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길  초록구름 고덕
신도시 개발로 사라지는 고덕면 마을, 사이버 세상에서 되살아난다

 
고덕 삼성전자 산업단지 부지조성공사가 하루하루 속도를 내며 황톳빛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고덕국제신도시 1단계 사업이 착공되면서 수백 년 이어온 사람들의 흔적지우기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평택이 국제도시로 변모해나가는데 있어서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고덕의 옛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온 서민들의 삶은 ‘어디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6년 전인 2008년. 정부의 ‘고덕국제신도시’ 개발계획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평택시 고덕면 일원을 기록으로 남기는 ‘평택국제화계획지구 고향전시관 구축 사업’이 시작됐다. LH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이 사업을 맡아 진행한 이상윤 한국기록문화연구소 대표를 만나 이 사업의 진행 과정과 사업 결과에 대해 들어봤다. - 편집자 주 -


‘고덕국제화계획지구 고향전시관 구축사업’ 6년의 기록 마무리
마을지·사진집·사이버 고향전시관, 이주민들 ‘마음의 고향’ 돼

■ 고향전시관 구축 사업은?
평택시 고덕면과 서정동·모곡동·지제동·장당동 일원 17.461㎢(528만평)를 ‘고덕국제화계획지구’로 개발하게 되면 신도시 개발로 인한 아주 큰 규모의 경관변화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사업은 사업지역의 개발 이전 모습을 문헌과 영상기록으로 남겨 개발 전후의 비교자료로 구축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특히 마을의 역사와 전통문화·주민들의 생활상 등 마을 고유의 유·무형 문화와 주민들의 생활사가 사장될 수 있기 때문에 개발사업 이전에 발굴·정리해 보전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하는 자료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입니다.
■ 구축사업 일정과 범위는?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이전인 2008년 7월부터 ‘고향전시관 구축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이 사업은 사업지역과 인근지역 주민들의 생활상·문화유산·어메니티 자원을 체계화하기 위한 것으로 ▲역사와 문화 아카이브 구축 ▲홈페이지를 통한 사이버 고향전시관 구축 ▲마을지 제작 ▲사진집 제작 ▲사진과 동영상 콘텐츠 제작 ▲백서 제작을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 구축사업의 추진 원칙은?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수용지역 주민들은 길게는 수백 년 동안 조상으로부터 이어온 농토에 터를 잡고 살아오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때문에 고향을 회상할 수 있도록 시각 영상을 담은 감성 콘텐츠가 필요할 것이며, 역사와 문화·개발 전·개발 과정·개발 후 환경 등의 변화를 담은 지역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기록으로 남겨 멀티미디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게 됐습니다.
특히 이 같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데 있어서는 사업지역의 개발 이전 상황을 가감 없이 기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마을지 제호가 정감 있던데…
용역사업을 맡은 2008년 여름, 사업지구를 여러 차례 돌아보고 항공사진을 분석해보니 고덕면 일대의 지형은 높은 산이 없고 비교적 평야지대와 구릉지로 형성됐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평야지와 구릉지에는 논과 목초지·과수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초록빛을 이루고 있었으며 그 초록빛 사이사이로 이어진 길은 황금빛을 띠고 있어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을지와 사진집 제호를 ‘황금길, 초록구릉 고덕’으로 정하고 캘리그라피(calligraphy·손 글씨)로 유명한 박호영 작가에게 의뢰해 제호를 쓰게됐습니다. 책이 나온 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 마을지에는 어떤 내용을 담았나?
마을지는 크게 ▲황금벌판 일군 서민의 땅 고덕 ▲고덕의 마을 이야기 ▲고덕이 그려낸 여섯 편의 파노라마 ▲고덕의 사람들 ▲고덕의 산업 ▲고덕의 교육 ▲고덕의 민속신앙과 문화 ▲21세기 역동의 현장 고덕 등 8개 파트(Part)로 구분하여 구성했습니다.
