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룬 건 잠시 속도 늦췄기 때문”

취업 앞둔 조급함 대신 1년 간 호주 배낭여행
많은 경험이 현재 성숙한 경찰로 거듭나게 해

 
지구상에 있는 어떤 사람도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경우는 없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생각으로 자라 자신만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 인생이기에 인생은 더욱 특별함을 갖는다.

취업 대신 혼자 떠난 배낭여행
“친구들이 졸업 후 취업준비를 하고 있을 때 전 배낭여행을 떠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어요. 여행비용을 모으고 영어를 익히며 하나하나 준비해갔죠. 저라고 취업에 대한 불안함이 왜 없었겠어요. 그런데 그 불안함보다 더 넓은 세계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간절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평택경찰서 외사계 소속으로 현재 평택항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유성희(28) 순경은 이제 고작 경찰경력 2년이 되는 새내기 경찰이다. 경찰이 되기 전에는 그녀 역시 다른 대학생들처럼 공부하고 취업걱정을 하며 지내던 평범한 20대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대학을 졸업한 후 배낭을 꾸려 호주로 훌쩍 떠나 1년 동안 호주 구석구석을 누비며 혼자 배낭여행을 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의 딸을 먼 타국으로 떠나보내기까지 부모님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결국 딸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호주로 떠나기 전 여행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어를 배웠어요. 1년 비자를 받아 떠났으니까 1년 정도를 예상하긴 했죠. 호주에 도착해서는 여행자들이 주로 묵는 숙소에서 지내며 각국에서 온 배낭여행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혼자 간 여행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안 되는 영어도 써야 했고 그러면서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마음을 터놓고 친해질 수 있었죠”
친구들에게도 먼저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소극적이던 유성희 순경은 해외여행을 다니는 동안 점점 자신감이 생기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해갔다고 털어놓는다. 그 성격은 현재 그녀가 경찰이라는 직업을 열정적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능통 영어로 민원 해결하는 경찰
“경찰과 관련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게 내 길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정의를 실천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참 멋있어 보였죠. 부모님은 여행하며 1년을 허송세월하면 다른 친구들에게 뒤질 거라고 계속 설득 했지만 전 그 경험이 결코 인생을 허비하는 시간이 되진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제가 소극적이긴 해도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고집스러운 면이 있거든요”
유성희 순경은 1년여를 호주에서 보내며 발길 닿는 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어느 날 자연스럽게 그만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친구들을 만나며 스스로를 성찰한 뒤 이제는 떠나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어느순간 하게 되었다고. 
“경찰이 되고 나서는 해외 배낭여행하며 익혔던 영어가 요긴하게 쓰일 때가 많아요. 특히 평택은 외국인들이 많잖아요. 동료들이 순찰 나갔다가 밤늦게 제게 전화를 해서 통역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통역을 하는 사람들은 낮 시간에 주로 하지만 저희는 직업의 특성 상 밤 시간에 일이 터질 때가 많거든요. 이제 고작 경찰 새내기인데 짧은 영어실력이라도 동료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은 고맙고 감사한 일이죠”
유성희 순경은 경찰이 된 후 여러 힘든 상황들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순찰하며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여러 상황들을 설명해 주거나 경찰이 되어 세상에 정의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면 새삼 경찰로서의 보람을 느끼곤 한다.

인생, 조금 늦게 가도 괜찮아
“경찰이 사회적으로 나쁜 이미지도 있지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경찰들이 더 많다는 사실도 경찰이 되고 난 후 느낀 것이었어요. 저도 그 분들처럼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바른 경찰이 되고 싶어요. 제가 텔레비전에서 보며 꿈꾸었던 것처럼 그런 멋진 경찰이 되는 게 현재 제 꿈이에요”
유성희 순경은 오는 7월 26일 K-6 캠프험프리스수비대의 초청으로 부대 내에서 범죄예방교실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경찰로 재직하는 동안 범죄 심리를 공부하고 싶다는 것도 그녀의 향후 계획에 포함돼 있다.
“지금도 많은 후배들이 대학시절 내내 취업걱정만 하다가 졸업 후에도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는 게 현실이에요. 취업 때문에 다른 곳은 쳐다 볼 엄두도 못 내고 있죠. 하지만 남들과 똑 같이 가기 위해 애쓰다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놓쳐버리는 것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한 템포 쉬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해요. 남들보다 조금 늦게 가면 어때요? 인생에서 1~2년을 늦춘다고 인생 자체가 늦는 건 아니잖아요”
유성희 순경은 남들과 비교하며 뒤처지는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인생에 집중하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라고 말한다. 홀연히 더 넓은 세계를 보겠다며 떠난 자신을 지금 현재도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이라는 문턱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후배들을 위해 조금 천천히 가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 유성희 순경, 그녀는 남들과 ‘다른’, 오로지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기 위해 오늘도 씩씩하게 한 발씩 앞으로 전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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