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하는 남학생·머리카락 자른 여학생, 이들이 있어 행복한 평택 - 평택 청소년들, 세상의 중심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평택을 넘어 세계로, 등불을 밝히는 청소년들
청소년들로 구성된 NGO, 봉사하며 행복 찾아
이웃을 사랑하는 뜨거운 심장으로 세계에 도전

▲ 한광고교 레인보우스쿨 회원들의 아프리카 새생명을 지키기 위한 ‘모자뜨기 프로젝트’
‘교육’이 단지 희망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면 그 희망을 실천하고 희망찬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청소년들의 몫이다.
요즘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교육이 죽고 스승과 제자가 죽었다고 표현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이, 아니 우리가 사는 평택이 아직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건 바로 패기와 열정으로 쉬지 않고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청소년들이 교육의 현장에서 희망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청소년이어서, 또한 어른처럼 자본의 도움을 넉넉하게 받을 수 없어서 몸으로 실천하고 마음으로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아름다운 청소년들. 한광여자고등학교와 한광고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레인보우스쿨 동아리 회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어느새 세계 속에 우뚝 선 평택의 미래를 한 눈에 확인하게 된다.

교육이 필요한 곳에 교육 씨앗 심는다
2008년 당시 한광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이 초등학생 개인 학습지도를 시작하며 만들어진 레인보우스쿨 동아리는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작은 동아리 활동수준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의 동아리 활동은 이미 지역을 넘어 세계로 이르고 있다.
청소년들은 가까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삶의 보람을 느끼고 나아가 세계를 무대로 봉사활동을 하며 세계 속에 우뚝 서는 청소년으로서 당당함을 갖는다.
‘교육이 필요한 곳에 교육을’ 이라는 슬로건에 따라 레인보우스쿨 회원들은 교육이 필요하지만 여러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환경적 요인을 자신의 봉사로 메우며 교육을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다문화 가정이나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는 자비를 들여 무료로 공부를 가르쳐주고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는 한글 교육을 도와주고 책을 사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책을 보내주는 일도 한다.
이들의 활동은 단순히 공부를 가르치는데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이 살아가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기꺼이 의논하고 기대며 마음을 나누기 위한 멘토로 지속적인 교류활동을 갖는다. 이는 공부보다 더 큰 청소년들의 사회적 지지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의미를 갖는다.
해외에도 책보내기 운동은 계속되고 삶의 전선에 뛰어드느라, 혹은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공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그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마을 회관에 전등을 달아주는 일이나 학용품을 지원하는 등 여건을 만들어 주는 데 열정을 쏟는다.

▲ 소아암 어린이들의 가발 제작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하는 한광여고 레인보우스쿨 회원들

