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는 얼마 전 ‘평택 100주년 기념사업 조례(안)’을 만들어 의회에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평택시라는 현재의 행정구역이 만들어진 1914년으로부터 내년인 2014년이 100년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때 평택만 100년이 된 것은 아니다. 일제의 전국 행정구역 통폐합에 의해 일제히 실시됐으므로 신생도시가 아니면 전국 어느 시·군이나 시간적으로 100년을 맞이한다. 따라서 각 시·군은 자체적으로 100주년 기념사업을 계획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을 기념하는 것은 1910년 한일병탄을 기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사업은 매우 신중하게 다뤄져야한다.
정조의 수원 만석보와 ‘둔전(屯田)’이 서유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 이후  1906년 일제에 의해 ‘권업모범장’이 선 것인데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 관리들이 ‘농촌진흥청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해 책임자가 사과하는 촌극을 빚은 바가 있다. 물론 평택시는 시민들이 이견을 개진하라고 했지만 이를 누구도 알지 못하고 넘어간 것을 보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겉치레에 불과함이다.
평택시의 ‘평택 100주년 기념사업’은 앞으로 발전해야할 평택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시민의 통합된 모습을 강조하고자함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평택시의 발전방향이 시민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일제에 의한, 그것도 순수한 행정편의가 목적이 아닌 식민국가의 통치에 적합한 행정구조로 바꾸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사리 동의 할 일이 아니다. 특히 조선인들의 문화와 전통적 자치(自治)를 무너뜨리기위한 포석도 감춰져 있어 결국 1914년 이후 조선의 정체성은 일거에 사라지고 마는 비운의 시작점임을 안다면 100주년기념사업의 첫 단추 부터 잘못 꿰어져 있음을 본다.
평택시는 ‘평택 100주년 기념사업’이 현재와 같은 평택시 형태인 진위군으로 통폐합된 점을 들고 있지만 단순히 물리적 통합 그것만이 평택의 100년의 의미라고 한다면 한 시민으로서 슬픔을 금치 못한다.
적어도 평택의 역사와 문화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이어지는 평택의 발전방향을 시민과 함께 나누는 것이라면 하필 1914년이 100주년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 멀리 갑오경장이나 을미개혁시에 재편된 행정구역으로도 지금 통합의 의미를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진위군·평택군·수원군이 일제의 민족문화말살정책으로 당시 진위군으로 통폐합 된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고 평택 땅에 사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치욕스런 일이었다. 만일 어떤 필요에 의해 이 사업이 진행된다면 이는 이 땅에 살았던 민중과 지금 살고 있는 평택을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욕을 주는 일이 될 것이다.
‘평택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이벤트성 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누가 가져가는 것인가. 일부시민들은 이런 평택시의 속내도 모른 채 오직 100주년이란 의미에만 마음을 두고 이벤트성 행사가 벌이는 자본유통의 컨베이어벨트에 올라타려고 북새통을 칠 것이다. 아니 평택시가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시민의 통합과 행복한 평택, 살기 좋은 고장으로 거듭나려고 한다면 시민들의 생각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되풀이 될 수도 있는 역사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냈던 지난날 민중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밝혀내고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것이 더 우선 되어야 한다. 며칠간의 이벤트성 사업은 철저한 자본의 논리로 볼 수밖에 없다. 아니면 다가오는 지방선거의 전초전이 될 뿐임을 시민들은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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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숙 지부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평택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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