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민간교류 20년 우정, 음식문화로 하나되다

양국 ‘전통음식’이라는 친숙한 주제로 마음의 벽 허물어
정성 가득했던 홈스테이, 양국 생활문화의 이해 폭 넓혀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지리적으로는 어떤 나라보다 가까운 곳에 있지만 마음의 거리가 그만큼 멀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24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1년 365일 다사다난한 일들을 참고 이겨내는 현실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별반 다를 게 없다. 지난 20여 년간 평택포럼이 꾸준하게 이어온 한·일 간의 민간교류는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 20여 년간 이어온 끈끈한 우정
‘평택포럼’과 ‘에히메지구시민회(愛媛地球市民會)’가 주최하고 <평택시사신문>과 평택시·국제대학교가 후원한 ‘한일 시민우호교류포럼’은 20여 년간 이어온 끈끈한 우정을 확인이라도 하듯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가운데 진행됐다. 그동안 날카로운 현안문제들을 되짚어가며 양국의 이해를 높이는 자리를 가져왔던 평택포럼은 지난해부터 건강한 100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인간 본연의 마음을 담아 ‘음식’이라는 주제를 통해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 교류를 시작했다.
지구시민회 회장이자 에히메현의회 의원인 모리타카 야스유키 씨는 “우리는 20년 동안 풀뿌리 교류를 이어왔다. 두 나라가 교류를 통해 친척과도 같은 관계가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 정부 간의 관계나 정치적인 면에서는 결코 양호한 시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라가 이사를 갈수도 없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미래지향적이고 밝은 내일을 믿고 상호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풍요로운 자연과 식문화가 넘치는 이요시에서 이번 포럼이 개최된 것은 포럼의 주제이기도 한 건강과 관련해 도움이 될 만한 것이어서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평택포럼 김은집 대표는 인사말에서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는데 한일 간의 교류가 벌써 열아홉 번째 인연을 맺고 있다. 그동안 함께 다루었던 청소년문제·환경문제·노인복지·문화 등의 교류들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고 외면할 수도 있었던 부분들을 깊고 넓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들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교류는 음식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따뜻하고 정겨운 주제로 마련된 자리인 만큼 에히메지구시민회와 평택포럼 회원들 간의 우정이 더욱더 깊어지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또한 더 나아가 이번 교류를 통해 각 나라의 음식문화들이 한국에서, 일본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평택포럼 회원들은 대부분 가족들과 함께 참여했다. 첫날 환영파티에서 시코쿠쥬오마술클럽의 마술공연과 전통악기로 구성된 ‘단단’의 공연 등을 관람했으며 둘째 날 오전 음식 시연이 끝난 후 이요시에 있는 가쓰오부시 공장을 견학하고 지역 로컬푸드를 활용한 체험장에서 피자만들기 체험을 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의 정동진이라 일컬어지는 후타미 시사이드공원을 산책하고 웰피아 이요에서 홈스테이 가족과 합류하는 일정을 이어갔다.


 ■ 음식으로 살펴보는 양국의 이해
지난해 평택에서 열린 제1회 주제는 ‘한일 음식문화를 즐겨보자’는 주제로 펼쳐졌으며 올해는 ‘건강과 식문화’라는 주제로 세계적인 장수국가로 손꼽히는 일본에서 포럼이 개최돼 의미를 더했다.
일본 측에서는 요리연구가 가도타 도모코 씨가 ‘감귤유부초밥’과 ‘닭가슴살 양파 감귤절임’을 선보였고 우리나라는 요리연구가 이영순 씨가 옛날 궁에서 먹던 음식인 ‘더덕 섭산적’과 ‘고추동치미’를 선보여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가도타 도모코 씨는 이요시의 주된 특산물인 감귤을 활용한 음식으로 밥에 감귤과 주스를 넣고 생선을 혼합해 유부에 넣은 음식과 양파를 절여 역시 주스에 버무린 후 닭가슴살과 버무린 음식을 선보였다. 조미료나 소금이 첨가되지 않아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음식이며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영순 씨가 선보인 음식은 일본에서는 보기 힘든 식재료인 더덕에 찹쌀가루를 묻혀 익힌 후 꿀을 얹고 대추를 장식한 것으로 영양과 맛을 겸비했다. 이와 곁들인 고추동치미는 일반적으로 한국 김치가 맵다는 일본인들의 인식을 한 번에 불식시킨 음식으로 시원한 맛과 입에 넣었을 때의 식감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인들은 더덕섭산적이 차와 함께 먹어도 좋은 음식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김치를 국물과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음식 시연과 시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두 요리연구가들에게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며 양국의 음식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혔다.
