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남매 잘 키우며 꿋꿋하게 살 겁니다”

 
세상의 어떤 부모라도 힘든 순간에는 자식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는다. 평택시 합정동 비전초등학교 앞에서 ‘평택김밥’과 ‘맛찬’이라는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이현정(45) 씨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현정 씨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렇게 힘을 얻을 수 있는 아이들이 자그마치 5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그녀가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다닌다 한 들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아무리 힘든 시련이 찾아와도 그녀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아이들이 한둘도 아니고 다섯이나 있으니 말이다.

실패로 터득한 행복의 가치
“힘든 순간들이 있었어요. 아이들 넷을 데리고 혼자 됐거든요. 지금 19개월 된 막내는 재혼해서 낳은 아이예요. 제가 어릴 때 고생을 모르고 자라서인지 어른이 된 뒤 한번 곤두박질치니까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매사에 긍정적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재혼한지는 5년 정도 되었어요. 어려움을 겪고 난 뒤 가장 많이 배운 건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였지요. 그런 시련이 없었다면 아마 교만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요?”
지나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기 때문일까, 힘들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현정 씨의 눈에 일순 눈물이 글썽인다. 재혼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마는 그녀는 힘든 시간을 겪어온 만큼 현재의 가정이 더 소중하고 애틋하다.
“사람이 좋아요. 돈이 싫다는 건 아니지만 때로는 돈보다도 사람이 더 좋을 때가 있거든요.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가게 2개를 운영하는데 도와주는 친구들이 없었다면 혼자서는 절대로 꾸려나가지 못했을 거예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들, 또 주변의 이웃들 모두 제게는 은인이죠”
친정어머니가 평택에서 일식집을 크게 해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드는 걸 옆에서 지켜보며 자란 현정 씨. 그런 그녀에게 음식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 친숙하다. 다른 집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면 대번 그 재료들이 파악될 정도라고.


바르게 잘 자라준 다섯 아이들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해줘야할 걸 못해줬을 때 가장 마음이 아팠어요. 그저 착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울 뿐이죠. 아이들 때문에 힘든 건 없었어요. 오히려 아이들이 제 걱정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죠. 친구 같은 아이들 덕분에 제가 많이 위로받고 견뎌냈어요. 첫째는 언제나 가족이 가장 우선이에요. 엄마 아빠가 어느 정도 나이 들면 동생들은 자기가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속 깊은 아이죠. 둘째도 집안일을 많이 도와줘요. 분리수거도 하고 음식물쓰레기도 버리고, 막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때 받아주는 아이도 바로 둘째예요”
대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 초등학교 2학년, 19개월 된 막내까지 모두 다섯 아이들을 둔 현정 씨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줘서 가장 고맙다고 말한다. 현재 대학에서 호텔조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현정 씨 큰 아들도 엄마를 닮아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한다. 현정 씨네 김밥 집에서 팔고 있는 돈가스 소스도 아들이 개발했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꽤나 좋다고 한다.
음으로 양으로 엄마를 돕고자 하는 아이들 덕에 그녀는 언제나 힘이 솟는다. 학원 한 번도 제대로 보내지 못했지만 예의범절만큼은 엄하게 교육시킨 아이들이 그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것들이 자상하고 배려 깊은 남편이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남편은 그녀와 아이들의 울타리 역할을 누구보다도 잘 하고 있어 늘 감사하다고.

이웃 아픔 감싸며 살고 싶어
“저녁때 떡볶이 같은 음식이 남으면 지나가는 아이들 불러 모아 전부 나눠주곤 해요. 처음엔 아줌마가 왜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쭈뼛거리던 아이들도 지금은 다들 좋아하죠. 사실 떡볶이나 순대는 이윤이 많이 남지 않지만 작년 9월부터 판매하겠다고 이웃들과 약속을 했어요. 눈앞에 보이는 이익은 없는 거 같아도 결국은 돌아오는 게 더 많더라고요. 신뢰를 쌓을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로부터 집에서 한 음식 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는 현정 씨는 음식을 만들 때 재료를 가장 신경 써서 구입한다고.
“요즘은 특히나 위로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경기가 어려워서 일까요. 아픈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기 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서로 배려해주는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긍정적인 말과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들이 널리 퍼져나가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는 현정 씨, 때마침 꽁꽁 언 손 비비며 들어온 볼이 빨간 초등학생 딸이 함께 웃는 그녀의 작은 김밥 가게는 벌써부터 봄의 따스함이 가득 넘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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