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란 무엇일까.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것, 시계 초침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면서 12시를 두 번 찍으면 하루가 마감된다고 정한 것은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나무나 꽃은 지금도 해가 뜨면 잎을 펴고, 해가 지면 잎을 오므리며 해의 뜨고 짐에 순종하며 살아가는데 말이다. 

시계는 시간의 본질이 아니다. 시계는 인간을 통제하는 하나의 수단이며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일상을 편리하게 하는 일종의 도구일 뿐이다. 세계 내에 존재하는 모든 건 시간의 영향을 받는다. 인간도, 시계도 모두 시간의 영향을 받는 테두리 안에 있다. 

시간은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인문학자들에게도 늘 연구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이미 한 세기 전에 시간이 일정하게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산에서의 시간은 더 빨리 흐르고 평지에서의 시간은 더 느리게 흐른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정밀한 시계로 잰다면 그 차이를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시계는 높은 곳에 두었을 때보다 바닥에 두었을 때 솜털의 차이만큼 느리게 흐른다.

시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도 시간의 영향을 받는다. 과학자들은 위쪽보다 아래쪽에서 모든 게 느리다고 한다. 모든 조건이 같은 두 친구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한 명은 산에 살고 한 명은 평지에 산다면 아마도 수년이 지난 후 평지에서 산 친구보다 산 위에서 산 친구는 조금 더 늙어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의 말대로라면 두 사람이 수년 뒤에 만나 각자 손목에 찬 시계를 비교한다면 서로 다른 시간을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어떤 시간이 진짜이고 어떤 시간이 가짜인지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물리학에서는 특별한 시계가 특별한 현상 속에서 측정한 시간을 ‘고유시간’이라고 부른다. 모든 시계에는 각자의 고유시간이 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에도 고유시간, 고유 리듬이 있다. 사람에게도 ‘고유시간’이 있으며 그 고유시간은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다. 즉 시간은 모든 존재에게 각자 다르게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의 한 시간은 나의 한 시간과 다르고, 당신의 일 년은 나의 일 년과 다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시간이 산과 평지에서 다르게 흐른다는 것 외에도 속도에 의해 늦춰질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예를 들면 한 명은 제자리에 멈춰 있고, 다른 한 명은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걸어 다닌다고 했을 때 걸어 다닌 친구의 시간이 멈춰 있는 친구의 시간보다 더 천천히 흐른다고 한다. 움직이는 친구는 멈춰 선 친구보다 덜 늙는다는 것이다. 그의 시계도 느리게 흐른다. 많이 움직이면 많이 움직일수록 시간은 더 천천히 흐른다. 

1970년대에 제트기에 초정밀 시계를 가지고 탑승해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자 비행 중인 시계는 지상의 시계보다 조금 뒤처져 있음을 확인한 사례가 있다. 많이 움직이면 많이 움직일수록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른다는 것은 생소하면서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시간에 둘러싸인 세계 내의 모든 존재는 언젠가는 변화한다. 사람도, 시계도 마찬가지다. 변화한다는 걸 전제로 했을 때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건 시간을 잘 활용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고유시간’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이동하는 속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으니 시간을 조금 더 느리게 살고 싶다면 평지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누군가는 일에 매달려 하루를 온통 사무실에서만 지낸다. 누구를 만날 시간도, 함께 차를 마실 시간도 없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지고 하루를 마감할 시간이 된다. 눈을 뜨면 다시 아침 일과가 시작되고 어제와 똑같이 바쁜 일상을 사무실에서 보낸다. 그 사람에게 자기를 위한 시간이나 가족을 위한 시간은 없다. 과학자들의 말처럼 이 사람의 고유시간은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훌쩍 늙어버린 자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열심히 돌아다니며 바쁜 일과를 보낸다. 사람도 만나고 장소도 옮겨 다니고, 바쁜 일과 중에 잠시 짬을 내서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즐긴다. 잠깐이지만 음악도 듣고, 취미생활도 즐긴다. 그에게 시간은 앞서 사무실에 앉아 일에만 매달린 사람보다 느리게 흐를 것이고, 천천히 늙을 것이 분명하다. 

과거와 미래는 다르고 원인은 결과에 선행한다. 깨진 컵을 되돌릴 수 없고 지난 과거는 현재의 우리를 바꿀 수 없다.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으며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게 아니다. 누구에게는 빠르게, 누구에게는 느리게 주어진다. 시간이 느리게 지나가도록 하고 싶다면 한 곳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에 눈길을 주고 많은 곳을 돌아보면서 살면 된다. 

아직 존재하지 않은 미래는 가능성으로 활짝 열려있다. 햇볕 잘 드는 의자에 앉아 바람이 머리칼을 어루만지고 지나가는 걸 느껴 본 적이 있을까. 태양이 천천히 동에서 서로 옮겨가는 것, 달이 구름 안으로 스며들었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 태양 아래에서 눈이 서서히 녹는 걸 본 적이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시간을 느끼는 방법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함에도 우리가 시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것을 마주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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