뜨개질하는 남학생·머리카락 자른 여학생
레인보우스쿨 회원들은 봉사 배틀 시간을 가지며 더 나은 봉사를 찾는 일에도 열정적이다. 그 자리에서 채택된 봉사들은 바로 봉사활동으로 이어진다. 그때 나온 얘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뜨개질이었다. 아프리카 신생아들이 겨울을 보내며 기온을 견디지 못해 사망하는 일을 막기 위해 직접 털실로 모자를 떠서 지원하는 것이다.
개인이 7000원을 지불하면 재료를 보내주는데 현재 한광학원에는 여학생 40여명·남학생 50여명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쪼개가며 모자를 뜨고 있다. 2011년 겨울에는 여학생 45명이 참여해 50개의 모자를 기증하기도 했으며 2012년 겨울에는 55명이 참여해 80개의 모자를 기증하기도 했다. 올해는 한광고등학교 남학생들까지 동참하고 있다.
이희동(남·2학년) 학생은 “시작한 지 두 달 됐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다. 사소한 실천으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잘 배워두면 나중에 여자 친구를 위해 떠주거나 내 장갑을 뜰 수도 있어 취미로도 좋다. 부모님도 처음엔 당황하셨지만 지금은 이왕 하는 거 잘 하라고 격려해주신다”고 자랑하듯 뜨개질 거리를 보여준다.
안은진(남·2학년) 학생은 “친구들에게 처음 동참을 권했을 때는 반응이 좋지 않았는데 막상 많은 친구들이 모여 놀랐다. 뜨개질은 보통 여자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프리카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뜨개질을 한다는 것은 평생 오지 않는 기회일수도 있어 좋다. 하다보면 내가 이런 걸 왜 하고 있나 싶을 때도 있지만 떠 놓은 걸 보면 의미 있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이에 질세라 한광여자고등학교 레인보우 회원들은 찰랑이는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다. 감수성이 예민한 여고생들이 긴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것은 대단히 큰 사건에 속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가발제작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 당시 1학년이던 손미진(3학년) 학생의 실천으로 시작된 머리카락 기증은 현재 11명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정지수(회장·2학년) 학생은 “10월 말에 머리카락을 잘랐는데 다시 길러서 또 기증할 생각이다. 25센티 이상이 돼야 기부할 수 있는데 현재 길이가 안돼서 기르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펌이나 염색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좋은 머릿결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전한다.
김아빈(부회장·2학년) 학생은 “머리카락을 자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동참하게 됐다. 친구들도 처음에는 단발머리가 그냥 잘 어울린다고만 했는데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가발제작에 동참했다는 얘기를 들은 뒤에는 멋있다고 칭찬해줬다”며 밝게 웃는다.

평택 청소년들, 세계를 가슴에 품다
레인보우스쿨은 이제 지역 학교의 작은 동아리활동을 넘어 세계 청소년들의 모범으로 우뚝 서고 있다. 레인보우스쿨은 올해부터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 빈민가인 아마니 음악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학용품 지원 사업을 시작했으며 물이 귀한 아프리카 지역에 어린이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는 것을 알고 ‘생명의 정수빨대 보내기 운동’도 시작했다.
레인보우스쿨을 이끌고 있는 한광고교 윤상용 지도교사는 “식수가 부족한 아프리카에 우물 파주기 운동을 많이 하고 있지만 우물을 판 뒤에 관리는 고스란히 그 지역 원주민들의 몫이어서 결국 다시 오염된 물이 되고 그 물이 지하로 침투해 오히려 더 심각한 식수오염의 온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생명의 정수빨대는 각 개인별로 하나씩 목에 걸고 다니다가 어떤 오염된 물에도 빨대를 꽂으면 바로 정수된 물을 마실 수 있어 어린이들과 원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데 큰 몫을 하고 있어 정수빨대를 구입해 아프리카로 보내는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레인보우스쿨은 이밖에도 고등학생들이 졸업 후 대부분 버리게 되는 무릎담요를 모아 아프리카 사막지역으로 보냄으로써 그곳 영아들의 생존을 지원하는 일을 시작했다. 또한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망고나무를 3년을 키우면 자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아프리카에 망고나무를 기증하는가 하면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에 어린이 도서를 기증하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열악한 마을의 회관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기증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모여 공부하고 마을 주민들이 모여 회의를 하며 공동체를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레인보우스쿨은 현재 한광학원에 재학 중인 32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있다. 레인보우스쿨 활동을 통해 2011년에는 개인이, 2013년에는 동아리가 여성가족부장관상을 받기도 했고 전국에서도 활동이 왕성한 우수 동아리로 인정받고 있다.
윤상용 교사는 말한다. “청소년들의 활동을 보면 그 열정에 감동하게 된다. 청소년들은 세계를 향해 눈을 뜨고 넓은 가슴으로 세계를 향한 비전을 품으며 이웃을 사랑하는 뜨거운 심장으로 새로운 세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배우고 있다”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청소년들이 지역과 세계를 향해 더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심지에 불을 붙여 주는 것은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열정적인 교사와 청소년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이 시대 어른들의 몫이다.

 
 
 
   

 

 

 

 

 

글·임 봄 기자
편집·정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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