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농사 시작, 2022년 온실 완공
올해 10월 29일 무농약 바나나 첫 수확

 

“바나나 하면 떠오르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진로를 고민하다

정동욱(43세) 청휴원 대표는 집안 대대로 살아온 평택시 오성면 일대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그의 아버지는 제대로 된 농기계도 없이 드넓은 논밭을 일궈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제가 아주 어렸을 적에는 길음리에 전화도 연결되지 않았었다고 해요. 부모님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농사를 짓고 저와 누나를 키우셨죠”

정동욱 대표는 초등학생 시절 가족과 함께 교포리에 정착했고, 아버지는 그가 중학교에 입학한 뒤 한우를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 한우를 키우면 받을 수 있는 혜택과 지원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경제적인 여유를 찾을 수 있었죠. 대신 가족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요. 누군가는 집에 남아 농장을 살펴야 했죠” 

그는 학창 시절에도 새벽에 일어나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고 등굣길에 올랐다.

“아버지는 농장과 함께 쌀농사를 하셨는데, 저도 매일 농사를 도왔어요.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까지 농약을 주고 학교에 갔죠. 집에 돌아와서도 일을 도왔습니다. 당시에는 절대 농사를 짓지 않겠다고 생각했었죠”

대학 진학 후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고생한 정동욱 대표는 관광경영학으로 전공을 바꾼 뒤 뒤늦게 졸업장을 따냈다.

또래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취업 활동은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복지관이나, 평택항만 등에서 경험을 쌓기도 했지만, 적성과는 맞지 않았다.

“매형의 권유로 반도체회사에 들어가 5~6년간 다니기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다는 점은 같았습니다. 일은 편했지만, 성취감이 전혀 들지 않았죠”

 

농업인이 되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정동욱 대표는 2017년 5월 퇴사 후 누나와 함께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승낙을 얻기 위해 퇴사하기도 전부터 밭에 모종을 심었어요. 사실 아버지는 제가 대를 이어 농장을 운영하길 원하셨지만, 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죠”

결국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농토를 물려받은 그는 본격적으로 아스파라거스 농사를 시작했다.

“땅이 3300평 있었는데, 비교적 넓은 면적은 아니어서 선택한 작물이 아스파라거스였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단위 면적당 소득이 가장 높은 고소득 작물이었죠”

아스파라거스는 고소득 작물인 만큼 굉장히 손이 많이 가서 혼자서는 절대 생산할 수 없었다.

“가정주부였던 누나가 함께해 농사를 지을 수 있었어요. 아스파라거스는 잘 포장하는 것이 중요한데, 처음에는 서툴러 경매에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죠. 점차 노하우가 생기면서 극복했지만, 매번 출하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정동욱 대표는 2019년 청년창업농 2기로 선발됐다. 연령 제한이 있어 신청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에 이뤄낸 성과였다.

“3년간 안정자금으로 매월 지원금을 받고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창업자금을 활용해야 했는데, 이 자금으로 온실을 짓기로 결심했죠”

 

평택 1호 바나나 생산

정동욱 대표는 항상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모님이 건조 작업장으로 사용하던 작은 온실을 개조해 열대작물을 심었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나나, 파인애플, 용과, 파파야 등 다양한 작물을 심었는데, 온도만 잘 맞추면 딱히 한 것도 없이 잘 자랐어요. 그래서 대규모 온실을 짓기로 결심하고 다른 지역 선진시설을 찾아다녔죠”

그는 서탄면이나 용인 남사화훼단지 등 인근 지역은 물론, 산청, 해남, 제주 등 바나나농장과 그 지역 농업기술센터를 찾아다니며 정보를 얻었다.

“지인 소개로 좋은 기술자를 만나 2022년 6월 1800평 규모의 온실이 완공됐습니다. 또 제주도에서 어렵게 바나나 묘목을 들여왔죠”

정동욱 대표는 2022년 10월 바나나 묘목 550그루를 심고, 평택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바나나 생산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묘목을 모두 심고 난 뒤 미친 듯이 기뻤습니다. 한데 벌레가 생겨 너무나도 힘들었죠. 무농약 인증을 받기 위해 농약을 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잡았어요”

이러한 노력으로 무농약 인증을 받은 그는 지난 10월 29일 첫 수확에 성공했다.

“저는 생산을, 누나는 판매를 담당하고 있어요. 상품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두 손수 작업하는 방식으로 수확하고 있죠”

정동욱 대표는 온실을 최대 5000평까지 확장해 1년 연중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지역 급식 공급은 물론, 체험농장과 치유농업 등 6차산업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온실 운영 노하우를 쌓아 교포리 일대에 식물원을 조성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국내에서 바나나 하면 연상되는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정동욱 대표가 이를 실현해 평택을 대표하는 농업인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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