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린내 나더라도 멋진 아빠 될 거예요”

 
직업에 귀천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꺼리는 직업이 있게 마련이다. 종일 생선 비린내와 함께 해야 하는 직업이라면 그 부류에 들 법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없이 넓은 마트 한편에서 종일 웃음 띤 얼굴로 오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며 마이크에 대고 싱싱한 생선을 홍보하는 이가 있다. 바로 비전동 한국마트에 입점해 있는 으뜸수산 문승호(32) 씨다.

24살에 시작한 생선판매
“군대 제대 후 소규모 전자회사에 다녔어요. 거기서 꽤 많은 발전을 했다 싶어 큰 회사로 옮겼는데 세상이 제 맘과는 많이 다르더라구요. 이미 눈은 높아진 상태에서 제 뜻과 다른 세상에 맞추려다 보니 그만 모든 의욕을 상실했죠. 3~4개월 실업자 생활을 하다가 문득 아파트 담벼락에 붙어있는 수산코너 사람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시작한 게 지금까지 온 거예요. 그때가 24살이었으니까 그래도 빨리 제 직업을 찾은 셈이죠”
문승호 씨는 생선을 판매하는 일이 다른 직업에 비해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이었다고 회상한다.
물론 젊은 나이에 시작했기에 아픔도 있었다. 결혼할 즈음에 이르러 인사드리러 간 처갓집에서 그의 직업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 결혼을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번듯한 직장생활 하는 사위를 맞고 싶다는 게 반대의 이유였다고.
“아내는 제 직업을 이해해줬지만 전 결국 결혼을 위해 다시 직장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반도체 기능수리사로 일했는데 결혼한 지 2년 만에 다시 생선가게를 하겠다고 선포했죠. 직장생활은 아무래도 고졸 학력을 가진 저에게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번에는 아무도 그의 의견을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생선과 관련된 일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한 달에 고작 50만원을 받아가며 산지에서 직접 납품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트에 입점해 장사를 시작했다.

노력과 성실은 배신하지 않아
“여름에는 비수기로 좀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직장생활 하는 것 보다는 더 많이 버는 것 같아요.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하게 생활하면 언젠간 저도 제 가게를 가질 수 있겠죠. 10년 쯤 후면 꿈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그때를 위해 전 오늘도 무조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어려서는 말썽꾸러기로 부모님 애를 많이 태우기도 했다는 문 씨는 현재 아이들 잘 키우고 일 열심히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부모님에게는 가장 큰 효도를 하는 거라며 웃는다.
생선은 대체로 통영·군산·속초 등 산지에서 직접 올라오거나 가락동 시장에서 납품을 받기도 한다. 싱싱한 생선을 판다고 입소문이 자자해 찾는 손님들도 꽤 많아졌다고.
“내가 먹을 수 있는 생선을 손님들에게 팔 거예요. 내가 조금이라도 꺼려지는 생선이라면 결코 손님들에게 속여서 팔지 않겠다는 게 제 신념이거든요”
문 씨가 마이크에 대고 싱싱한 생선이 있다고 말하기 시작하자 어느새 손님들이 하나 둘 가게 앞으로 모여든다. 그의 밝은 목소리는 싱싱한 생선에 버금가는 으뜸 메이커다. 오전 8시 반에 문을 열고 오후 11시나 되어야 문을 닫는 힘든 날들의 연속이지만 그의 목소리가 항상 밝고 자신에 차 있는 건 가게를 갖고 싶다는 그의 꿈과 더불어 무럭무럭 자라는 두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 같은 아빠 되고 싶어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짜리 아들과 이제 막 돌이 되는 딸아이가 있어요. 집이 수원이라서 일주일에 고작 한두 번 밖에 아이들을 볼 시간이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해요. 쉬는 날은 멀리까진 못가도 집에서 가까운 놀이동산에 아이들 데리고 나가곤 하죠. 피곤해도 아이들을 보면 늘 힘이 생겨요”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아빠가 되려고 많이 노력한다는 문 씨는 결혼 후 생선 파는 일을 다시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잠시 망설였던 이유도 아이들 때문이었다고 털어놓는다. 행여 자신의 몸에서 나는 비린내 때문에 아이들이 싫어할까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해요. 설령 냄새 좀 나면 어때요. 그게 아빠 직업인데요. 나중엔 아빠 몸에서 나는 비린내가 자랑스럽게 생각되도록 우리 가족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할 거예요”
미용사 일을 하는 아내가 많이 이해해줘 늘 고맙게 생각한다는 문 씨는 단골들이 찾아 올 때마다 인터뷰를 뒤로하고 얼른 일어서 웃으며 고객을 맞는다.
비린내 나는 아빠지만 누구보다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일념으로 생선을 손질하는 문 씨, 그는 오늘도 밝은 얼굴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밝고 소박한 내일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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