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100년 사업은 지역 정신문화 발전의 단초돼야
정치적인 의도로 평택시가 주도하는 사업 ‘안 될 말’
지역 통합·정체성은 거버넌스 노력에서 찾을 수 있어

 
 
평택 100년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미래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평택 100년 대토론회-평택 1914를 말하다’가 11월 13일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 강당에서 많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평택문화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김은호 평택문화원장은 “오늘 토론회는 평택의 정체성과 미래를 생각하는 자리로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며 “평택 100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성찰하며 평택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말로 시작을 알렸다.
토론에 앞서 최재성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는 ‘1914년 평택 행정구역 개편 그 의미’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진행했다. 최재성 교수는 일제강점기였던 1914년에 진위군·평택군·수원군을 진위군으로 통합하는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이 실시됐으며 이때의 통합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토론회는 ‘평택 100년의 정체성과 미래’라는 주제에 따라 박성복 평택시사신문 부사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김장환 용인문화원 사무국장 ▲김해규 평택지역문화연구소장 ▲박호림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윤현수 에바다장애인평생학습센터 교육처장 ▲이은우 평택사회경제발전소 대표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장환 용인문화원 사무국장은 “용인은 12년 전부터 근대화 이후의 변화·발전하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시작했으며 분야별 역사와 문학을 찾아내고 용인학으로 정리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한편 용인에 있는 8개 대학 중 6개 대학에 용인학 과정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살았던 분들의 증언을 찾는 구술생애사를 발간하고 지역사 사료를 찾아 기록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평택도 토론회를 계기로 근대화된 모습을 현실적으로 돌아보고 미래비전을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해규 평택지역문화연구소장은 “1914년을 기점으로 한다는 것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바로 일제 식민통치시기였다는 점이다. 식민통치 편의에 따라 이뤄진 것을 부인하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날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며 “많은 지자체가 100년을 기념하고 있다. 도시가 발달하려면 정신적인 부분과 물질적인 부분이 균형 있게 발전하는 것이 필요한데 평택은 과거에 대한 반추의 기회가 별로 없었다. 평택 통합 100년 사업이 잘 된다면 지역의 숙원사업들을 풀어내고 정신문화가 풍성해 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에는 시가 주관적이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선거와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있는데 그 문제는 시가 반드시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호림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평택 100주년 기념사업에는 출발점이 어디였는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시장선거 공약에 있던 사항도 아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100주년 이야기가 나오고 시가 주관해 시청 총무과 내에 100주년기념사업팀이 꾸려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있었는가. 그런 과정 없이 진행된 이 사업이 과연 정주의식을 갖고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기념하고 기리는 사업은 사실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구성원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관의 주도로 인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업적을 세우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 만한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현수 에바다장애인평생학습센터 교육처장은 “전통적인 것들을 차단하고 단절시키는 것을 기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하는 문제제기가 많다. 역사는 지나간 시간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닌가. 일제 때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통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시작된 통합 100년이 과연 평택의 뿌리가 맞는가에 대한 부분은 의구심이 있다. 시가 왜 식민지 역사에 대해 간과하는지 안타깝다”며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통합 100주년 기념사업이 아니라 민세 안재홍 선생과 같은 지역의 역사적 인물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저항적 활동을 기념하는 것이 더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은우 평택사회경제발전소 대표는 “관제화 된 기념행사는 안 된다. 현재 평택시의 일방적인 방식은 퇴행적이며 또 다른 100년을 바라보기 어려운 현실로 만들고 있다. 현재 평택의 현실은 다양성이 존재하고 미래적 전망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어리석은 접근을 하고 있다. 있는 걸 그대로 드러내고 껴안아야 치유할 수 있고 발전적 노력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며 “1914년 행정구역 통합은 식민통치 강화를 위한 것이었으며 이로 인해 공동체가 해체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사업은 거버넌스로 가야하는데 시가 이를 왜곡시키고 있다. 평택통합을 저해하는 근본 요인은 바로 정치권력이며 풀뿌리 자치를 훼손하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합과 정체성은 실질적인 거버넌스 노력 과정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열띤 토론이 이어진 후 사회를 맡은 박성복 평택시사신문 부사장은 “오늘 토론회는 시가 매를 맞는 자리지만 이러한 얘기들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많은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것 이라는 점에 대해 솔직히 답변해 달라”고 주문했으며 이에 평택시 관계자는 “정치적인 목적은 전혀 없으며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기 전에 별도로 계획된 사업 역시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시민 질문도 꾸준히 이어졌으며 이에 대해 토론회에 참가한 평택시의회 송종수·양경석·김숭호 의원은 만일 시가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시의회에 사업 예산을 올린다면 시민의 대표로서 이를 철저히 막을 것이라는 답변도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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