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일이 천직, 아플 새도 없어요"

 
누구에게나 주어진 일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일이 천직이겠거니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 일이 천직이라 믿는 사람이 있을까. 어쩔 수 없어서, 오래 하다 보니,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이 힘들어서 하다 보니 어느새 그 방면에 전문가 소리를 듣게 되고 어느새 천직이 돼는것 아닐까.

7년째 함께 일하는 부부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오래 했어요. 정비도 하고 세차장도 하구요. 상고를 나왔기 때문에 집에서는 금융과 관계되는 일을 할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니 기술을 배워야 평생 굶어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군대에서도 수송부에 있어서 정비를 배웠고 제대하고는 계속 그쪽과 관계된 일을 했어요.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만 벌써 7년째네요. 천직이 따로 있나요. 하다보면 다 천직이 되는 거죠”
평택시 모곡동에서 자동차 광택과 실내 클리닉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상민(41) 대표는 20여 년째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이제 이 방면에 어느새 전문가가 된 조 대표는 일 자체가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서 아플 새도 없다고 말한다.
“아들이 벌써 7살이에요. 처음엔 혼자 일했는데 그러다보니 너무 늦게 끝나서 도무지 아이 얼굴 볼 시간이 없는 거예요. 보고는 싶고 볼 시간은 없고…, 그래서 아내의 권유에 따라 아이가 6개월 됐을 때 놀이방을 보내고 아내와 함께 일하게 됐죠. 빨리 끝내고 아이랑 같이 놀아주자는 게 저희 생각이었거든요. 아내는 지금도 2%정도 부족하지만 보조는 잘해요. 아내한테야 늘 미안한 마음뿐이죠”
조 대표는 매일 작업장에 나와 일하고 있는 아내와 주말이 되면 놀이동산이 아니라 이곳에 와서 노는 아들이 못내 안쓰럽다. 그래도 자신들이 생각하는 꿈이 있는 만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함께 열심히 일해서 그 꿈을 빨리 이루고 싶은 게 이들의 생각이다.

직원 있는 정비소 차리는 게 꿈
“이 일을 하다보면 제 시간은 전혀 없어요. 내 일이니까 주말이나 휴일도 오히려 더 없구요. 아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게 가장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지저분한 차를 가져다가 새 차로 만들어 가져다 줄 때는 기분이 정말 좋아요”
그가 하는 일은 중고차를 새 차처럼 변신시키는 일이다. 대부분 중고매매센터에서 의뢰를 받아 하는데 개인적으로 의뢰하는 경우에는 출장서비스도 가능하다. 자동차 의자를 다 들어내고 구석구석 스팀이나 약품으로 깨끗이 닦아내는데 그의 손을 거친 차들은 어느새 새 차로 변신해 고객에게 전해진다. 물론 자동차 실내 살균 소독은 기본이다.
“이 일은 거짓말 할 수 없는 정직한 일이죠. 다 눈에 보이잖아요. 일을 열심히 안하면 더러운 게 그대로 차에 남아 있으니 속일 수도 없구요. 너무 정직해서 큰돈을 못 버는 게 바로 이 일이죠. 그래도 성실하지 않으면 누가 일을 주나요? 열심히 일했으니까 그나마 이렇게 일거리가 끊어지지 않고 들어오는 거죠. 꿈이 있다면 직원 있는 정비소 하나 차리는 거예요. 나이도 나이지만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인데 언제까지나 제가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10년 후든 시간이 더 걸리든 노후에는 직원을 두고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릴 때는 내성적이라 어디 들어가서 물 한잔 달라는 소리도 못했다는 조 대표는 꼼꼼하게 일한다고 중고매매센터 등에 입소문이 나면서부터 일거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정직하게 살다가 귀농하고파
“제 아이는 너무 학교공부에만 치우치지 않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공부는 살아가면서 지장이 없을 정도면 되는 거고 그보다는 인간적인 아이가 되었으면 하거든요. 돈을 벌면 공부를 가르치는 학원보다는 건강과 관련된 학원에 보내고 싶어요. 물론 아이가 커서 본인이 원하는 학원을 보내달라면 보내야겠지만 제가 먼저 그런 곳에 보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조 대표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싶은가 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키우긴 하겠지만 인간성을 간직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게 또한 그와 아내의 공통된 꿈이다.
“하루라도 옛날로 돌아가 살아봤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핸드폰 없이도 잘 살았는데 지금은 핸드폰 없인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고 그런 것들로 인해 인간성도 많이 사라진거 같아요. 인간적인 면을 주고받았던 예전처럼 그렇게 딱 하루만 살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돈 벌면 전 시골에 가서 텃밭 가꾸고 살 거예요. 거기서 자연도 느끼고 일한 만큼 정직하게 열매 맺는 거 보면서 그렇게 살 거예요”
모곡동 외진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조상민 대표는 오늘도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걸치고 일에 열심이다. 그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주말도 없이 일할 수 있는 이유는 직원이 있는 정비소를 차리고 싶은 꿈이 있고 아이를 인간성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꿈이 있고 정직하게 살다가 귀농해서 노후를 느리게 살고 싶은 꿈이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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