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 시행 2년, 기간 만료 앞두고 재위탁 적격 심사 앞둬
말 뿐인 ‘국악프로그램 추진’, 전문가 의견 청취·조사·분석 필요

 
‘한국소리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한국문화기획학교’의 위탁기간이 올 12월 말로 완료됨에 따라 ‘재위탁 적격 심사’가 10월 18일 개최된다. 그러나 ‘한국소리터’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됐는지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위탁운영자인 ‘한국문화기획학교’는 한국소리터 조성 배경에 대해 “평택시의 문화예술 공연시설 확충 및 평택농악·평택민요 등 다양한 무형문화재와 문화 예술인들의 보유 재능을 체계적으로 전수하고 활발한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평택시를 국악의 메카·문화예술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위탁운영사의 <2012년 하반기 결과보고서>를 보면 2012년 7월부터 12월까지 모두 132회 공연프로그램에 1412명이 참가해 3만 1000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그중 ‘평택농악보존회’와 ‘평택민요보존회’ 등 상설공연을 위주로 하는 공연을 제외하면 위탁사에서 기획한 ‘전통 소리’ 관련 공연프로그램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해 ‘국악의 메카’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설립 목적과는 동떨어진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 관객 동원에만 골몰한 나머지 ‘한국소리터’ 설립 목적인 전통 소리가 실종된 우를 범하고 있는 셈이 됐다.
이 같은 문제는 한국소리터 운영요원의 인적 구성에서부터 이미 예견됐다. 대표를 비롯한 실무진들은 각종 기획이나 연출가들로 구성돼 있다. 축제·이벤트·일반 기획에 있어서 전문성이 있을 수 있지만 평택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전통문화에 대한 전문성은커녕 지역 전통예술 단체와 네트워크를 할 전문 인력은 전무한 상태다.
‘한국문화기획학교’ 관계자는 “언제나 문호를 개방하고 있지만 평택지역 문화예술 단체에서 연락 한번 제대로 없었다”며 지역 문화계의 무관심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앞서 나타난 운영 통계는 지역사회 전통예술인들과 함께하려는 움직임 보다는 위탁운영사 편의 위주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한국문화기획학교’의 해명은 변명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한국문화기획학교’는 각종 국악프로그램을 주된 내용으로 한 ‘2013년 신규개발 프로그램 계획’을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이행과정에서 이러한 전통소리에 대한 프로그램 개발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재위탁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지역의 여론이다.
‘2013년 상반기 운영보고서’ 는 2012년에 비해 7종의 거리공연과 상설공연이 증가해 공연장 활성화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홍대 인디밴드 공연’ ‘3.3 갤러리’ ’도레미문화예술교육’ ‘하모니카·통기타모임’ ‘뮤지션 음악제작’ 등 당초 제시한 내용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소리터’ 설립 취지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당시 보고서는 말잔치였을 뿐이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아닌 결과가 됐다.
10월 18일 열리는 재위탁 심사 시 심사위원들에게 보고되는 자료 구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 성과 설명은 전체 33쪽 중 7쪽에 불과하며 그나마 구체적 수치보다는 총괄적인 개론 중심으로 서술돼 있다. 또한 비전에 대한 설명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으며 예산 부문에 가장 많은 분량을 할당하고 있다. 예산 부족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은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평택시 문예관광과 담당자는 “심사 당일 위탁자의 보고서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을 거친 후 당일 재위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당일 판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심사위원들은 사전에 보고서를 전달받아 상세한 검토와 함께 현장 조사·지역사회 전문가 의견 청취·추가 자료 요청 등 세밀한 검증을 통해 가부를 결정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러나 평택시는 심사를 불과 4일 앞둔 10월 14일까지도 보고서를 심사위원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평택시사신문> 취재 결과 밝혀졌다. 결국 재위탁 적격 심사는 주먹구구식으로 정확한 검증 없이 보고서 중심으로 추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한국문화기획학교’는 사업수행제안서에 ‘서남권의 특화된 문화공간’이라는 비전을 중요한 요소로 강조했다. 이는 ‘한국소리터’를 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다. ‘한국소리터’를 평택지역 권역별 문화예술회관 차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2007년 민간 제안에 의해 ‘평택농악마을’이라는 명칭으로 첫 출발을 한 ‘한국소리터’는 평택농악을 비롯한 평택의 전통예술자원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특화시킨다는 장기 플랜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그러나 위탁 시행 2년이 지나도록 ‘한국소리터’만의 특화된 컨텐츠를 개발해 내세운 것은 전무한 실정이다. 중요한 기능의 하나인 전통예술에 대한 전승교육에 대해서는 기본 계획조차 없는 실정이다.
‘한국소리터’는 현재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것이며 전국 어느 도시 보다 한국음악이 발달했고 전통 예인이 많았던 평택의 특성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평택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외면하고 여느 문화예술 공연장에서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굳이 ‘한국소리터’에서 진행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재위탁 적격심사’는 지난 2년간 ‘한국소리터’의 총괄적 운영에 대해 검토하고 향후 수십 년간 평택의 문화컨텐츠를 이끌어갈 밑바탕을 만드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성급한 재위탁 결정 보다는 좀 더 시간을 두더라도 면밀한 분석과 조사로 예견되는 문제를 짚어보고 ‘한국소리터’ 설립 취지에 걸맞은 실현 가능한 알찬 계획을 수립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