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부부 정착 돕기 위해 시민사회 활동
2023년 9월 한국조류보호협회 지회 인가

 

“평택지역의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동아리에서의 경험

김영철(53세) 한국조류보호협회 평택시지회장은 자연 생태계와는 비교적 거리가 먼 대도시, 서울 출신이다.

그는 고교 시절 ‘야생조수탐조회’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처음 자연 생태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학교에 처음 생긴 동아리가 야생조수탐조회였습니다. 탐조하기에는 장비가 부족해 나비 채집을 주로 했죠. 그래도 표본과 도감을 만드는 일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동아리 활동을 통한 경험이 진로와 연결되지는 않았다. 김영철 지회장은 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 인천에 있는 한 직업훈련학교에서 2년간 금형 기술을 배웠다.

군 전역 후에는 1994년 11월 기아자동차에 입사하면서 경기 남부지역에 정착했다.

“총각 시절엔 수원과 화성 일대에서 살았어요. 가정을 이룬 뒤에도 안산과 수원 등 경기 남부에 거주하다가 2005년쯤 충남 아산에 정착했죠. 통근이 가능한 지역 중 비교적 안정적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이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탐조에 매료되다

김영철 지회장은 아산에 정착한 뒤 아내의 권유로 탐조 활동을 취미 삼기 시작했다.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인 아내가 먼저 아산지역 생태모임에 가입하면서 관련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생태모임의 교육을 한국조류보호협회 아산시지회장님이 담당하셨는데, 아내의 제안으로 저도 이분의 탐조 일정을 따라다니게 됐죠”

2007년 겨울 쌍안경과 카메라를 구입해 탐조를 시작한 그는 새를 관찰하는 일에 점차 흥미를 느꼈다.

“탐조 전문가를 따라다니다 보니 재밌기도 하고, 고교 시절 옛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단순히 새만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와 관련한 여러 분야로 시선이 확장되면서 자연을 공부하게 됐죠”

초보 탐조가에게 새로운 조류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일은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탐조를 시작하면서 산 도감에는 국내 조류 500여 종이 기록돼 있었는데, 처음엔 이 새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습니다. 알음알음 소식을 전해 듣고 전국으로 탐조를 다녔죠. 한데 어느 순간 내가 스탬프 모으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어요”

탐조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종을 추가한다는 뜻으로 불리는 일명 ‘종추’에 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의 돌이키며 회의감이 들었다는 김영철 지회장은 이때부터 지역 생태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지역에 어떤 새가 살고 있고, 철새가 어떤 시기에 오는지 등 생태계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이 더 가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관점의 탐조 활동이 시민과학이 될 수 있고, 향후 자연과학 발전과 지역 생태계 보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죠”

 

조류 생태계 지킴이

김영철 지회장은 2016년쯤 평택 청북읍에 정착했다. 연고가 없는 생소한 곳이었지만, 직장과 좀 더 가까운 지역을 선택한 결과였다.

“평택으로 이사한 뒤 홀로 탐조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부터는 예산 황새복원센터에서 방사한 황새들을 관찰하는 모니터링 사업에 매년 참여했죠. 2020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평택에서 황새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는 ‘천연기념물 제199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황새 한 쌍이 2023년 2월 평택 안중읍의 한 아파트 옥상에 정착을 시도하면서 우연히 시민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황새복원센터와 소통하면서 아파트 옥상은 새와 사람 모두 위험에 처할 수 있어 번식처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다행히 많은 시민의 관심으로 ‘안중황새가족지킴이모임’을 결성했고, 모금 운동과 한국농어촌공사, 안중읍 학현3리 주민들의 협조로 인공둥지탑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안중황새가족지킴이모임은 모금을 통해 세운 인공둥지탑을 평택시에 기부했고, 이후 민간협치예산을 신청해 올해 관련 사업 예산으로 모두 1억 600만원을 확보했다. 

“황새 부부가 올해도 같은 아파트 옥상에 둥지를 지으려 합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인공둥지탑 추가 조성, 모니터링 사업, 모니터링요원 교육 사업 등 여러 사업을 평택시에 제안한 상황이죠”

김영철 지회장은 한국조류보호협회에 평택시지회 설립을 신청해 2023년 9월 인가받았다. 아직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지역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시민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지역 생태계를 관찰하고 기록해 이를 잘 보전하기 위한 밑거름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영철 지회장의 노력이 평택지역 생태계를 잘 보전하는 발판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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