‘황금벌판 일군 서민의 땅 고덕’에는 평택시와 고덕면을 소개하고 고덕면의 역사와 마을을 소개했으며, ‘고덕의 마을 이야기’에는 박장호 전 고덕면장과 문제수 좌교리 이장 등 8명의 주민들이 말하는 고덕과 우리 마을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또 고덕초등학교와 종덕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마을 풍경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고덕이 그려낸 여섯 편의 파노라마’에서는 다섯 명의 향토사학자와 역사학자들에게 청탁해 교통·안재홍·평택농악·고택·평택항·한뉴목장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글과 사진을 꾸몄습니다. ‘고덕의 사람들’에는 전 시의원과 노인회장·농업인·상업인·출향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고덕의 산업’에는 고덕의 농업·축산업·상업·공업을, ‘고덕의 교육’에는 고덕면에 위치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지역사회 공동체의 중심이 된 고덕초등학교와 종덕초등학교를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고덕의 민속신앙과 문화’에는 이필영 한남대 교수가 고덕면의 민속신앙을 기술했고, 남평 문 씨와 남양 홍 씨, 달성 서 씨 등 고덕의 명문가 묘역과 문화재를 다뤘습니다.
마지막 파트인 ‘21세기 역동의 현장 고덕’에는 고덕면을 비롯한 인근지역이 ‘고덕국제신도시’로 변모하게 되는데 다국적 문화와 삶이 공존하는 서해안 시대를 이끌 고덕국제신도시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는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 사진집의 구성은?
400페이지 분량의 사진집에는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전경을 비롯해 율포리·좌교리·여염리·해창리·두릉리·궁리·서정동·장당동 등 사라지는 마을의 계절별 전경과 1910년대 이후 고덕의 옛 사진·안재홍 생가·고덕의 보호수·고덕의 종교시설·고덕의 건축 등을 기록했습니다.
이 사진집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소중히 담았는데 고덕면민체육대회와 초등학교 체육대회·설날·함 들어오는 날·추수축제·방학식 등 주민들의 소중한 추억과 함께 고덕국제신도시 주민설명회·주민 총회·평택시청 앞 주민 집회 등 신도시 개발에 따른 저항의 흔적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 이벤트도 진행했었다 는데…
‘고향전시관 구축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기록을 남기는 일에도 고심을 했습니다.
수용지역 주민들이 참여한 사업으로는 ▲고덕 One-Day 이벤트 ▲무료 장수사진 촬영 ▲내가 그린 우리동네 그림공모전 등을 진행했습니다.
‘고덕 One-Day 이벤트’는 서울예술대학교 사진과 학생들이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수용지역 마을을 다니며 마을 풍경과 행사·주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렌즈에 담아 기록으로 남기는 이벤트였으며 사진학도들의 눈으로 본 고덕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내 이 책에 싣게됐습니다.
‘무료 장수사진 촬영’은 고덕면 여염1리와 율포리·좌교1리 마을회관에서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신청을 받아 무료로 영정사진을 촬영해 액자에 담아드렸으며, ‘내가 그린 우리 동네 그림공모전’은 지역의 고덕초등학교와 종덕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그리게 해 공정한 심사를 통해 시상하고 사진집에도 실어 고향의 모습을 기억 속에 남게 한 유익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이 사업은 6년여에 거쳐 진행된 장기 프로젝트 사업으로 수용지역 주민들이 고향의 향수를 달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이버 고향전시관’으로도 공개됩니다.
홈페이지를 통한  ‘사이버 고향전시관’은 www.cybergodeok.lh.or.kr(오픈예정)로 접속해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며, 사업 성과물을 교육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전시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사업 진행시 펜스 등 공사 현장의 이미지로 활용하고 QR코드로 개발해 이용자들의 접근성도 높일 계획입니다.
무엇보다도 개발사업으로 인해 이주하는 수용지역 주민들의 ‘마음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이번에 만들어진 콘텐츠들을 온라인을 통해 공유할 생각입니다.
끝으로 이 사업이 많은 주민들과 향토사학자들의 협조 속에 진행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박성복 기자 sbbark@korea.com


 
이상윤
한국기록문화연구소 대표


>> 이상윤 대표는
이상윤(56) 한국기록문화연구소 대표는 일본 니혼대학교 대학원 예술연구과에서 영상예술을 전공·졸업했으며, 1997년 일본 도쿄 P.G.I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후 서울 하우아트갤러리 등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과 단체전 등 20여회의 전시회를 가졌다. 특히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처용무’를 시작으로 ‘한산모시짜기’ ‘은율탈춤’ ‘조각장’ ‘하회별신굿탈놀이’ ‘사직대제’ 등의 국가 문화재 기록사진 촬영과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진행한 ‘배꽃마을 별내’ ‘황금길, 초록구릉 고덕’ 등 다수의 프로젝트 책임자로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영상디자인과 출강·한국사진학회 회원·일본 P.G.I 갤러리 소속 작가·일본예술사진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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