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도 믿지 못하는 세상인데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믿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인지 ‘상상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뜬구름 잡고 있네’라고 받아친다. 상상은 허무맹랑한 것이며 믿을만한 것이 못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상상이 정말로 허무맹랑하거나 믿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아이들의 상상력은 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일까?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달리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해서 돌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 쉬운 예로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도덕이나 윤리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사회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관념일 뿐이다. 그런데 그 도덕과 윤리라는 관념이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한다. 사람들도 그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그것을 어긴 사람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진짜로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처음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방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안경은 썼는지, 머리는 단발머리인지 혹은 긴 머리인지, 옷은 어떤 걸 입었는지 등을 보고 상대를 평가한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그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보이는 것은 얼마든지 거짓으로 꾸며낼 수 있으니 그것은 누가 봐도 그 사람의 진짜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짜 그 사람일까. 

진짜를 찾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그것은 무(無)에서 유(有)를 찾는 상상력이 아니고 유(有)에서 무(無)를 찾는 상상력이다. 만일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상상으로 이어진다면 그건 분명 몽상이나 허구에 가깝다. 그러나 상상의 힘은 나와 연계된, 내가 관심을 가진 작은 일에서부터 촉발된다. 

내가 관심을 가졌던 상대방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된 경우, 아니면 그 사람이 힘없는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권력을 행사하는 장면과 마주치게 될 때, 그건 아주 작은 경험이지만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파악하는 중요한 기제가 될 수도 있다. 그 일을 계기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씩 유추해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면을 유추한다는 것은 명백한 상상의 영역이지만 상대방을 겉으로 보고 평가했을 때보다 훨씬 더 그 사람의 본질에 가깝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한 번도 미래를 가본 적이 없으므로 모든 미래는 오롯이 상상의 영역에 있다. 우리는 상상의 영역에 담겨 있을 미래를 기대하며 살아간다. 거기에는 더 나은 무엇인가가 있겠지 하는 믿음으로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그 미래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 그중에서도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간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에 관심을 두고 지내다가 자신이 가진 상상력으로 미래를 풍성하게 만들 무엇인가를 유추해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의 미래는 그런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현재를 고민하고 그것으로부터 상상을 연결하는 것, 그것이 미래다. 

현재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인공지능도 예전에는 모두 공상과학 만화에 등장했었다는 걸 떠올리면 상상이 미래에 기여하는 정도를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운전자도 없이 자동차가 저절로 달리고, 로봇이 말을 거는 세상, 그건 만화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이다. 안방에나 놓았었던 전화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닌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 국민이 컴퓨터가 내장된 핸드폰을 손에 들고 다닌다. 모두 상상이 만든 세상이다. 

우리의 미래를 바꿀 위대한 상상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상상은 나와 연계된, 내가 관심을 가진 것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상상은 내가 관심을 가진 것들, 그래서 내 마음이 쏠리는 것들 그 너머의 것을 보고자 하는 진심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것은 진짜를 발견하고자 하는 의지이며 더 나아가 진짜들이 많아진 세상에서 궁극적으로는 나와 연계된 모든 사람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선의가 합쳐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행복한 사람들 속에서 자신도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최선을 다해 상상을 구현하려 할 테니 말이다.

관심과 상상은 사람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람은 사람하고만 연계되어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 연계된 것이라면 동물, 식물, 혹은 무생물에 이르기까지 상상의 영역은 그야말로 자유롭게 확장될 수 있다. 나와 연계된 상상으로부터 자신을 재발견하는 일,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진짜를 발견하는 힘, 그것이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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