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반디 글·서현 그림/한겨레아이들
<호랑이 눈썹>을 비롯해 <내 이럴 줄 알았어> <여우가 신던 신발> <말썽쟁이 꼬마용> 등 총 네 편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에는 날 것 그대로의 상상과 모험이 가득하다. <내 이럴 줄 알았어>의 희동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기 공룡을 만나고, 개미떼의 총 공격을 받지만 무사히 엄마 품으로 돌아온다.  <여우가 신던 신발>에서 부끄럼쟁이 소미는 여우 신발을 신고 투명인간이 되어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들에게 귀여운 복수를 감행한다.
어린 시절 우리와 함께 놀던 호랑이와 공룡·투명인간은 우리가 떠나온 후에도, 아이들과 이렇게 신나게 놀고 있었나보다.
어린 시절 그 녀석들이 수업시간이건 시험시간이건 아랑곳 하지 않고 불쑥 불쑥 찾아오는 통에 얼마나 머리를 쥐어뜯곤 했던가. 엄마께 야단맞을 때도 느닷없는 그들의 방문으로 ‘딴 생각한다’ 고 혼쭐이 나곤 했었는데, 이렇게 까맣게 잊고 지냈을 줄이야. 펄떡펄떡 살아 있는 이야기들이 잠자고 있던 어린 시절 추억들을 줄줄이 호출해 낸다. 
아이의 생각이 뛰어 놀아야 할 곳은 진정 영어단어장이 아니라 이렇듯 살아있는 세계여야 하거늘.
아이가 숙학문제 풀다말고 ‘이 친구’들을 불러내어  놀고 있을 때, 애써 끄집어내어 방해하지 말고 잠시 기다려 주리라. 상상과 현실을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세계 또한 현실세계 못지않게 중요한 영역이다.
아니 어쩌면, 어른들이 상상이라 부르는 그 일들이 우리가 잠시 한눈파는 사이, 생생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인지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상상력이 살아있는  이런 좋은 동화들이 아이들 세계의 외연을 넓혀주고 어른들의 공감지수를 높여줄 것이라 기대해 본다.  
한편, 이 책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험의 세계뿐만 아니라 동생이 태어난 후 어린 형이 겪어 내는 마음의 혼란과 아이들 눈으로 바라본 어른 세계에 대한 신랄한 풍자, 소외된 자의 외로움까지도 슬쩍 배어있다.
자칫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의 일상에도 우리 어른들이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수많은 고민과 사건들이 도사리고 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말을 걸어오는 이런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마음속의 상처를 회복하고 상상의 세계에서 마음껏 놀아보는 의미 있는 경험들을 통해 스스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이반디 작가, 아직 많은 작품을 쓰지 않은 신예작가지만 내공만큼은 남다르다. 작가는 혹시 우리가 탕! 하고 문을 닫고 나온 뒤 잊고 지냈던 어린이세계로 가는 비밀통로를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어른들은 볼 수 없는 판타지의 세계를 훔쳐보는 호랑이 눈썹하나 몰래 갖고 있는 건 아닐지 의심스럽다.

 

 

 

 


유현미 사서
평택시립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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