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가 아니라 ‘식량주권’ 우리가 사수해야
식량자급과 안전한 먹을거리는 생존에 관한 문제
소비자·생산자의 이익 동시에 도모하는 로컬푸드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 시장은 원유를 시작으로 금속·곡물로 투기자본이 이동하는 등 식량위기로 인한 혼란이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예견이라도 한 듯 생명유전공학을 내세워 식량위기의 해결사로 자처하고 나선 유전자조작 곡물도 생태계의 질서를 뿌리째 흔들며 곡물시장의 위기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유전자 조작 곡물이 우리 식탁을 점령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불안한 예견이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식량주권은 식량안보와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평택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한 농민들의 마음이 미소에서 묻어난다

우리의 식량주권 우리가 사수해야

식량자급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식량위기가 지속된다는 것은 큰 재앙이다. 2002년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개발을 위한 농업기술과 과학에 대한 국제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식량위기의 세계화가 가속되고 각국의 식량수입이 증가되면 어떤 나라도 식량위기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식량안보’는 ‘식량주권’과 구분돼 사용되어야한다. 식량안보는 국민에 대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보장한다는 것이므로 안정적으로 수입이 가능하다면 ‘자급’이라는 개념은 무시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식량위기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개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식량주권은 식량안보를 전제조건으로 해서 농민을 위한, 농민의 정치적·경제적 권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식량안보가 농업관련 산업의 모델에 의존하고 녹색혁명 농업에 의존하고 있다면 식량주권은 농업생태적 관계에 근거하고 생태적인 유기농업에 근거하고 있다. 또한 식량안보가 세계의 농식품 체제를 전제로 한다면 식량주권은 지역의 농식품 체제를 근거로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식량안보가 아닌 식량주권으로 식량위기의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 손으로 만든다
21세기 들어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먹을거리를 둘러싸고 소리 없는 먹을거리 전쟁이 진행 중이다. 산업화된 먹을거리의 안정성을 둘러싸고 국가와 국가 간·국가와 기업 간·기업과 시민 간의 갈등이 그치지 않고 있다. 유전자 조작 작물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 간의 갈등이나 한동안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광우병을 둘러싼 갈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먹을거리 안정성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최근에는 또 다시 새로운 위기가 도래했다. 2008년 초 주요 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식량공급을 놓고 전 세계 곳곳에서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빈곤 국가의 문제로 여겨졌던 먹을거리 공급을 둘러싼 갈등이 전 세계 국가의 문제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식량위기에 대처한다면서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구태의연한 식량안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어떻게 자급능력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식량자원’을 내세우면서 ‘자원 빈국’이라는 이데올로기와 결합시켜 문제의 본질을 피하고 있다. 비슷한 식량구조를 가진 일본 정부의 절박한 움직임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대응은 너무 안일한 수준이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이제 생존에 관한 문제이며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것 역시 우리 손으로 우리의 생존을 지켜가는 문제인 것이다.
▲ 소비자에게 로컬푸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만드는 손과 먹는 손 ‘맞잡아야’
우리나라 각 지자체에서 불고 있는 로컬푸드 바람은 위에 열거한 이러한 현상과 사실들에 기초해 있다. 만드는 손과 먹는 손이 서로의 손을 맞잡는 로컬푸드는 지자체에서 식량자급률을 늘리고 가장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 소비자의 이익증대와 생산자의 이익증대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먹을거리에 대한 해답을 안고 있다.
해외에서도 로컬푸드는 특정지역의 사회적 건강·환경·경제를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가능한 생산·가공·분배·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한 지역을 기반으로 공동노력을 기울인다고 정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지역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우리가 소비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며 해당지역의 경제활동 활성화와 서로의 신뢰를 기반으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취할 수 있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로컬푸드 운동은 복잡한 유통망을 거치면서 자신이 먹는 식품이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됐는지도 모르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유통마진이라는 거품을 빼 경제적 실익을 구하고 나아가 근거리 운송이라는 장점으로 식품의 신선도는 물론 환경보존에도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 평택로컬푸드 생산자인 고덕면 방축리 장아짱아 이옥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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