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모범운전자 활동 시작
올해 8월 송탄모범운전자회장 취임

 

“교통사고 없는 안전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장녀로서의 책임감

김정숙(57세) 평택경찰서 송탄모범운전자회장은 2남 2녀 중 둘째, 장녀로 태어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를 대신해 어린 시절부터 살림을 도맡았다.

“아버지는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일찍 세상을 떠나셨어요. 이때부터 어머니는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하셨고, 저는 그런 어머니를 대신해 형제들의 도시락을 챙겨야 했죠”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천성이 긍정적이고 밝았던 그는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항상 원만한 교우관계를 유지했다.

“고교 시절 선배들이 저를 많이 예뻐했습니다. 선배들의 권유로 본의 아니게 태권도부에서 활동하기도 했죠. 이때 공인 2단까지 취득하고, 대회에 나가 입상한 경험도 있습니다”

사실 김정숙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화가의 삶을 동경했다.

“저희 집이 서정동 옛 신흥교회 아래 두 번째 집이었는데, 항상 교회에 가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교회 선생님들께서 크레파스를 선물해 주시고, 사생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도와주시곤 했죠”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야만 했던 그는 고교 졸업 후 일찍이 가정을 꾸렸다. 

“분식집 DJ로 아르바이트하면서 남편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졸업하고 그 이듬해인 1987년에 결혼했죠. 어쩌면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장녀로서의 삶이 버거웠던 것 같아요”

 

시련을 극복하다

일찍이 행복한 가정을 꾸린 김정숙 회장에게 이내 큰 시련이 다가왔다.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무렵 남편이 큰 화재 사고를 당했어요. 전신의 40%가 3도 화상이었죠. 운동선수 출신인 데다 젊었기에 기적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이 1년간의 치료를 마치고 퇴원할 무렵에는 큰아이가 뇌막염을 앓았다.

“만삭의 몸이었고 남편의 치료비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까지 아프니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의료보험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김정숙 회장은 건강보험공단의 도움으로 치료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정말 너무나도 감사했어요. 이 사연을 건강보험공단 수기공모전에 제출해 대상을 받기도 했죠”

그는 출산 직후 당장 사회 활동이 힘든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졌다. 힘든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던 것은 모두 주변의 도움 덕분이라고 한다.

“동네 통장님의 소개로 임대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7년 정도 거주했는데, 주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죠.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습니다”

 

송탄모범운전자회를 이끌다

김정숙 회장은 재활을 마친 남편과 함께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며 재기했고, 현재는 건설중기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남편이 사업을 벌였는데, 건강상 운영이 어렵게 되자 제가 대신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모범운전자회도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그는 2012년 5월 모범운전자로 인가받은 뒤 평택경찰서 송탄모범운전자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2년 이상 사고를 내지 않고 사업용 차량을 운전해야만 모범운전자가 될 수 있어요. 인가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도로교통법’상 수신호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죠”

2015년부터 사무국장을 맡아 송탄모범운전자회의 살림꾼 역할을 해온 김정숙 회장은 올해 8월 회장으로 취임해 조직을 이끌고 있다.

“모범운전자회는 주로 아이들 등굣길이나 출퇴근 시간에 교통정리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지역에 큰 행사나 사고가 발생하면 수시로 교통정리를 돕고 있죠. 한데 교통정리 도중 다치면 치료비를 보상받을 길이 묘연해 어려움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정체가 심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 사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다가 작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갈비뼈가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했다.

“상대 운전자가 보험을 들지 않았을 경우 보상받을 길이 전혀 없어요. 중장비의 경우 더욱 보상받기가 힘들죠. 저도 모두 사비를 들여 치료받았습니다. 의사상제 제도를 적용하는 등 법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해요”

김정숙 회장은 앞으로 4년 임기 동안 모범운전자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송탄모범운전자회를 이끌어갈 후배 모범운전자를 양성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평택시보행지킴이 북부지역장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앞으로도 교통안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김정숙 회장의 노력이 밀알이 되어 사고 없는 교통환경이 조성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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