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존재 ‘생명’ 불어넣는 젊은 작가들

자신 상처 치유하던 작품, 이제 대중 속으로
머리·손 아닌 진정성 있는 작품 만들고 싶어


 
평택시 유천동에 작업실을 내고 각자의 작품에 몰두하고 있는 두 명의 동갑내기 젊은 작가들은 같은 중앙대학교 출신이다. 유독 버려진 존재들에게 마음을 쏟는 두 작가는 사물의 보이지 않는 면을 탐구하고자하는 예술가 정신을 바탕으로 독특하고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의지, ‘쓸모 있음에 대한 반란’
“제 작품은 사람에게 상처받은 경험에서부터 비롯됐어요. 어느 날 쓸모없이 버려진 양은냄비에게서 내 자신과의 동질감을 느끼게 됐거든요. 그때부터 버려진 양은냄비를 모아 역동적인 동물형상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게 됐죠. 버려진 것들의 과거를 이해하고 두드리는 과정을 통해 사물과의 기억, 나의 인식과 경험들을 발견하며 의미를 도출하고 싶었습니다”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한 정의지(28) 작가는 ‘제20회 한국구상조각대전’ 대상, ‘제1회 ECO환경조각대전’ 대상, ‘경상북도미술대전’ 종합대상 등 꽤 굵직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수상경력보다 작업실에 놓인 작품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은 그가 예술가로서 내면화하고 있는 삶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사슴과 동물인 쿠두를 형상화한 작품은 커다란 뿔이 상징적으로 달려있어요. 뿔은 무리가운데 대장을 상징하거나 권위를 상징하지만 큰 뿔을 가질수록 달리는 데는 방해가 돼서 먹잇감이 되곤 하죠. 제 작품은 처음엔 나를 치유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누군가를 치유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가지만 알면 알수록 깊이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정의지 작가는 작품을 통해 ‘누군가에게 소외된 기억을 갖고 있는가’ ‘버림받은 것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하고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되묻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가 빚어낸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쓸모없다고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의 무서운 반란이라도 접한 듯 흠칫 놀라게 된다.

오윤수, ‘버려진 존재의 생명력’
“제 작품은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나무젓가락에서 우연히 나무의 본질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됐어요. 인간의 편의성에 의해 가공되고 버려지는 나무젓가락들에게 다시 존재로서의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죠. 이후 스케일을 확장하기 위해 나무젓가락이 각목으로 바뀌었고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작가로서의 성취감이나 희열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앙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오윤수(28) 작가는 ‘2011년 대교전국조각대전’ 대상, ‘2012년 제22회 MBC한국구상조각대전’ 대상, ‘2012 광주AsiaArtzoo’ 특선 등 다양한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나무라는 일반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움으로 이끌어내는 능력을 지녔다.
“표면적으로는 각목을 하나씩 쌓아가는 작업이지만 그 속에서 조각에 대한 열정과 신념·흔적들이 하나씩 쌓이고 있다는 걸 느낄 때마다 조각가로서의 존재를 확인하게 돼요. 요즘은 특이하고 센세이션 한 작품들을 선호하지만 손이나 머리로 하는 예술이 아닌 진정성을 갖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예술가로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이끌어간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하고 싶다는 오윤수 작가는 자연을 상징하는 나무와 플라스틱 같은 인공적 재료를 결합해 질서를 표현하고 균열 등 혼돈이 어우러지는 카오스모스를 형상화하는 새로운 작품도 시도하고 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움을 창조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을 작품에서 실천하고 있음이다.

내일이 기대되는 젊은 작가들
정의지 작가와 오윤수 작가는 서로 동갑내기 친구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에서부터 성격까지 닮은 구석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끝없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소외된 곳에 눈길을 주는 작가라는 점에서는 누구보다도 닮아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남동생까지 모두 도예가로 예술가 집안에서 성장했다는 정의지 작가는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던 때 자신의 비구상작품에 대해 조언을 주던 아버지와 의견대립을 하다 집을 나간 적도 있다”며 미소 짓는다.
반면, 집안 내력을 아무리 뒤져봐도 예술가는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다는 오윤수 작가는 “집안에서는 제가 엄청 대단한 작가인줄 안다. 부디 가족들과 친척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야 할 텐데…”라며 큰 소리로 웃는다.
다섯 명의 친구들과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비를 들여 지역주민들을 위한 예술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정의지 작가의 작품들은 현재 성남아트센터와 크라운해태아트벨리·경북도청·평화누리공원 등에서 영구설치작품으로 소장하고 있다.
올해는 더욱 분발해서 다양한 공모전의 문을 두드려 실력을 쌓고 싶다는 오윤수 작가의 작품들은 현재 대교 HRD빌딩 로비와 여의도 MBC빌딩 4층에 영구설치작품으로 소장돼 있다.
관객과의 소통을 꿈꾸며 작품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받고 싶다는 두 명의 젊은 작가들은 예술가가 배고픈 직업이긴 하지만 그래도 부단히 예술을 창조해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해달라는 작가로서의 당부도 빼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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