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에서 20년간 학원 운영
2022년 mM아트센터 관장 부임

 

“평택이 문화 불모지가 아닌 문화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미술을 전공하다

최승일(55세) mM아트센터 관장은 평택과 맞닿은 경기도 오산에서 성장했다.

오산중앙시장에서 기름집과 방앗간을 운영한 부모님은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장남인 그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셨다.

“과거에는 장남의 의미가 컸잖아요. 그래서 유독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죠.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최승일 관장은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컸다. 첫 특별활동 때도 미술부를 선택했고, 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도 그림그리기를 즐겨 했다.

“친한 친구 둘과 셋이 함께 다니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중학교 때부터는 함께 화실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우기 시작했죠. 집에 큰 방이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머물며 작업실처럼 썼던 기억이 있어요”

어머니는 미술을 반대하는 아버지 몰래 학원비를 지원하며 그가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왔다.

서라벌예술대학교 2기 입학생이었던 아버지는 예술가의 삶이 녹록지 않은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가 어려운 길을 걷지 않길 바랐다.

“고교 진학 후 가세가 기울면서 집안 사정이 어려워졌는데, 어머니는 그 와중에도 계속 장사를 하시면서 저를 지원하셨어요. 덕분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미술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수원 일대 화실에서 미대 입시를 준비한 학생 중 뛰어난 실력으로 유명했던 최승일 관장은 대학에 붙지 못하는 실패를 겪기도 했다.

“당연히 대학에 갈 줄 알았습니다. 겉멋이 들었던 것 같아요. 결국 재수해서 중앙대학교 회화과에 진학해 서양화를 전공했죠”

 

미술학원을 운영하다

대학 졸업 후 경기도 광주의 한 축사를 개조해 머물며 미술 작업에 몰두한 최승일 관장은 은사님의 제안을 계기로 미술학원 사업을 시작했다.

“몇 년간 작업실에만 있는 제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은사님의 제안으로 미술학원 운영 업무를 맡게 됐어요. 이후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물려받아 수원·화성 지역에서 20년간 학원을 운영했죠”

오랜 기간 수많은 학생을 지도한 그는 무엇보다 제자들이 재수하지 않고 대학에 잘 진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했다.

“학원 경영으로 보면 재수생이 있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제자들의 운명이 달린 문제였기에 굉장한 책임감을 갖고 지도했습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기안84나, 예술가 김충재 등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제자들이 많죠”

제자들을 지도하는 데 누구보다 열성적이었던 최승일 관장은 어느 날 번아웃 현상을 겪게 된다.

“2017년 1월 대입 원서 마감하는 날까지 상담하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어요. 쉬지 않고 일해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던 것이었죠. 이후 사업을 모두 넘기고 작품 활동에 전념했습니다”

 

mM아트센터를 기획하다

아트바젤 등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작가로서 왕성히 활동한 최승일 관장은 우연히 한 기업인과 인연이 닿으면서 mM아트센터를 기획하게 됐다.

“한 회장님을 알게 됐는데, 1990년대에 직접 수집한 소련 시절 작품의 보전 처리 작업을 제게 맡기셨습니다. 이후 해당 기업에서 진행한 미술관 건립사업에 참여했고, 2022년 mM아트센터가 개관하면서 관장으로 부임하게 됐죠”

그는 미술관 준비 단계부터 내부 설계와 운영방안을 많이 고민했다.

“미술관이 위치한 포승읍 도곡리는 굉장히 외진 지역이었지만, 기존에 있던 공간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공장으로 활용됐던 시설의 내부 공간을 그대로 살리자고 제안했죠. mM아트센터는 공간에 대한 메리트가 있습니다”

최승일 관장은 무엇보다 mM아트센터가 지역과 함께,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기를 원했다.

“mM아트센터의 ‘m’은 밀리미터의 약자로 수많은 예술가를 의미하고, ‘M’은 메가 뮤지엄의 약자로 미술관이 수많은 예술가와의 관계 맺기를 통해 새로운 미술관의 영역을 구축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수평의 미학’이나,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등 지역의 특색을 담은, 지역작가와 함께하는 전시를 열었죠. 이곳의 헤리티지로 이야기를 만들어 널리 퍼트리고 싶어요”

그는 평택시민을 위한, 지역작가와 함께하는 전시를 열기 위해 평택시, 평택시문화재단과 소통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애초에 공익적인 목적이 있던 만큼 사립미술관일지라도 지역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후원가나 예술가와의 교류를 통해 mM아트센터의 경쟁력을 쌓기 위한 작업도 열심히 하고 있다.

최승일 관장은 mM아트센터 운영을 안정화한 뒤 소박하게나마 개인 활동을 재개하고 싶다고 한다. 미술가로서의 욕구를 뒤로한 채 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최승일 관장의 이러한 노력이 평택의 문화예술 활성화에 한 줄기 빛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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