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없이 소박하게 마음 편히 살아요”

사진 찍고 가구 만들고 자전거 타며 사는 삶
돈 많이 버는 건 포기, 좋아하는 일 하며 살아

 
남들과 같아짐으로 얻게 되는 평안함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특별해 보이는 것은 바로 그런 일반적인 관념을 깨뜨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니던 직장 퇴사, DIY에 빠져
“맥주 만드는 회사에서 10여년 근무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가 과연 직장을 평생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평생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고 싶었고 아내의 동의를 얻어 직장을 그만 둔 뒤 평택 시내에서 PC방과 커피숍을 운영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PC방은 일찍 접고 커피숍은 5~6년 정도 했는데 건물 주인과 마찰이 있어 결국 접어야 했어요. 첫 사업인 만큼 상심도 컸죠”
세교동에서 호프집 ‘크레마’와 DIY 가구공방 ‘만드는 세상’을 운영하고 있는 민복기(48) 대표는 직장을 그만두던 나이가 30대 중반, 그리고 돈 벌겠다는 욕심을 버린 나이가 40대 초반이라고 말하며 사람 좋게 웃는다. 그에게 돈이란 따라갈수록 멀어지는 존재였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포기해야만 하는 대상이었다.
“당시 직접 만드는 가구가 유행이었는데 저 역시 관심이 많이 갔었어요. 그래서 경기도 광주까지 찾아가 가구 만드는 것을 배웠죠. 갈 때 1시간, 돌아올 땐 2~3시간 걸리는 길을 6개월간 매일 다니며 가구 만드는 방법을 배웠어요. 처음엔 너무 재미있어서 집에 기계를 갖다 놓고 가구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곤 했죠. 그게 공방의 시작이었어요”
민복기 대표는 지인들의 경우 당시 자신이 만들어준 가구를 하나쯤은 다들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공방만으로 생활을 유지하기란 어려웠다. 그래서 공방 위에 호프집을 차려 아내와 함께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유시간이 생기자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카메라를 꺼내들고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 찍고 액자 만들어 개인전
“사진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당시 필름 카메라를 사셨는데 쓰지 않으셔서 결국은 제 차지가 되었고 그때부터 저는 카메라에 빠져들기 시작했죠. 전공은 못했지만 사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결혼식 사진을 찍으러 많이도 돌아다녔어요. 사진 찍어주는 대가로 술도 많이 얻어먹었죠. 그러다 막상 결혼을 하고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부터 사진을 점점 소홀히 했는데 아이들이 생기면서 아이들 사진 찍어주려고 디지털 카메라를 산 것이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됐어요. 내면에서는 사진에 대한 미련이 오래 남았었나 봐요”
민복기 대표는 오래전에 손에서 놓았던 카메라를 다시 꺼내들면서 순수 아마추어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현재는 동호회인 ‘사우회’와 ‘포커스’에서도 활동하고 있지만 프로작가가 되겠다는 욕심이 없기에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찍고 싶은 사진을 렌즈에 담아내고 있다.
“처음에는 여러 사진들을 찍었는데 점차 나만의 색깔을 가진 사진을 찍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집 주변이나 통복천 등 가까운 곳에 있는 피사체에 눈길이 갔는데 평범하게 찍기보다는 접사렌즈를 사용해 작은 것들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죠. 그러다보니 소재가 정말 많아지더군요. 주변에만 해도 무심히 지나가던 것들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곤 했죠”
민복기 대표는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모아 직접 만든 나무 액자에 넣은 뒤 자신이 운영하는 호프집 벽면에 걸고 개인전을 시작했다. 특별히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운영하는 개인전이지만 그에게 이번 전시는 어떤 프로작가의 전시회보다 값지다. 자신의 사진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들과 자전거 타며 하이킹
“특별히 고생을 안 하고 산 것 같아요. 돈이나 명예는 얻지 못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부모님이나 가족들도 다 건강하고, 회사 그만 둘 때 산 입에 거미줄 치겠냐며 쿨 하게 나를 이해해 주었던 아내도 있고, 진급도 빨랐고, 퇴사도 남들보다 빨랐고, 뒤돌아보니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삶이었네요”
민복기 대표는 돈과 명예욕을 버리니 인생이 행복해지더라고 말하며 큰 소리로 웃는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매진할 때 느끼게 되는 행복이라는 게 민복기 대표의 지론이다.
“요즘은 공방 회원들과 4년째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어요. 자전거를 타기 위해 매주 목요일이면 공방 문을 닫아걸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바람을 뒤로하고 자전거를 타는 느낌은 세상 무엇보다 행복해요. 얼마 전에는 아들과 함께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도 했죠. 현재는 아홉 명의 공방 회원들이 ‘만세MTB’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당진이나 안성, 평택호 등지로 자전거 하이킹을 떠나곤 해요”
자신이 전시했던 호프집 벽면은 전시를 원하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대여하겠다고 의지를 밝히는 민복기 대표, 돈이나 명예욕도 없다고 말하며 활짝 웃는 그는 마치 촘촘한 그물에도 걸리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바람처럼 자유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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