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함께 하는 것이 제 천직이죠”


동아리 활동으로 어울려 사는 법 배워
올해 목표는 대학원 진학·청소년 책 출간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청소년기에는 세상에 나가 사회인으로 살기 전 미리 작은 사회 속에서 다양하게 경험하는 일이 필요하다.

▲ 이희윤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 활동기획팀장
10년 돌아보며 매듭 하나 묶어
“2003년 2월부터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만 10년이 됩니다.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막상 돌아보니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는 느낌이네요.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동안 제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는 건  확실해요”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 활동기획팀을 이끌고 있는 이희윤(42) 팀장은 청소년지도사로 살아온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웃는다. 아이같이 웃는 그가 벌써 마흔을 넘어섰다는 사실이 문득 놀랍다. 아마도 청소년들과 늘 함께 하는 일상으로 인해 마음이 아직 시간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탓이리라.
“늘 청소년들과 함께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돈도 못 모았고, 결혼도 못했고, 그 흔한 해외 배낭여행 한 번도 못하고 지났네요. 그래도 외롭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늘 아이들과 함께 지내니까요. 다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나고 보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부쩍 많아진 것은 사실이죠.”
이희윤 팀장은 처음 청소년지도사가 된 후 몇 가지 목표를 세웠다고 말한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었고 그 다음은 청소년 단체에서 팀장이 되는 것, 청소년관련 분야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청소년과 관련된 책을 출간하는 것, 지역을 위해 재능을 나누며 활동하자는 것 등이었다고.

환경공학도, 풍물치다 천직 찾아
“전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는데 졸업하던 때 IMF가 오고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다른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했어요. 그러다 음성청소년수련원에서 풍물을 가르칠 수 있는 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에게 대학 때 배운 풍물이나 가르쳐주면서 자격증 공부나 하자는 생각으로 지원했죠. 그런데 아이들을 지도하는 동안 제 마음 속에 이게 내 길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어느 날 캠프파이어 할 때 자격증 관련 책들을 몽땅 태워버리는 것으로 제 천직을 인정하고 말았어요”
이희윤 팀장은 뒤늦게 발견한 자신의 천직이 새로운 세상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며 큰소리로 웃는다. 아이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함께 하는 동안 점점 환한 표정을 지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 역시 너무 행복했기 때문이다.
“대학 다닐 때 민속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우리 가락을 배우면서 처음으로 우리 민족에게 내재된 신명을 알게 됐고 사회나 제 자신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됐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학교 지원을 나가 중·고생들에게 풍물을 가르쳤는데 아마 그때부터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참 좋은 느낌을 가졌던 것 같아요. 아이들은 제게 사부·오빠·형으로 부르곤 했죠”
이희윤 팀장은 당시 가르쳤던 아이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고 말한다. 교감으로 만나 진심을 다해 마음을 나누었던 당시 청소년들은 벌써 엄마·아빠가 돼서 이젠 편하게 인생을 이야기하는 나이가 됐다고.

청소년들과 함께 해 외롭지 않아
“인생이 막막하던 스물여덟 살 때 처음 시작한 이 일이 청소년들과 정신없이 보내는 사이 마흔을 넘어가고 있네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이 참 좋아요. 청소년문화센터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아이들이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볼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저 역시도 대학 때 동아리 활동을 하며 제 인생이 많이 변화한 것을 직접 경험했으니까요”
이희윤 팀장은 청소년시절 동아리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많은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서로 공감하는 가운데 영향을 주고받는 동아리활동은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희윤 팀장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청소년지도사로 활동하는 동안 그 역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다.
“어떤 문제에 부딪힌 청소년들이 좌절하고 있을 때 좌절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워주고 함께 해보자고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청소년지도사는 물론이고 이 시대의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는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동기부여와 적절한 환경만 갖춰진다면 아이들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점이 제겐 보람과 감동으로 다가오곤 해요”
청소년의 미래는 곧 지역의 미래다. 미처 미혼을 벗어날 시간적 여유도 없을 만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청소년지도사 이희윤 팀장. 10년 이라는 매듭 하나를 묶고 있는 요즘, 청소년지도사를 천직으로 받아들일 당시 마음가짐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반성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그가 보여주는 환한 미소만큼 우리 지역 청소년들의 미래  역시 밝아지겠구나 하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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