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면 하북2·야막·신리로 이어지는 ‘수도권 채소1번지’
1960년대 이후 시설원예 선두주자로 국민 식탁을 책임지다

시설원예는 식물의 재배환경을 작물생육에 맞게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모든 종류의 재배양식을 포함하는 것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비닐하우스를 비롯해 터널·유리온실 등의 다양한 시설을 이용한다. 이들 시설은 반영구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으로 작물의 생육기간을 연장하고 불리한 자연 조건에서 작물을 보호해 재배하거나 제한된 용수를 효율적으로 사용, 작물을 병충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된다.

▲ 초창기 비닐하우스 작물재배(1970년대 초반)

‘하북2리’ 시설채소 선두주자 나서

시설채소 재배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온대지방 외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값이 싼 자재들이 개발되면서부터 겨울에도 채소류 생산이 가능해지고 노지재배보다 훨씬 높은 생산성을 올리게 됐다. 주로 계절보다 이르거나 혹은 늦은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농촌의 고소득원이 되고 있는데 오늘날 계절에 상관없이 수박이나 딸기·참외 등의 과일이나 오이·호박 등 신선한 채소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시설원예 덕분이다.
진위면 하북2리·야막리·신리는 수도권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 시설채소 재배를 선도했던 마을이다. ‘수도권 채소 1번지’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던 이 세 마을은 초기 비닐온상을 이용한 채소 모종 재배부터 점차 소나무에서 대나무·철골 파이프·유리온실로 시설을 현대화하며 시설채소 재배를 확산시켜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들 마을에서 재배한 작물은 배추와 무·오이·상추 등이 대부분이었으나 현재는 애호박이나 방울토마토·화훼류 등으로 재배 작물이 다양해졌다. 특히 1970년대 초에는 시설채소 재배가 호황을 누려 무 하나를 팔면 땅 한 평을 샀을 정도였는데 당시 쌀 한 되 가격이 28원이었고 쌀 석 되를 팔아야 한 평을 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 한 개 가격이 약 80원 가량이나 됐던 셈이다.
세 마을 가운데 하북2리는 수도권에서 시설채소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다. 현재 하북2리는 99가구에 270여명 가량이 살고 있으며 시설원예를 하는 농가는 33가구 정도로 100미터 길이 200평 가량의 하우스가 700여동에 이르고 있다.
하북2리에서 온상을 가장 먼저 한 사람은 이상룡(86) 씨였는데 당시만 해도 온상이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 여겼던 마을 사람들은 구덩이를 파고 볏짚과 물을 혼합해 썩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도로 모종을 키워 노지에 옮겨 심었다. 이 시기는 배추가 가장 주된 작물이었으며 무 역시 많이 심었다.
하북2리에서 최초로 시설채소를 재배했던 이영상(87) 씨 역시 처음에는 온상으로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으나 1977년 이었던 40대 초반 일본에서 발행된 신 농업기술 책자에서 시설채소 재배에 대한 글을 읽은 뒤 점차 새로운 농업기술에 눈을 떴다.
온상 채소와 노지 채소는 수확에서도 20여일 정도나 차이가 났으며 출하 가격 역시 차이가 컸다. 이영상 씨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키기 위해 집 앞 700평 정도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온상만 했던 마을 주민들은 처음엔 의구심을 갖기도 했으나 이후 일찍 수확한 채소가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을 본 뒤로는 너도 나도 비닐하우스 재배법을 배웠으며 이곳에서 생산된 채소들은 주로 염충교 중앙시장이나 용산시장, 후에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등으로 출하했다. 진위면에서 생산되는 채소들은 도매시장에 들어오는 상품 중에서 으뜸으로 쳐서 검수조차도 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 진위면 하북리 여름배추 출하

