늦게 대학에 진학해 못다 이룬 자신의 꿈을 이뤄냈다.

“한경대학교 원예과에 진학해 학사 학위를 받았어요. 새벽 3시에 일어나 배달하고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돌아와 정미소를 운영했죠. 정말 힘들게 공부해 제 나이 마흔에 졸업했습니다”

그는 2013년 마을도로가 확장되면서 과거 할아버지가 방앗간을 시작한 집터로 정미소를 이전했다.

“7년 전부터 아들이 정미소 운영을 도왔고, 2년 전부터는 아들과 딸이 함께 농업법인을 만들어 운영을 도맡고 있습니다. 4대째 정미소를 운영하는 셈이죠. 저는 농사 규모를 계속해서 키워왔어요. 특히, 쌀은 양보다 맛과 질로 승부해 직거래 위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역 농업인을 대변하다

정정호 회장은 동네 선배를 따라 4-H 활동을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 스며들었다.

“처음엔 4-H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따라 나갔어요. 점차 공부하며 지智, 덕德, 노勞, 체體를 깨달았죠.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중읍회장과 평택시연합회장을 역임하고 경기도연합회에서 기획차장을 맡았는데, 이때 아내를 만났죠”

후계농업경영인으로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90년대 중반 평택시농업경영인연합회에서 사무차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지역 농업 발전을 선도해 왔다.

“사무차장과 부회장, 감사를 지내고 2015년부터 6년간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농업인에 대한 지원을 행정에 요청하고, 농업예산을 확보해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살폈죠. 현재는 3년째 경기도연합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정정호 회장은 무엇보다 농업인회관을 짓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농업인회관은 결국 ‘평택생명농업센터’라는 이름으로 지난 2020년 평택시농업기술센터 앞 부지에 세워졌어요. 선배님들의 노력이 있었고, 임원과 회원 모두가 열심히 도왔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2021년부터 2년간 평택시농업인단체협의회 초대회장을 맡은 그는 올해 연임해 내년까지 협의회를 이끌게 됐다.

“쌀전업농연합회, 농민회, 한우협회, 양돈협회, 양봉협회, 생활개선회, 여성농업인연합회, 4-H연합회, 4-H지도자협의회, 농촌지도자협의회, 후계농업경영인연합회 등 11개 단체가 농업인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모였습니다. 모든 단체가 함께 연대해 농업 발전을 이뤄낼 계획이죠”

정정호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협의회가 형식적인 단체가 아닌 지역 농업을 대변하고 사랑하는 단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더욱이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단체가 아닌 농업인 개인으로서도 동료 농업인을 대변하고 돕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고 말한다. 그 바람처럼 정정호 회장이 미래 농업에 한 줌의 빛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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