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람 사는 향기와 멋 아는 포승읍 토박이
사진·오카리나 재능봉사, 언제든 달려가

 
사람마다 살아가는 모습은 참 다양하다. 그러나 나이와 상관없이 그가 현재 어떤 모습으로 인생을 꾸려가고 있는가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현재 그가 살아가는 모습은 아직 가보지 않은 불투명한 미래에 그 사람이 살아가게 될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24시간도 부족한 제2의 인생
“요즘 같으면 24시간도 부족합니다. 하루가 어찌 가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포승지역 각종 행사에 다니면서 취재해 포승읍 주민자치 소식지도 만들어야 하고 아는 분들의 요청이 오면 평택시 전역 어디든 가서 행사 사진도 찍어야 하고 포승읍사무소에서 회원들에게 오카리나도 가르쳐야 하거든요. 찍은 사진은 카페에 올려 사람들과 공유하고 오카리나 연주를 부탁하면 멋진 의상을 입고 공연하는 건 기본이죠”
포승읍주민자치위원회 홍보분과 홍성범(63) 위원장의 이야기다. 혼자 소식지 만들랴 사진 찍으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들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현재 홍성범 위원장의 얼굴은 누구보다도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는 남들처럼 직장에 다니며 자녀들 뒷바라지해야 하는 가장으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 왔던 지난날들이 있다.
“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에서 25년간 근무하고 몇 해 전 퇴임했어요. 다시 직장을 잡을까도 생각해봤지만 제가 사진 찍는 걸 알고 있는 마을주민들이 행사 사진을 부탁해오고 주민자치위원회 일을 하다 보니 이젠 이 일이 본업이 되어버렸네요. 물론 제 아내의 이해가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굳이 돈에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일도 하고 봉사도 하며 지낼 수 있는 생활이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홍성범 위원장은 젊은이 못지않은 패션센스와 더불어 평택시 전역 사방팔방을 누비고 다니는 넘치는 에너지까지 그야말로 재능 많은 포승읍 토박이 ‘멋진 젊은이’다. 그러나 그의 재능이 어느날 갑자기 발현된 것은 결코 아니다.

가수·배우가 되고 싶었던 청춘
“20대에 사회에서 만난 친구 두 명과 가수가 되겠다며 작곡가를 찾아가 함께 숙식하기도 했죠. 나름 목소리도 괜찮았다고 했는데 정작 가수가 되려면 재능보다 돈이 더 필요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우리들보다 부자로 사는 한 친구가 부모님께 앨범 만들 돈을 얻어오기도 했지만 용변이 급해 화장실에 갔다가 돈을 두고 나와 잃어버리는 바람에 그마저도 물거품이 돼 버렸죠. 결국 우리 셋은 모두 가수의 꿈을 접어야 했어요”
홍성범 위원장은 이후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카메라 테스트도 받았지만 불합격이 되는 불운을 겪은 뒤에야 연예인의 꿈을 접었다며 큰 소리로 웃는다. 당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작곡한 황선우 씨를 찾아갔다는 홍성범 위원장은 조용필이 부른 그 노래가 처음에는 ‘돌아와요 충무항에’였으며 느린 템포의 트로트 였다는 비밀도 슬쩍 들려준다.
“군대에서 제대한 후 6일 동안 동원훈련을 갔어요. 찬 바닥에서 며칠을 지내다 기침이 심해져서 병원엘 갔는데 결핵이라고 하더라구요. 당시에는 결핵이 상당히 큰 병이었어요. 요양을 하기 위해 고향인 포승읍으로 내려오게 됐고 그때 우연히 제 그림 재능이 눈에 띄어 당시 평택화력발전소에 특채로 입사하게 된 거죠. 젊은 시절 이후로는 평생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어요”
홍성범 위원장은 퇴임 이후에야 비로소 그동안 숨겨두었던 재능들을 다시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은 물론이고 오카리나 연주와 그림·서예에도 남다른 재능을 가진 그는 그런 재능들을 이제는 기꺼이 이웃과 함께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재능봉사로 주민들과 가까워져
“오카리나는 2002년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천안까지 내려가 젊은 친구들 틈에서 연주법을 배웠죠. 이후 평택에서도 모임을 만들게 됐고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읍사무소에서 오카리나 교육도 하고 있어요”
홍성범 위원장은 포승읍에서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공인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만큼 주민들에게 인기도 많다. 실제로 얼마 전 안중읍 삼정리 평택호 인근 자전거쉼터인 ‘노랑등대’ 작은 콘서트에도 가면을 쓴 쾌걸조로 복장으로 오카리나를 연주해 관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읍에서는 사진 찍는 사람으로 인식돼 있어서 이젠 사진 찍을 일이 있을 때마다 저를 찾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회갑이나 고희 사진 등을 부탁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행사가 있어도 제게 연락이 오거든요. 보통은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DVD로 만들어 선물하기도 하는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참 뿌듯해요”
너무 고지식해서 살아가는 동안 피해를 보기도 한다는 홍성범 위원장, 그가 맞이한 현재 제2의 인생은 젊은 시절 그가 이루지 못한 꿈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멋진 무대임에 틀림없지만 젊은 시절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가장으로서 열심히 살아온 60여년의 연륜만큼 그의 삶 속에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타인에 대한 사랑이 충분히 생겼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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