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無爲自然)을 꿈꾸는 전위예술가

문명 속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위한 진혼곡
대중에게 전하는 시대적 메시지가 전위예술

 
전위예술은 예술가가 대중에게 전하는 예술의 또 다른 방식이다. 예술가 안에 내재된 수많은 질료들을 전위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대중 앞에 선보이는 것으로 도중에 그만두거나 재생도 없이 그 순간을 향유하며 오로지 앞을 향해 전진한다는 예술적 특성이 있다. 때문에 행위 도중 예술가 안에 숨겨진 것들이 터져 나오고 관객들은 이를 통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받아 온몸 가득 전율이 일기도 하는데 그 순간이 바로 전위예술가와 대중이 서로 ‘통(通)’하는 순간이다.

문명의 이기와 생명의 존재인식
“밀레니엄을 맞아 수원역에서 전쟁이나 정치·문명의 이기로 인해 죽어간 영령들을 위해 공연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관을 불태우며 20세기의 찌꺼기인 부정부패와 오염된 환경을 정화하자는 뜻의 공연을 했었죠. 2005년에는 해비메탈(heavy metal)을 패러디한 것으로 평택호에서 쓰다가 폐기처분된 윈드서핑 보드를 평택호 물 속 깊이 세워두고 뒷면에 비문을 세워 물질문명에 참회의 메시지를 던지는 ‘해·비·뫼·달(月·雨·山·日)’ 전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덕면 신왕리 ‘여선재(餘禪齋)’에 기거하며 자연과 벗하고 예술의 깊이를 더해가는 전위예술가 김석환(56) 작가는 자신의 예술이 귀결되는 지점은 문명을 벗어난 자연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의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폭도 넓어져 문명도 하나의 자연이라는 상생과 포용의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위예술은 지극이 아름답거나 지극히 슬픈 것, 또는 분노 등을 더 분노하는 것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자극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없던 것들을 새롭게 창출한다는 의미가 있죠. 공연 당시는 혐오스럽게 느낄 수 있어도 집에 돌아가 공연을 되새김질 할 때는 가슴에 각인되는 메시지가 남는 것이 전위예술입니다”
김석환 작가는 2003년 비무장지대에서 열린 ‘통일의 그날까지’ 작품을 공연하던 중 유리조각 위를 걸어가는 전위예술을 하다가 발바닥을 다치기도 했다. 그리고 수많은 전위예술을 하는 동안 그의 손바닥은 온통 굳은살이 배기고 곳곳이 갈라져 꺼끌꺼끌하다.

깨어있는 의식으로 살아가고파
“미술을 전공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개인화실을 마련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갔었는데 저 역시 젊은시절엔 그랬죠. 그런데 어느 날 제 어린 딸아이가 친구와 하는 얘기를 우연히 엿듣게 된 거예요. 나는 화가이길 바랐는데 딸의 눈에는 제가 단순히 학원 원장으로 먹고사는데 급급한 사람으로 비춰진 거죠. 그때 과감하게 학원을 접고 산속으로 들어갔어요”
1990년대 초반에 산속으로 들어간 김석환 작가는 1997년 진위면 무봉산 자락에 처음 발을 내딛고 작품 활동을 해오다 신왕리에 ‘Cospace-Art’라 이름붙인 작업실을 지었다. 또한 생활과 예술이 하나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업실 옆 공간에 4년여에 걸쳐 다양한 전시·공연이 이뤄지는 문화예술 공간 ‘여선재(餘禪齋)’를 손수 짓기도 했다.
“틈나면 여선재 옆 텃밭에서 채소도 가꾸고 작품 활동도 해요. 깨어있는 의식으로 생각하고 걸어가면 모든 일상이 다 전위예술인거죠. 우리는 무수히 많은 경계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 경계들 속에서 스스로 고립돼가고 있는데 저는 이곳에서 그러한 경계들을 무너뜨리고 싶었습니다”
신왕리 마안산 아래에 있는 여선재는 하늘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나비 한 마리가 살포시 내려앉은 형상이다.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처럼 모든 경계들을 넘나들며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예술가 김석환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건축물이다.

아픔과 상처 예술로 승화하고파
“돌아가신 제 누이는 제가 예술가로 살아가는데 있어 정신적인 모태를 제공했던 분입니다. 군대 제대 후 당시 독일에 있던 누이의 초청비자를 받아 독일로 떠났죠. 그곳에 체류하기 위해 3개월 연장 불법체류를 하다가 쫓기듯 무작정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는데 그때 여행하며 느꼈던 것들이 제게 많은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내공도 쌓게 만들었습니다”
김석환 작가는 이후 원초적 생명의 질서를 간직한 자연에게서 교훈을 얻고 이 시대에 벌어지는 많은 아픔들을 위한 진혼곡을 작품으로 연출해 낸다. 그리고 관객들과의 소통을 꿈꾸며 생명회귀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문제점들을 인식시키는 일련의 전위예술들을 선보이고 있다.
“많은 오염과 전쟁의 희생, 정치적 참사 속에서 죽어가는 영혼들이 많습니다. 저는 에너지가 있을 때까지는 이런 것들의 문제점들을 제시하며 자연으로의 회귀를 꾀하는 전위예술을 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결국 내가 사는 곳이 문화의 중심지라는 생각에는 항상 변함이 없습니다”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고 시대는 예술을 반영한다. 온몸이 탈진해도 영혼이 반짝이면 행복한 사람, 끝없는 실험정신으로 이 시대를 반영하는 전위예술가 김석환 작가는 부족한 산소를 예민하게 알아채는 ‘잠수함의 토끼’처럼 오늘도 이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고스란히 느낄수 있는 작품을 새롭게 창출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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