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1일 자비사 주지 부임
평택현역사문화마을시민모임 연대

 

“불심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승려가 되다

자비사 주지 보문 스님(60세)은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우연히 연이 닿게 된 정오 스님을 따라 이천 영월암에 기거하면서 스님들의 보살핌 아래 성장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외가댁에서 지내다가 정오 스님을 따라오게 됐는데, 어린 나이에도 절이 참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스님이 염불을 외면 옆에서 덩실덩실 춤을 췄죠”

그는 정오 스님이 입적한 뒤 화성시 용주사에서 성장했다.

당시 용주사에는 10여 명의 학생이 머물렀는데, 교사 출신인 용주사 주지 정무 스님의 자상하고 세심한 보살핌 덕분에 바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

“수원 유신고를 졸업한 뒤 아주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당시 민주화운동이 한창이었는데,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회의 암담한 현실을 목도하면서 결국 출가하기로 결심했죠”

보문 스님은 22세에 출가하면서 처음 평택과 인연을 쌓았다.

“평택 진위면 동천리 만기사에서 출가했어요. 정무 스님의 제자이신 당시 만기사 주지 세영 스님이 제 은사이시죠. 당시 만기사에 머물며 K-55 평택오산미공군기지에서 군 복무를 마치기도 했습니다”

전역 후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을 배운 그는 이후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조계종 전통교육기관 ‘강원’을 수료하고, 모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끝없는 깨달음의 길을 걸었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인천 용화사에서 3년간 참선 수행을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8년간 여러 절을 거치며 16안거를 수행했죠. 그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현재는 선학과 선종사 박사 학위를 수료하고 논문 집필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문화재 반환 운동

보문 스님은 45세에 유년 시절을 보냈던 이천 영월암의 주지를 맡았다.

그는 2021년까지 12년간 영월암 주지를 맡으면서 절의 살림살이는 물론, 이천 불교계의 부흥을 위해 부단히 애썼다.

“이천 불교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2011년부터 연등축제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다른 스님들도 처음엔 반신반의하셨지만, 중단됐던 연등축제가 부활하자 믿음을 주셨죠”

2012년부터는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일본 오쿠라재단이 소유 중인 이천오층석탑을 되찾아 오기 위한 투쟁의 선봉장이 됐다.

“오쿠라재단은 석탑이 일본으로 왔기 때문에 파손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다고 주장해요. 해괴망측한 논리죠. 그래서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탑돌이문화제를 열었습니다”

탑돌이문화제는 해를 거듭하면서 4000명의 인파가 몰릴 정도로 대규모 행사가 됐다.

“조계종과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 간 가교 역할을 해 대외적으로 많은 관심과 지원을 끌어냈습니다. 무려 10만 명에 달하는 서명을 받았고, 단일 문화재로는 최초로 반환 촉구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죠. 이천오층석탑 반환 운동은 현재 진행 중이에요”

 

평택지역사회와 연대

영월암 주지 임기를 마친 보문 스님은 1년 4개월간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을 역임한 뒤 2022년 1월 11일 평택 팽성읍 객사리 자비사 주지로 부임했다.

“전통사찰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사료를 찾아보니 삼국시대에 불교가 유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창건됐다는 전설이 내려져 오고 있었어요. 지역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문화재이죠”

그는 자비사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고, 공동체 의식을 되살리는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시민과 함께 노력할 계획이다.

“자비사는 팽성읍객사나 평택향교, 평택현 관아 터, 부용산 등과 연계한 역사문화벨트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현재 시민과 함께 ‘평택현역사문화마을시민모임’을 결성했고, ‘평택현역사문화벨트’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보문 스님은 지역 역사자원과 연계해 자비사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그 가치에 걸맞은 재정비를 목표로 시민사회와 연대하고 있다.

“시민모임 차원에서 두 차례 공청회를 열었고, 정책간담회 또한 추진하고 있어요. 올해 1월 1일에는 부용산에서 해맞이 행사를 열었는데, 무려 250명에 달하는 주민이 모였죠”

전통사찰로서 지역사회에 기여할 방안도 지속해서 고민 중이다.

“자비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명상운동을 통해 시민이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명상, 참선, 수련을 통해 시민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정신문화운동을 전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죠”

승려로서 사찰과 종교적 발전뿐만 아니라 시민과 연대하고 기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짧은 기간에도 지역사회에 큰 울림이 되고 있다. 보문 스님의 이러한 노력이 자비사와 지역사회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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