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이불가게 시작, 조각이불 제작
2022년 7월 송탄상공인회장 취임

 

“신장쇼핑몰 상권을 살리기 위해 계속해서 봉사할 계획입니다”

 

이불가게를 열다

평택시 서정리 신창동 신흥교회 인근에서 태어나 열네 살 무렵 신장동에 정착한 하영희(72세) 송탄상공인회장은 그야말로 송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신창동은 황해도 피난민이 대거 정착했던 곳으로, 그의 부모님도 이북에서 내려와 이곳에 터전을 잡았다.

하영희 회장은 어린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탓에 한눈팔 틈도 없이 부모님의 가르침을 따라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대학 진학은 안 된다는 아버지 말씀을 듣고 효명고등학교 전자과에 진학했습니다. 자립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했죠. 다행히 적성에 잘 맞았고, 졸업 후에는 전파사에서 일하며 자립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전역 후 1977년 신장동에 전파사를 차리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7~8개월 정도는 먹고 살 정도로 돈을 벌었어요. 한데 1978년 대기업들이 전자제품 AS를 시작하면서부터 손님이 줄기 시작했죠. 이때 부업으로 미군 소포를 대신 포장하는 패킹 일을 했습니다”

하영희 회장은 미군들이 보내는 소포가 대부분 이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열 박스를 포장하면 여섯 박스가 이불이었습니다. 특히, 밍크 담요에 대한 수요가 많았죠. 이를 보고 이불가게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조각이불을 제작하다

하영희 회장이 1980년 처음 이불가게를 연 곳은 현재 신장동쇼핑몰 블루오페라 맞은편 골목에 있었다.

“당시 같은 골목에만 아홉 곳의 경쟁업체가 있었어요. 신장쇼핑몰 전체로 보면 모두 서른여덟 곳이 있었죠”

경쟁이 치열하니 마진이 남지 않았고, 대책이 필요했다.

“무작정 명동에 가서 퀼트 잡지를 사 왔습니다. 한 권을 모두 번역한 뒤 재봉틀을 활용한 퀼트 제작 방식을 연구했죠. 노력 끝에 무늬가 들어간 ‘조각이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높은 침대를 사용하는 미국인 특성에 맞게 더욱 크게 제작한 하영희 회장의 이불은 곧 미군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틀에 단 4시간만 자면서 낮에는 이불을 팔고 밤에는 영어 공부와 이불 제작에 매진했어요. 마침 운 좋게 미군 사단장의 아내와 인연이 닿았고, 이후 많은 미군 장교 부인이 가게를 찾으면서 매출이 올랐습니다”

그는 더욱 많은 이불을 팔기 위해 전국에 있는 미군기지는 물론, 해외까지 다녀왔다.

“한 달에 서너 번 정도는 다른 지역 미군기지에 가서 이불을 판매했습니다. 파주부터 서울 용산, 군산, 대구, 부산 등 국내는 물론, 일본과 미국까지 안 가본 곳이 없죠”

88올림픽 당시 11명의 직원을 둘 정도로 성황을 이뤘던 그의 가게는 90년대부터 점차 내리막길을 걸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거리두기가 한창일 당시 하루 한 장도 팔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쉬려고 해도 대책이 없으니 곳간 빼먹듯이 모아둔 돈으로 매장을 운영했죠”

 

송탄상공인회를 이끌다

하영희 회장은 송탄상공인회에서만 30년 넘게 활동했다. 이사와 부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2022년 7월부터 회장을 맡아 상공인회를 이끌었다.

“송탄상공인회는 회원 130명이 낸 회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회장이 된 이후 투명한 운영을 위해 모든 회계를 공개하고 있어요”

그는 무엇보다 신장쇼핑몰 일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현재 경기 침체로 신장쇼핑몰 일대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래서 미군과의 교류를 늘리고, 송탄국제교류센터, 국제대학교와 협약을 맺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평택시소상공인연합회에도 가입했죠”

지난해 경기도 골목상권 지원사업에 선정돼 신장쇼핑몰 일대 상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한 송탄상공인회는 올해 경기도 대표상권 사업에 도전해 더 많은 사업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침체한 경제도 문제이지만, 계속 오르는 임대료로 인해 많은 상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난관을 넘기 위해서는 특화상품 개발 등 지자체 차원의 연구와 노력이 필요해요”

하영희 회장은 임기 시작 후 몸무게 6㎏이 줄어들었다. 신장쇼핑몰 상권 활성화를 위해 골몰한 탓이다.

“회장 임기는 2025년 3월까지예요. 개인적으로는 연임을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직함을 떠나 신장쇼핑몰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속해서 봉사할 계획이죠”

40여 년간 이불가게를 운영하며 신장쇼핑몰을 지켜온 그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봉사할 계획이다. 하영희 회장의 오랜 경험이 신장쇼핑몰의 부흥을 찾는 지혜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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