비닐하우스-수막재배-양액재배로 발전
시설원예는 주로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로 구분되는데 시설원예를 위해서는 햇빛과 기온·관배수 및 토양·운송 환경 등이 고려돼야 한다. 이런 면에서 진위면은 이 같은 조건을 대부분 갖추고 있었다.
이들 마을은 하천변이 사질토양, 즉 모래 입자와 점토 함유율이 높은 토양으로 투수성이 크고 통기성이 좋아 유기물의 분해가 빨라 시설채소를 재배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었으며 서울·인천·수원 등 수도권과도 가까워 교통이 원활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사질토에서 키운 무는 크고 길게 뻗은 모양까지 좋아 상품성이 뛰어났다.
농민들은 점차 이 같은 환경조건을 활용해 시설채소 재배로 호황을 누렸다. 1970년대 배추 1포기 값은 노지재배가 10~20원, 온상재배가 50원이었지만 하우스에서 재배하게 되면 포기 당 100원 정도를 받아 고소득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8미터 폭으로 배추나 오이 정도를 키우는 간단한 하우스인 ‘멍텅구리 하우스’에서 끈으로 올렸다 내렸다 하며 환기까지 시킬 수 있는 비닐하우스로 진화한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 비닐하우스에서는 배추와 주키니 호박이라 불리던 긴 모양의 호박 등을 키웠고 그물망을 씌워 줄기가 올라가도록 해 애호박을 키우기도 했으며 후속 작물로 가을배추를 심었다.
그러다 1980년대 초부터 수막재배가 시작됐다. 비닐하우스를 2중으로 만들고 내부 하우스 비닐 위에 물을 뿌림으로서 겨울철에도 온도를 유지하던 수막재배는 일반 비닐하우스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1970년대 호박·배추가 주종을 이루던 하우스재배는 수막재배가 시작되면서부터 점차 방울토마토 등 다양한 과채류 재배가 가능해졌다.
1990년대에 이르면 일반 토양재배에서와 같이 물과 양분을 별도로 공급하지 않고 물속에 양분을 넣어 식물을 키우는 방식인 양액재배 또는 수경재배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양액재배는 최첨단 시설농법의 하나로 선도 농가를 중심으로 보급됐으며 이 양액재배는 자동화 시설이 가능해 농경지 확보가 어려운 곳이나 연작 피해 없이 작물을 재배할 수 있어 연간 생산량이 증대되는 특징이 있다.

▲ 진위면 하북2리 오이 포장 작업

야막리 대규모 시설채소 재배단지
야막리의 시설원예는 1963년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온상을 한 최기복(72)를 시작으로 김형주(72)·최종태(79) 씨가 선두주자다. 대규모 시설원예를 경영하고 있는 김형주(72) 씨는 1969년부터 채소농사를 지었다. 처음에는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은 그는 터널재배를 통해 무·상추 등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배추를 심으려 했으나 당시 퇴비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심지 못하고 대신 비료만으로도 잘 자랐던 무를 심었다. 무는 보통 6월에 나오기 시작하지만 한 달 전에만 나오면 가격이 3~4배로 껑충 뛴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당시 영농기술이 부족해 선뜻 시도하지 못하다가 모종을 해서 심으면 빨리 수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온상을 만들어 모종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 재배로 3년 만에 3000평이나 되는 땅을 샀다는 최기복 씨는 생산된 무를 용산도매시장이나 수원도매시장으로 출하했다. 그러다 인근에서는 처음으로 수막재배를 활용해서 더 많은 생산을 하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반 하우스재배를 하고 있을 때 멀쩡한 비닐하우스를 부수고 수막재배를 하겠다고 나선 그를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서울 인근에서도 고작 1~2농가 정도가 수막재배를 하고 있었으며 1980년대 초 규모화해서 재배를 시작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수막재배를 3년 정도 한 뒤에는 마을에서도 수막재배를 하는 농민이 늘어나 점차 지하수가 모자라기에 이르러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맨 처음 비닐하우스에서 오이를 주로 수확했고 이후 수막재배로, 그 다음엔 바로 자동화 온실로 이어지는 그의 시설재배는 현재 1만 2500평의 대규모 방울토마토 농장으로 이어진다.
진위면에 화훼가 들어온 건 15년 전 분당이 개발되고 그곳에서 장미를 재배하던 사람들이 진위로 내려와 정착하면서부터 시작됐는데 그들은 주로 절화장미나 관엽식물 등을 재배했다.
현재 하북2리·야막리·신리 등의 시설채소 재배지에는 많은 외국인 연수생들이 일하고 있다. 하우스 1200평 정도면 3명 정도의 외국인 연수생을 받을 수 있으며 연수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외국인 연수생은 태국인이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러시아·우즈베키스탄·네팔·캄보디아·베트남 순인데 현재 농촌실정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이 아니면 농사짓기도 힘들 정도로 농가의 노동력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수도권 채소 1번지’로 불리는 진위면 시설원예 재배단지는 현재 농가별 2~3기작 재배를 포함해 630농가에서 332ha를 경영하고 있으며 오이 145ha·호박 113ha·토마토 65.7ha 등의 순으로 작물을 재배해 농협중앙회 청과사업단·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강서·구리·수원·안산 등 수도권 전역으로 출하돼 국민들의 건강한 식탁을 책임지고 있다.
 

▲ 진위면 야막리 대단위 시설원예 재배단지
▲ 진위면 하북2리 시설원예 재배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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