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여성지원, 
“과거 청산 문제로 넓고 심층적으로 이뤄져야”

위안소 설립·위안부 동원 국가 개입은 명백한 불법
특별법 제정, 문제를 해소하는 모색과 실천의 단초
기지촌여성 지원, 조례 형식 취하는 게 실효성 있어

▲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 간담회

▲ 고인정 위원장 경기도의회 보건복지공보
고인정 경기도의회 보건복지공보위원장이 2월 20일 도의회 보건복지공보위원회 회의실에서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해 지역사회와 여성인권단체 등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지촌여성인권연대와 경기여성연대가 주최하고 고인정 도의원이 주관한 이날 간담회는 6·25 한국전쟁 이후 가난과 국가정책에 떠밀려 기지촌으로 흘러들어온 할머니들을 위한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 마련을 위해 개최됐다.
간담회를 주관한 고인정 보건복지공보위원장은 “처음 기지촌 여성 지원조례안을 이야기했을 때 나 조차도 이렇게 반응이 뜨거우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국가정책에 의해 희생당한 부분이 명확한 만큼 조례를 제정해 기지촌여성의 명예회복을 위한 실태조사를 하고 복지향상을 위해 최대한 지원해야 할 것”이라는 말로 이날 간담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우순덕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이자 햇살사회복지회 대표는 “현재 기지촌 할머니들을 위해 쓸 수 있는 시도 예산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공무원에게 할머니들의 처참한 노후에 대한 실상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으려 해도 사실상 혜택을 줄 수 있는 조례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번 조례안으로 인해 할머니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대운 경기도의회의원·우순덕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김숙자 햇살사회복지회 할머니 등이 참석했으며 특히 기지촌여성인권연대 회원과 시민들도 많이 참관해 기지촌 할머니들의 여생을 위한 대안마련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평택시사신문>은 이날 간담회에서 오갔던 내용을 지면에 소개함으로써 당시 시대적 상황과 맞물린 국가정책으로 희생됐던 기지촌여성들에 대해 알리고 이들을 위한 지원조례제정의 의미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 편집자주 -

 

■ 국가폭력으로서의 성매매 정책
 

▲ 박정미 박사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박정미│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박사

위안소 설립·위안부 동원 국가개입 ‘명백한 불법’
정부, 경찰 도움 성병 강제 검진·격리수용 통제
행정명령, 법률과 헌법 부정·유예하는 이중전도

한국전쟁 직후 미군의 장기주둔이 불가피해졌고 기지 주변에는 미군을 상대하는 상업·위락지구 등 기지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군의 외출과 외박이 허용된 1957년부터 기지촌은 본격적으로 발달했다. 당시 한국정부는 국군과 연합군을 위한 ‘위안소’를 설치하고 ‘위안부’는 물론 위안소로 조직되지 않은 모든 형태의 접객여성들에 대해 등록과 검진을 강화했다.
그러나 1948년 공창제가 폐지되고 성매매가 금지된 상황에서 정부가 이런 위안소 설립과 위안부 동원에 개입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사회부는 성병검진을 기피하는 여성들을 강제로 검진하기 위해 경찰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성병검진의 궁극적인 목적은 성병에 감염된 여성들을 치료해 미군을 비롯한 성구매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정부는 감염자로 판명된 여성들을 치료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데 치료방식이 매우 억압적이었다. 기지촌 여성을 병원이나 보건소·사설 치료소에 감금하고 치료될 때까지 격리수용한 것이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국가를 표방한 정부가 자국민의 일원인 기지촌여성을 가혹하게 통제했다. 정부는 1967년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이 시행되기 전까지 범죄를 저지른 미군을 재판할 수 없었고 따라서 미군과 가장 가까운 민간인인 기지촌여성은 극단적인 폭력에 노출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미군은 기지촌여성을 설령 죽이더라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기지촌여성에 대한 국가통제의 가혹함을 드러내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의 법적절차와 권력 장치를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 결과 그것이 냉전기 안보라는 지상과제를 명문으로 초래된 예외상태, 곧 행정명령이 법률을 압도하고 다시 행정명령과 법률이 헌법을 부정·유예하는 이중전도 상태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시민이 거주하는 주택가로부터 격리되고 어떤 희생 제의도 없이 버려진 기지촌여성은 공동체 전체가 전쟁공포와 안보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기지촌 여성은 가장 경멸받고 버림받은 존재임과 동시에 안보에 가장 필수적인 민간인이었던 것이다.

