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시(伊予市), 무인역(無人驛)에 꽃 심는 사람들이 사는 곳”

日 농촌, 고령화·공동화空洞化 현상 심각
사람답게 사는 일, 사람이 가장 큰 힘 돼

우리나라보다 농촌의 고령화·공동화가 더 심화돼있는 일본은 이런 농촌 마을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전국에 지역살리기협력대를 파견하는 등 다양한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 일본 각 농촌지역에는 정부에서 파견된 지역 살리기 전문가 6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도시 떠나 시골에서 새로운 삶
“후쿠시마는 이미 방사능 수치가 높아져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제가 살던 도쿄는 아직 피해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요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저와 아내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조금 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고 결국 시골행을 결심했습니다. 비록 도쿄에서 받던 것보다 1/5 수준의 적은 월급을 받고 있지만 마음은 무척 편합니다”
일본에서 ‘지역 살리기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토미타 사토시(48) 씨는 2년 전 국가사업으로 진행되는 지역살리기 공모에 선정돼 3년 계약직으로 가족과 함께 에히메현(愛媛縣) 이요시(伊予市)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선사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아내의 동의를 얻어 결정한 일이었다.
“이요시를 살리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심각한 고령화로 젊은이들의 수가 줄어든다는 데 있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타 지역에서 이주하는 젊은 사람들이 있어야 했죠. 이요시는 풍경과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이지만 그것만으로 정착을 꾀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토미타 씨는 이요시에는 크고 작은 가게들이 사라지고 술집들만 남아있다고 전한다. 농업과 어업이 주된 생활수단이지만 이것만으로 타지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마을주민 함께 하는 대안공동체
“처음 이곳에 내려왔을 때는 뭘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600가구 정도 되는 집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의견을 듣는 것이었죠.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게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문제점을 파악하겠다는 토미타 씨의 생각과는 달리 마을 사람들은 집을 찾아온 토미타 씨 손을 잡고 “잘 오셨다. 여긴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지만 나쁜 사람이 없고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러나 토미타 씨는 바로 그 점에 착안했다. 착한 사람들만 살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도시와 달리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곳이며 따뜻한 정이 흐르는 매력 있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요시에 시모나다역이라는 작은 무인역이 있는데 작고 초라한 역이었지만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이라는 장점이 있었죠. 가끔 사진 찍는 사람들이 와서 머물다 가곤 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아무도 봐주지는 않지만 좋은 사진을 찍으라고 어르신들이 나와 잡초를 뽑고 꽃을 심는 거예요. 저는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쳐 이곳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이 역은 1년에 수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관광코스가 될 수 있었죠”
시모나다역은 우리나라의 정동진 같은 곳이다. 지금도 이곳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하고 한번은 내려 보고 싶은 아름다운 역 베스트에 뽑히기도 했다.

사람이 자원이 되는 마을 ‘이요시’
“이곳은 마을마다 방범대가 있어 아이들 이름을 전부 외우고 있을 정도예요. 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는 적어도 교육 환경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귀농하는 젊은 사람들도 많아서 빈집을 임대해주기도 하고 그룹을 지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하죠”
인근에 있는 미도리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 까지 전교생이 모두 15명뿐이다. 산골짜기에 있는 학교지만 마을 사람들과 관계자들이 힘을 합쳐 낡고 오래된 학교를 환경을 잘 살린 모범적인 학교로 만들었다. 현재 이 학교는 전국 각지에서 환경교육을 하기위해  찾아올 정도의 유명학교가 되었다.
“계약기간 만료까지 고작 1년이 남았지만 기간이 끝난 후에도 저와 가족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살아갈 작정입니다. 일을 하며 가장 좋았던 건 사람들로부터 이 마을이 많이 밝아진 느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였죠. 여러 성과들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무인역에 꽃을 심을 정도로 숨기는 것 없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마을 주민들은 토미타 씨의 3년 계약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민들의 1/3 정도가 서명운동을 해서 그가 계속 마을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기를 국가에 청원했다. 주민들의 청이 받아들여지면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도 이요시 소속으로 마을을 위해 일할 수도 있게 될 예정이다.
도농복합도시인 평택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농촌사회의 고령화와 공동화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는 다르게 아직 이렇다 할 지역 살리기는 진행되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마을 주민들을 기반으로 하는 마을 살리기는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시재생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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