한국에서 참가한 원다희(16) 학생은 주스를 섞은 음식을 먹어본 후 “평택배나 안성포도를 넣은 음식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으며 이에 대해 가도타 도모코 씨는 “여러 재료와 어울리도록 연구해 만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요리도 창작이 중요하다”는 말로 음식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요시(伊予市)의 다케치 쿠니노리 시장은 <평택시사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상이 점차 글로벌화 되고 있지만 TV로만 보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고 듣고 맛보는 등의 오감도 중요하지만 음식은 육감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감 외의 한 가지는 바로 마음으로 느끼는 것, 마음을 움직이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평택포럼 김은집 대표는 “음식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이 녹아있는 것인 만큼 음식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은 그만큼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고 내면에 숨겨진 진솔함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 홈스테이, 이해 폭 넓히는 계기
사생활에 대해 각별한 일본인들이 홈스테이를 허락한다는 것은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가족이 찾아와 이틀 밤을 자면서 함께 생활한다는 사실은 말처럼 쉽진 않다.
한국과 일본에서 가족과 가족이 만난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 곳곳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며 숨김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시간에는 정치적인 어떤 것도 개입할 여지없이 일본 서민들의 진솔한 삶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이요군(伊予郡) 도베쵸 오미나미에 있는 일본식 전통가옥에서 홈스테이를 진행했던 이나바 마사미츠 씨는 “일본 서민들의 대부분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 서로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며 “요즘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양국 간 감정이 격해지는 면도 있지만 그건 일부 정치인들과 관련된 이야기일 뿐 대부분 일본인들은 한국과 유대를 갖고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본 농촌에 대해서도 “일본은 고령화 사회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어 농촌지역은 이미 빈 집들도 많고 일할 수 있는 노동력도 많이 상실된 상태”라며 평택에서 불고 있는 로컬푸드 열풍에 대해서도 “일본이 지산지소(地産地消)로 로컬푸드가 활성화된 건 사실이지만 이요군 같은 시골에서는 농사지을 사람도 없고 수요도 없어 오히려 외국 농산물을 사다 먹는 형편”이라고 털어놓았다.
노인문제 등 사회복지 전반에 대해서도 “요양보호사 같은 사회복지사들은 처우가 낮아 힘든 상황”이라며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들면 요양시설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우리나라의 ‘효’ 사상에 대해 부러움을 표하기도 했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홈스테이 가족들과 평택포럼 참가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는 서로의 소감들을 교류하는 자리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또래 친구들을 만나 우정을 나눴던 학생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며 어른들 역시 내년에 있을 20주년 교류의 시간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을 나누는 일은 양국의 역사적 현실을 떠나 진솔함으로 다가갔을 때 의미를 더한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본인들 역시 짧은 일정을 보내고 떠나는 평택포럼 참가자들에게 아쉬움을 가감없이 표현했다.
이번 교류에서 통역을 맡았던 서은주 씨는 “공연 시 양국 참가자들이 서로 어깨춤을 추며 하나가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며 “일본에서 홈스테이를 하는데 자신의 가족들을 동반하고 온다는 건 그만큼의 신뢰가 바탕이 되었던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해마다 꾸준히 이어온 한국과 일본의 민간교류, 비록 양국의 정치적 색깔이 다르고 변할 수 없는 역사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에는 진정성이 가장 우선이라는 것을 평택포럼 20년의 역사는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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