 
 

▲ 오동석 교수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 기지촌여성 인권침해, 특별법 제정 의미
    오동석│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지촌여성 관리,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인권침해
특별법 제정, 문제 해소하는 모색과 실천의 단초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한 조례로 제정할 수 있어

과거청산에 대한 과제 설정과 실천은 넓고 심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지촌여성인권연대’가 출범해 기지촌여성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것은 그에 대한 응답이다. 그 과제는 기지촌여성의 인권피해와 국가의 책임에 대한 진실규명·국가를 대표한 대통령의 사죄·불법에 대한 배상·향후 명예회복을 위한 사업 등이다.
이 사안은 전쟁과 군대의 여성에 대한 폭력문제·주한미군 주둔과 국민보호에 대한 한국정부의 무관심·한미관계 불평등·식민지시대부터 미 군정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성과 성매매에 대한 이중성과 가부장제·자본주의 이데올로기 등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로 응축된다. 기지촌여성에 대한 특별법 제정은 이러한 문제를 드러내고 해소해가려는 모색과 실천의 단초다.
주한미군의 기지촌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는 ▲한국전쟁 당시 여성에 대한 전시 성폭력 연장선상에서 이해된다. ▲ 국가안보를 이유로 기지촌여성을 ‘관리’했으므로 그것은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인권침해 행위다. ▲주한미군을 체류시키면서 발생한 사안이므로 그것은 국가에 의해 동원된 성매매로 국가범죄다.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이뤄진 인권침해이므로 국가의 주권 방기이고 국민의 인권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며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기지촌여성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경기도에서 고인정 의원의 대표발의로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이 입법예고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와 함께 지역주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기지촌여성의 인권침해 문제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지방자치의 본질상 국가의 행동개시를 기다려 법률의 위임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사안은 아니다.
조례의 제정권자인 지방의회는 선거를 통해 그 지역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주민의 대표기관이다. 기지촌여성조례는 개인적인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을 정하고 있지 않고 벌칙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으며 법률의 위임이 필요하지 않다. 국가의 사무를 제외한 모든 사무는 법률 수반이나 위임이 없어도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한 조례로써 제정할 수 있다.
기지촌은 ‘한국정부에서 묵인해 온 성매매 특화지역’이다. 지역의 관심이 필요한 문제다. 그에 대한 과거청산의 과제는 중앙정부에 대해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 기지촌 여성지원 필요성
 

▲ 하주희 변호사미군문제연구위원회
     하주희│미군문제연구위원회 변호사

기지촌여성 지원, 조례형식 취하는 게 실효성
조례, 현실적 순발력·기본적 인권보장 가능해
시민단체, 조례제정 이후의 실태점검에 도움

경기도 기지촌여성 등의 지원에 관한 사항을 ‘조례’라는 형식을 통해 정하고 지원하는 것은 주민의 복지증진에 관한 자치사무로 규범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이런 형식을 취하는 것이 더 실효성이 있어 보인다.
조례는 현실에 적합한 순발력으로 인해 기본적 인권보장 기능이 강조된다는 점도 기지촌 여성을 지원하는데 있어 조례가 매우 실효성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인권은 인권의 주체가 스스로 나서서 이를 옹호하고 규범을 만들고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지방자치단체는 인권주체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지촌 문제는 경기도에 있어서 단순한 과거의 문제만도 아니고 기지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에 대한 불합리한 해결 등에 대처할 역할도 주어진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실정에 맞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주체가 분명하다.
경기도에서는 이미 수년 동안 평택 ‘햇살사회복지센터’ 등을 통해 꾸준히 경기도 내 기지촌여성의 실태를 파악하는 노력을 계속해 왔으며 ‘생애사’에 대한 진술 등을 통해 확인된 기지촌 여성들에게 유의미한 지원을 한 바 있다.
‘기지촌여성인권연대’ 등에 포함된 시민단체 역시 주로 평택·동두천·의정부·파주 등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오면서 기지촌 여성들과 각별한 유대를 형성하고 있고 실제 수혜를 받은 사람들을 대표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다. 오히려 이렇게 공고한 유대로 형성돼 있는 시민단체는 향후 조례제정 후 이행과 그 실태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기지촌 할머니들은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고 실제로 우리가 조례를 논의하는 동안에도 사망하는 분들이 생겼을 정도로 그다지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오랜 세월동안 자신의 존재조차 드러낼 수 없었던 기지촌 여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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