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무릎 수술에도 오뚝이처럼 달려”

우리나라 최초, 단 한명 여자 MTB 국가대표선수
반파된 자전거 타고 1등으로 들어온 고집과 뚝심

 
운동선수로서 한 분야의 최고가 된다는 것은 육체적인 노력과 집념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에는 반드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하는 정신적인 굳건함이 내재돼 있어야 한다. 인간으로서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좌절과 절망의 벽, 그것을 뛰어넘고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 고통과 눈물을 쌓아 환한 웃음을 만든 그들을 우리는 ‘인간승리’라 부른다.
 
팔삭둥이 미숙아, MTB 선수되다
“2.64kg 팔삭둥이였대요. 어려서 병치레가 많아 부모님 애를 많이 태웠다고 하더라구요. 건강 때문에 어려서부터 자전거를 타게 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는 조금이라도 더 운동을 하게 하려고 멀리 있는 식당에 가자고 한 뒤에 가족 모두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했어요. 맛있는 거 먹으려고 악착같이 따라다녔죠”
우리나라 MTB 국가대표선수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유다정(21) 선수는 평택 소사벌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평택여자중학교에 입학한 후 중학교 3학년 때 서울체육중학교에 스카우트 돼 본격적인 MTB 선수로 활약했다.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유다정 선수는 이후 대회에 나가 여러 차례 메달을 따기에 이른다. “서울체고 1학년 때 전라도 나주에서 있었던 전국체전에 출전했어요. 모두 3바퀴를 도는 험한 코스였는데 두 번째 바퀴를 돌 때 타이어가 펑크나 교체하고 세 번째 바퀴를 돌 때 자전거가 점프를 하면서 반파가 된 거예요. 다치지는 않아서 자전거를 살펴보니 부러지긴 했지만 카본재질이라 그래도 탈수는 있겠더라구요. 그래서 오르막길은 자전거를 들고 뛰고 내리막길은 발로 제지하면서 내려가 완주했죠. 전 대회를 끝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달렸던 건데 본부석에서 저에 대한 중계를 듣고 있던 엄마가 펑펑 우셨대요. 그 대회는 험하기로 유명해서 척추가 부러진 선수도 있었거든요”
유다정 선수는 자신의 강한 정신력은 어리광이라도 부리려던 자신에게 겉으로 냉정하게 대하며 선수로서의 강인함을 길러주신 부모님 덕분이라는 것을 지금은 잘 알고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그러나 이제 막 선수로 피어나던 그녀에게 시련은 비교적 일찍 찾아왔다.

양 무릎 수술, 그래도 다시 일어서
“고등학교 2학년 동계훈련 때였는데 통증이 시작된 지 한 달 정도가 지나니까 페달을 밟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어요. 그런데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거예요. 병원에서 이상 없다니까 감독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운동을 쉬지 못하게 하셨죠. 나중엔 제 스스로도 내가 정신력이 약해져서 그런가 하고 오기가 나서 더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 낫기는커녕 점점 통증이 심해지고 나중엔 무릎이 퉁퉁 붓더라구요”
유다정 선수는 오른쪽 무릎 연골이 닳아 뼈끼리 부딪히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말한다. 자전거 선수에게 무릎 수술은 절망적인 사건이지만 유다정 선수는 이에 굴하지 않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바로 재활훈련을 시작했다. 그녀의 꿈은 오로지 자전거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시 옛날처럼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생각에 수술하지 않은 다리를 무리하게 사용해 자전거를 탔어요. 결국 왼쪽 다리에 부하가 걸려 또 다시 수술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죠. 그땐 정말 모든 게 무너졌어요. 처음 수술 후 재활하던 악몽 같은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도저히 재활을 할 수가 없었거든요”
유다정 선수는 그때 처음으로 자전거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살이 찌면 선수생활을 할 수가 없는데도 살이 찌기 시작했고 자전거도 타지 않았다. 그러나 다 그만두고 내려오라는 부모님 말씀에 막상 장비를 챙기러 연습실엘 갔을 때 그녀는 도저히 자전거를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을 깨달았다. 그때가 지난해 9월 이었다.

우리나라 최초 여성 지도자가 꿈
“부모님께 울면서 전화를 걸었어요. 도저히 포기할 수 없으니 다시 한 번 해 보겠다구요. 그때부터 평택에 내려와 아버지와 함께 피나는 훈련을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MTB 동호회에서 활동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죠. 젊은 선수인 저와 함께 훈련하는 것이 힘들었을 텐데도 아버지는 절대 내색하지 않으셨어요. 저에게 의지를 심어주고 싶어하셨죠”
하루 평균 100km, 아침 8시에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저녁이나 돼야 집으로 돌아오는 날들이 계속됐다. 저녁이면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다음 날이면 다시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올랐다.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했던 이런 재활훈련 덕분에 유다정 선수는 올해 초부터 서서히 예전의 기량을 되찾고 있다.
“저의 가장 큰 힘은 바로 가족이에요. 엄마는 어려서부터 항상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제가 가야할 길을 이끌어 주는 정신적인 멘토이고 아빠는 저의 가장 훌륭한 연습 파트너죠. 6살 차이나는 언니는 저의 든든한 후원자구요”
현재 한국체대 3학년으로 내년 9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합숙훈련에 들어갔다는 유다정 선수, 우리나라 최초의 MTB 여성 지도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유다정 선수는 인터뷰 내내 험난한 시련을 극복해낸 선수로서의 강인함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스물두 살 예쁜 여대생으로 돌아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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