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죽더라도 ‘폼나게’ 살아야죠

교통실버봉사단 활동으로 경찰의 꿈 이뤄
성실·근면·노력은 평생 지킨 가훈이자 삶

 
꿈을 간직한 사람은 청춘이다. 꿈은 물질적 나이와는 상관없는 마음의 나이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꿈을 간직한다는 것은 아직 그 사람의 인생이 젊다는 것이며 꿈꾸지 않는 자는 나이는 비록 젊다 해도 이미 나이든 사람과 같다.

경찰이 되고 싶었던 젊은 날
“고향인 강원도에서 살 때 전과 10범이 넘은 강도와 사기범을 두 번이나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강도는 사람을 찌르고 도망쳤다 잡혔고 사기범은 또 다른 사기를 치며 물밑작업을 하다가 계속 눈여겨보던 제 포위망에 걸려서 신고한 덕분에 잡게 됐죠. 그때만 해도 전화기라면 마을마다 한 대가 있을까 말까 하던 때였는데 우리 동네에는 학교에 전화기 한 대가 있었어요. 강도를 잡을 때는 신고하려고 학교까지 파자마 바람으로 뛰어가서 범인의 도주로가 있는 곳마다 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결국 얼마 못가 범인이 잡혔죠. 또 한 번은 북에서 넘어온 삐라가 낙하산 채로 떨어진 걸 발견해 경찰서에 신고한 적이 있죠. 그런 일들 때문에 경찰서장에게 표창을 받기도 했어요”
김진상(81) 어르신은 젊은 시절부터 경찰이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열여덟 살의 나이로 6·25한국전쟁에도 참전했던 어르신은 전역 후 고향으로 돌아온 뒤 줄곧 동네에서도 애국심과 사명감이 투철한 청년으로 궂은일에 앞장섰다.
“30년 전 공군이던 큰아들이 오산공군기지로 오면서 함께 송탄으로 내려와 정착하게 됐는데 그때부터 평택경찰서 소속의 교통실버봉사단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제가 찾아가서 그런 활동을 하겠다고 요청했지만요. 이제는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제복을 입고 학교 앞 도로에 서서 한 시간 동안 등하교 시간 대 교통정리를 하고 있죠”
김진상 어르신은 28년째 교통실버봉사단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젊었을 때는 미군부대에도 근무하고 아파트 경비 일도 하며 생업에 몰두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교통봉사 만큼은 하루도 거른 날이 없다. 제복을 입고 도로에 서서 교통정리를 하다보면 어르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전부터 꿈꾸던 경찰이 된 것 같은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진다고.   

4대를 잇는 남다른 애국가족
“제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3·1만세운동에 참여하셨고 부친과 저는 6·25한국전쟁 참전용사죠. 큰 아들은 공군으로 35년간 근무하다 2012년에 준위로 전역했고 셋째는 육사 51기생으로 현재 육군 중령이에요. 큰 손자도 오산 공군비행장에서 하사관으로 전역 했구요. 4대에 걸친 군인가족이죠”
김진상 어르신의 아버지는 전쟁이 발발한 바로 다음날 육군 5사단에 입대했다가 강원 횡성전투에서 북한군 총에 맞아 전사했다. 김진상 어르신 역시 열일곱 살에 국민방위사관학교에 입교해 전쟁에 참전했다. 어릴때부터 아버지를 보며 바른 정신과 애국심을 교육받은 어르신의 큰아들은 군에 있을 당시 전쟁에 참여하고도 보훈혜택을 받지 못하던 어르신들을 위해 참전 관련 서류를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등 참전용사들의 보훈혜택을 위해 노력해 주위의 칭찬을 듣기도 했다.
“아버님은 항상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고 얘기하곤 하셨어요. 저도 평생을 그 말씀대로 살아왔구요. 교통정리 봉사도 하루 한 시간이지만 꾸준히 할 거예요. 하다보면 머리도 맑아지고 치매예방에도 아주 좋죠. 성실·근면·노력이 우리 집 가훈인데 아이들에게도 항상 가훈대로 살아가기를 강조해요. 저도 그렇게 살아왔구요”
김진상 어르신은 북부노인대학에서 탁구 실장도 맡아 회원들과 탁구를 치며 건강과 삶의 활력을 지킨다. 또한 어르신들이 진행하는 각종 공식행사에서 자신 소유의 카메라를 둘러메고 20년째 행사전문 카메라맨을 자청하기도 한다. 살고 있는 아파트 경로당 회장도 맡고 있어 직함만 해도 서너 개고 활발한 활동으로 받은 표창도 수십 장이다.

성실·근면·노력으로 건강 지켜
“매일 아침 6시면 일어나 복장을 갖춰 입고 6시 30분이면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7시면 지산초등학교 사거리나 건영아파트 앞에서 한 시간 동안 교통정리를 하죠. 전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했는데 주 5일 근무제가 되면서부터 지금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하고 있어요.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김진상 어르신 곁에 앉아 있던 60년 지기 동갑 아내 권정열 여사는 “영감은 눈이 와도 가고 비가와도 간다. 남들이 모두 추워서 방에 웅크리고 있는 시간에 돈도 안 주는데 무슨 청승이냐고 내가 타박해도 들은 척도 안한다. 아이들도 이젠 건강 생각해서 그만 하라고 말리지만 자기는 그 일로 오히려 건강을 지킨다니 어쩌겠나.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둬야지”하시며 곱게 눈을 흘기신다.
‘내일 죽더라도 멋지게 살다 죽자’라는 말은 어르신이 항상 입버릇처럼 되뇌는 말이다. 힘닿는 순간까지 교통정리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김진상 어르신, 젊은이 못지않은 큰 목청으로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르신과 함께 하자니 새삼 나이는 정말로 숫자에 불과한 것이 맞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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